미분기하학

미분기하학(微分幾何學, 영어: differential geometry)은 미적분학과 선형대수학을 이용하여 곡선, 곡면과 미분 다양체의 기하학적 성질을 연구하는 수학의 분야이다. 곡선이 얼마나 휘어지는지, 곡면 위에서 두 점 사이의 거리를 어떻게 재는지, 각 점에서 측정한 곡률이 공간 전체의 모양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을 다룬다. 평면과 3차원 공간의 곡선·곡면 연구에서 발전했으며, 현대에는 임의의 차원에서 미분 가능한 공간과 그 위의 기하학적 구조를 연구한다.[1]
미분기하학에서는 도형이 주변 공간에서 휘어진 모습과 도형 자체에서 측정할 수 있는 성질을 구별한다. 특히 가우스 곡률처럼 주변 공간에 의존하지 않는 성질을 연구하는 내재적 관점은 곡면의 기하학을 고차원 다양체로 확장하는 바탕이 된다.
리만 기하학은 길이와 각도를 정하는 계량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심플렉틱 기하학과 복소기하학은 각각 다른 구조가 주어진 공간을 다룬다. 이들 분야는 미분위상수학, 해석학, 수리물리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는 시공간의 기하학으로 중력을 기술하고, 컴퓨터 그래픽스에서는 곡면의 곡률과 미분 연산을 이용하여 입체 모형을 분석하고 변형한다.
연구 대상과 기본 관점
[편집]미분기하학의 기본적인 연구 대상은 원이나 나선 같은 곡선과 구면이나 원기둥의 옆면 같은 곡면이다. 곡선의 길이와 휘어진 정도를 재거나, 곡면 위의 두 점을 잇는 가장 짧은 경로를 찾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성질을 알아내는 데에는 미적분학이 쓰인다. 예를 들어 곡선을 따라 이동할 때 접선의 방향이 얼마나 빠르게 바뀌는지를 미분으로 구하면, 그 곡선이 얼마나 휘어 있는지 나타낼 수 있다.[1]

곡면을 연구할 때에는 주변 공간에서 보이는 모양과 곡면 자체에서 측정할 수 있는 성질을 구별한다. 평평한 종이 조각을 늘이거나 줄이지 않고 원기둥의 옆면처럼 구부리면, 종이가 공간에서 차지하는 모양은 달라진다. 그러나 종이 위에 그린 곡선의 길이와 두 곡선이 만나는 각도는 그대로이다. 이때 종이가 주변 공간에서 어떻게 휘어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외재적 관점이고, 종이 위에서 잰 길이와 각도만으로 그 성질을 살피는 것이 내재적 관점이다.[2]
가우스 곡률은 곡면 자체의 길이 측정으로 알아낼 수 있는 양으로, 내재적 성질의 대표적인 예이다. 평면과 원기둥 옆면의 가우스 곡률은 모두 0이지만, 구면의 가우스 곡률은 양수이다. 길이를 보존하며 곡면을 구부려도 가우스 곡률은 바뀌지 않으므로, 구면은 작은 조각이라도 길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평면에 펼칠 수 없다. 지구를 구면으로 보고 평면 지도로 나타낼 때 거리의 왜곡을 완전히 없앨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3]
한 점 주변의 작은 영역을 살피는 국소적 연구와 공간 전체를 살피는 전역적 연구도 구별한다. 각 점에서 곡면이 얼마나 휘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은 국소적인 문제이고, 곡면 전체가 구면처럼 생겼는지 도넛처럼 구멍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은 전역적인 문제이다. 미분기하학에서는 이 둘의 관계를 연구한다. 예를 들어 각 부분의 가우스 곡률을 면적에 따라 합산하는 적분을 이용하면, 구면과 도넛 모양의 원환면을 구별할 수 있다. 이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 가우스–보네 정리이다.[4]
현대 미분기하학에서는 곡선과 곡면의 연구를 더 높은 차원의 공간으로 확장하기 위해 미분 다양체를 다룬다. 곡면의 작은 영역에 있는 점을 두 개의 좌표로 나타내듯이, 미분 다양체에서는 각 점 근처를 일정한 수의 좌표로 나타내고 그 좌표를 이용하여 미분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간에는 길이와 각도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연구 목적에 따라 이를 측정하는 규칙인 리만 계량 등을 추가한다. 미분위상수학이 주로 미분 가능한 공간 자체의 성질을 연구한다면, 미분기하학은 그 위에 주어진 계량을 비롯한 기하학적 구조의 성질도 함께 연구한다.[5]
곡선과 곡면
[편집]곡선의 길이와 곡률
[편집]유클리드 공간에서 곡선은 매개변수 에 따라 변하는 점 로 나타낼 수 있다. 매끄러운 곡선의 속도벡터 가 모든 매개변수 값에서 0이 아니면 정칙곡선이라고 한다. 구간 에서 곡선의 길이는 속력을 적분한 이다. 정칙곡선은 출발점부터 잰 호의 길이 를 매개변수로 삼을 수 있으며, 이때 속력은 1이다.[6]
호의 길이로 매개화한 곡선의 단위접벡터를 라 하면, 곡률은 로 정의된다. 즉, 같은 길이만큼 이동했을 때 접선의 방향이 얼마나 빨리 바뀌는지를 나타낸다. 직선의 곡률은 0이고 반지름이 인 원의 곡률은 이므로, 작은 원일수록 곡률이 크다.[7]

3차원 공간에서 인 부분에는 와 을 함께 정할 수 있다. 여기서 프라임은 호의 길이 에 대한 미분이다. 이 세 단위벡터는 프레네 틀을 이루며, 에 나타나는 를 비틀림률이라고 한다. 곡률이 접선 방향의 변화를 측정한다면, 비틀림률은 와 이 만드는 평면의 방향 변화를 나타내며 부호를 가질 수 있다. 곡률이 양수인 평면곡선의 비틀림률은 0이지만, 나선처럼 공간을 따라 휘어지는 곡선에서는 일반적으로 0이 아니다.[7]
곡면의 기본형식과 곡률
[편집]3차원 공간의 매끄러운 곡면은 각 점 근처에서 의 열린집합 에 정의된 매끄러운 사상 로 나타낸다. 두 매개변수를 라고 하자. 정칙인 좌표 조각에서는 이 사상이 그 상으로 가는 위상동형사상이고, 두 편미분벡터 가 일차독립이다. 이 벡터들이 만드는 평면이 그 점의 접평면이다. 구면의 경도·위도 좌표가 극점에서 작동하지 않더라도 다른 좌표를 잡을 수 있으므로, 곡면 전체를 하나의 좌표계로 나타낼 필요는 없다.[8]
주변 공간의 내적을 접평면에 제한하면 곡면 위의 길이와 각도를 잴 수 있다. 좌표로는 제1 기본 형식 으로 나타내며, , , 이다. 계수 는 좌표에 따라 달라지지만, 이 식으로 구한 곡선의 길이와 두 접벡터 사이의 각도는 좌표 선택에 좌우되지 않는다. 면적 요소도 로 정해진다.[9]

곡면이 주변 공간에서 어떻게 굽는지 알려면 단위법선벡터 의 변화도 살펴보아야 한다. 국소적으로 법선의 방향을 정하면 그 미분으로 모양 연산자(영어: shape operator) 을 정의할 수 있다. 이는 접벡터를 접벡터로 보내는 선형사상이며, 제2 기본 형식은 이다. 모양 연산자의 두 고윳값 를 주곡률이라고 하며, 그 곱과 평균으로 각각 가우스 곡률과 평균곡률을 정의한다. 법선의 방향을 반대로 고르면 두 주곡률과 평균곡률의 부호가 바뀌지만 가우스 곡률은 바뀌지 않는다.[10]
가우스 곡률이 양수인 점에서는 두 주방향으로 같은 쪽을 향해 굽고, 음수인 점에서는 안장처럼 서로 반대쪽으로 굽는다. 가우스 곡률이 0인 곡면에는 평면뿐 아니라 원기둥 옆면도 포함된다. 가우스의 빼어난 정리에 따르면, 주변 공간의 법선을 사용해 정의한 를 제1 기본 형식과 그 도함수만으로도 계산할 수 있다. 따라서 가우스 곡률은 외재적인 정의를 갖지만 내재적인 양이며, 길이를 보존하는 국소적 대응 아래에서 변하지 않는다.[11]
다양체와 미분
[편집]국소좌표와 매끄러운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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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면 위의 점은 근방마다 두 개의 실수 좌표로 표시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좌표를 쓰는 두 영역이 겹치면 같은 점의 좌표를 바꾸는 함수가 생기며, 이 함수가 매끄러워야 두 좌표계에서 수행한 미분을 서로 연결할 수 있다. 미분 다양체의 정의는 이 생각을 임의의 차원으로 확장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차원 매끄러운 다양체는 하우스도르프이고 제2 가산인 위상공간 에 서로 호환되는 국소좌표들을 준 것이다. 국소좌표는 열린집합 을 의 열린집합으로 보내는 위상동형사상이다. 좌표 영역들이 을 덮고, 겹치는 영역에서 좌표를 바꾸는 함수와 그 역함수가 모두 무한 번 미분 가능하면 이 좌표들은 매끄러운 구조를 정한다. 두 다양체 사이의 사상이 매끄럽다는 것도 이러한 좌표에서 표현한 함수가 매끄럽다는 뜻으로 정의한다.[12]
이 정의에서는 다양체를 더 큰 유클리드 공간의 부분집합으로 먼저 나타낼 필요가 없다. 따라서 곡면에서 사용하던 미분과 적분을 추상적으로 정의한 고차원 공간에도 적용할 수 있다. 별도의 언급이 없으면 보통 경계가 없는 다양체를 다루지만, 적분 정리 등에서는 좌표의 상으로 반공간의 상대 열린집합도 허용하는 경계다양체가 필요하다.[13]
접공간·벡터장·다발
[편집]접공간은 한 점에서 가능한 운동 방향과 속도를 모은 벡터공간이다. 다양체 위에서 점 를 지나는 곡선들의 속도벡터를 생각하면, 같은 순간 속도를 나타내는 곡선들을 하나의 접벡터로 볼 수 있다. 좌표 에서는 접벡터를 로 나타낸다. 기호 는 함수의 좌표방향 미분을 뜻하며, 접벡터는 함수에 작용하는 방향미분으로도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정의를 쓰면 주변 공간의 벡터에 의존하지 않고 접공간 을 구성할 수 있다.[14]
각 점의 접벡터를 매끄럽게 선택한 것이 벡터장이다. 모든 접공간을 한데 모으면 접다발 을 얻으며, 이는 각 점에 벡터공간을 붙인 벡터 다발의 예이다. 작은 좌표 영역에서는 접다발을 그 영역과 의 곱처럼 나타낼 수 있지만, 이러한 곱 구조가 다양체 전체에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접공간의 쌍대 공간들을 모은 공변접다발과 그로부터 만든 여러 텐서다발도 기하학적 양을 정의하는 데 쓰인다.[15]
미분형식과 적분
[편집]미분 형식은 다양체에서 적분할 대상을 좌표에 의존하지 않게 표현한다. 차 미분형식은 각 점에서 접벡터 개를 받아 실수를 내놓는 다중선형 사상이며, 두 입력을 교환하면 부호가 바뀌는 교대성을 갖는다. 이 사상이 점에 따라 매끄럽게 변하도록 요구한다. 1차 형식은 곡선을 따라 적분하고, 2차 형식은 방향을 정한 곡면 위에서 적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평면의 는 방향을 고려한 면적을 나타내지만, 일반적인 2차 형식에 길이나 각도를 정하는 계량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16]
외미분 는 차 형식을 차 형식으로 보내며 을 만족한다. 이 연산을 쓰면 미적분학의 여러 적분 정리를 스토크스 정리로 통합할 수 있다. 방향을 정한 콤팩트한 차원 경계 다양체 과 매끄러운 차 형식 에 대하여 가 성립한다. 여기서 은 경계의 포함사상이고, 는 형식을 경계에 제한한 당김이다. 경계의 방향은 바깥쪽으로 향하는 벡터 뒤에 경계의 양의 기저를 이었을 때 다양체의 양의 기저가 되도록 정한다.[17][18]
드람 코호몰로지는 차이가 완전 형식인 두 닫힌 형식을 같은 것으로 간주하여 만든다. 여기서 닫힌 형식은 을 만족하는 형식이고, 완전 형식은 로 나타나는 형식이다. 이 구별에는 공간 전체의 위상이 반영된다. 드람 정리는 이 방법으로 얻은 코호몰로지가 실수 계수의 특이 코호몰로지와 동형임을 보이며, 미분과 적분으로 정의한 대상이 위상적 불변량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설명한다.[19]
계량·접속·곡률
[편집]리만 계량과 거리
[편집]매끄러운 다양체라는 조건만으로는 길이나 각도가 정해지지 않는다. 이를 측정하려면 각 접공간에 내적을 주어야 한다. 리만 계량 는 각 점 에서 접벡터 두 개를 받아 실수를 내놓는 양의 정부호 대칭 쌍선형 형식 가 점에 따라 매끄럽게 변하는 것이다. 특히 영벡터가 아닌 에 대해 이며, 를 벡터의 길이로 해석한다. 다양체와 계량의 쌍 를 리만 다양체라고 한다.[20]
조각마다 매끄러운 곡선 의 길이는 각 점에서 속도벡터의 길이를 적분한 이다. 연결된 리만 다양체에서 두 점 사이의 거리는 그 점들을 잇는 조각마다 매끄러운 곡선들의 길이의 하한으로 정의한다. 따라서 계량은 접벡터의 내적을 정하는 대상이고, 거리함수는 계량을 이용해 곡선의 길이를 비교한 결과이다. 이 정의만으로 하한을 실제로 달성하는 곡선의 존재가 보장되지는 않는다.[20]
접속과 평행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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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터장을 미분할 때에는 서로 다른 점의 접벡터를 비교해야 한다. 그러나 이 벡터들은 서로 다른 접공간에 속하므로, 별도의 규칙 없이 뺄셈을 할 수는 없다. 접속은 이러한 비교와 미분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이다. 벡터장 의 방향으로 를 미분한 결과를 공변미분 로 나타낸다. 접속은 접다발뿐 아니라 일반 벡터다발에도 정의할 수 있으며, 함수와 다발의 단면을 곱했을 때 미분의 곱 규칙을 만족한다.[21]
리만 계량이 주어지면 계량과 양립하고 비틀림이 없는 접속이 유일하게 정해진다. 이것이 레비치비타 접속이다. 계량과 양립한다는 것은 벡터를 평행하게 옮길 때 내적이 보존된다는 뜻이고, 비틀림이 없다는 조건은 이다. 여기서 는 두 벡터장을 방향미분으로 합성한 순서의 차이를 나타내는 리 괄호이다. 유클리드 내적에서 유도된 계량을 쓰는 곡면에서는 벡터장을 보통 방식으로 미분한 뒤 결과를 접평면에 정사영하여 이 접속을 구할 수 있다.[22]
곡선을 따라 벡터장을 옮기면서 그 공변미분이 0이 되게 하는 것을 평행이동이라고 한다. 레비치비타 접속에 따른 평행이동은 벡터의 길이와 두 벡터 사이의 각도를 보존하지만, 도착한 벡터는 일반적으로 이동 경로에 따라 달라진다. 구면에서 대원호로 이루어진 삼각형을 한 바퀴 돌아왔을 때 벡터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는 현상은 그 예이다. 이러한 경로 의존성은 곡률과 연결된다.[23]
측지선
[편집]유클리드 공간의 직선은 일정한 속도로 움직일 때 가속도가 0인 곡선이다. 이를 리만 다양체로 옮기면, 보통의 가속도 대신 속도벡터의 공변미분이 0인 곡선을 생각하게 된다. 측지선은 바로 이 조건 을 만족하는 곡선이다. 초기 위치와 초기 속도를 주면 그 조건을 만족하는 측지선이 국소적으로 유일하게 정해지며, 곡선을 따라 속력은 일정하다.[24]
리만 다양체의 측지선은 충분히 짧은 구간에서는 두 끝점 사이의 최단 경로이지만, 전체 구간에서도 최단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반지름이 인 구면의 측지선은 대원을 따라가며, 대원호의 길이가 를 넘으면 반대쪽으로 돌아가는 호가 더 짧다.[25] 서로 대척점인 두 점 사이에는 길이가 같은 최단 대원호가 무수히 많으므로, 최단 경로가 존재하더라도 유일하지 않을 수 있다.[26]
곡률 텐서
[편집]고차원에서는 한 점에 접하는 2차원 방향에 따라 휘어진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리만 곡률 텐서는 이러한 정보를 함께 나타내며, 공변미분의 순서를 바꾸었을 때 생기는 차이로 정의할 수 있다. 부호를 로 정하면, 서로 직교하는 단위접벡터 가 만드는 평면의 단면 곡률은 이다. 2차원에서는 이것이 곡면의 가우스 곡률과 일치한다. 문헌에 따라 곡률 텐서의 부호를 반대로 정의하기도 하므로, 곡률 공식들을 함께 사용할 때에는 부호 관례를 맞추어야 한다.[27]
리치 곡률은 한 단위방향과 그에 수직인 정규직교 방향들이 각각 이루는 평면의 단면 곡률을 합한 값을 나타낸다. 스칼라 곡률은 리치 곡률의 자취이다. 4차원 이상에서는 리치 곡률만으로 전체 곡률 텐서를 복원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한 점에서 스칼라 곡률이 0이라는 사실만으로 모든 단면 곡률이 0이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27]
국소 기하와 전역 구조
[편집]완비성과 최단 경로
[편집]측지선을 국소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곡선을 끝없이 연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유클리드 평면에서 한 점을 제거하면, 빠진 점을 향하는 직선은 유한한 시간 뒤 그 공간 안에서 더 이상 연장되지 않는다.[28] 리만 다양체가 거리공간으로 완비라는 것은 모든 코시 수열이 그 공간 안에서 수렴한다는 뜻이다.[29]
호프-리노우 정리는 연결된 유한차원 리만 다양체에서 거리공간으로서의 완비성과 모든 측지선을 실수 전체에 걸쳐 연장할 수 있다는 조건이 동치임을 보인다. 이 조건이 성립하면 임의의 두 점을 잇는 최단 측지선도 존재한다. 이는 국소적으로 정의한 미분방정식의 해와 공간 전체의 거리 성질을 연결하는 결과이다.[29]
가우스–보네 정리
[편집]가우스–보네 정리는 곡률과 위상을 직접 연결한다. 콤팩트하고 경계가 없으며 방향을 정할 수 있는 매끄러운 곡면 에 리만 계량을 주면 가 성립한다. 왼쪽은 가우스 곡률을 곡면 전체에서 적분한 값이고, 오른쪽의 는 오일러 지표이다. 오일러 지표는 곡면을 삼각형들로 나누었을 때 꼭짓점 수에서 모서리 수를 빼고 면의 수를 더한 것으로, 분할 방식이나 계량에 의존하지 않는다.[4]
구면은 오일러 지표가 2이므로 총 가우스 곡률은 이다. 반지름이 인 둥근 구면에서는 와 면적 를 곱하여 같은 값을 얻는다. 원환면은 오일러 지표가 0이므로 총 가우스 곡률도 0이다. 보통의 도넛 모양 원환면에서는 바깥쪽의 양의 곡률과 안쪽의 음의 곡률이 적분에서 상쇄되며, 총곡률이 0이라고 해서 모든 점에서 곡률이 0인 것은 아니다. 이처럼 점별 곡률은 계량에 따라 변해도 그 전체 적분은 위상에 의해 정해질 수 있다.[4]
기하해석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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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해석학(영어: geometric analysis)은 미분방정식과 변분법을 이용하여 기하학적 구조를 연구한다. 대표적인 대상인 극소곡면은 경계를 건드리지 않는 국소 변형에 대하여 면적의 일차 변화가 0인 곡면이며, 평균곡률이 0이라는 조건으로 표현된다. 다만 면적의 일차 변화가 0이라는 조건은 임계점 조건이므로, 극소곡면이라고 해서 같은 경계를 갖는 모든 곡면 가운데 면적이 가장 작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30]
리치 흐름(영어: Ricci flow)은 다양체 위의 계량을 그 리치 곡률에 따라 변화시키는 방정식 이다. 곡률의 변화를 분석하여 다양체의 전역 구조를 연구하는 데 쓰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곡률이 발산하는 특이점이 생길 수 있으므로 그 형성과 처리를 이해해야 한다. 이 방법은 3차원 다양체의 기하화 추측과 푸앵카레 추측을 해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31][32][33]
주요 분야
[편집]다양체에 어떤 기하학적 구조를 주는지에 따라 미분기하학의 여러 분야가 나뉜다.
계량 기하학의 확장
[편집]리만 기하학에서 계량의 양의 정부호 조건을 완화하되 대칭성과 비퇴화성을 유지하면 준리만 기하학을 얻는다. 비퇴화성은 모든 에 대해 이면 이라는 조건이다. 이 경우 영벡터가 아니어도 일 수 있다. 특히 계량의 부호 가운데 하나가 나머지와 다른 로런츠 다양체는 일반 상대성 이론의 시공간 모형에 쓰인다. 4차원에서는 부호 관례에 따라 계량을 한 점에서 또는 그 반대 부호의 형태로 나타낸다.[34]
핀슬러 기하학은 접벡터의 길이가 반드시 내적에서 나올 필요는 없도록 일반화한다. 비음수 길이함수 는 양의 배수에 대하여 를 만족하고, 영벡터 밖에서 매끄러우며 강한 볼록성 조건을 갖는다. 이 조건은 에서 를 벡터 변수로 두 번 미분한 헤세 행렬이 양의 정부호라는 뜻이다. 리만 계량에서 얻는 는 그 특수한 경우이며, 일반 핀슬러 계량에서는 도 반드시 요구하지 않는다.[35]
심플렉틱 기하학과 접촉기하학
[편집]심플렉틱 기하학은 닫힌 비퇴화 2차 미분형식 가 주어진 다양체를 연구한다. 닫힘은 을 뜻하고, 비퇴화성은 이 모든 에 대해 성립하면 이라는 조건이다. 이런 형식이 존재하려면 다양체의 차원은 짝수여야 한다. 다르부 정리에 따르면 각 점의 근방에서 좌표를 적절히 잡아 로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같은 차원의 심플렉틱 구조들은 국소적으로 같은 표준형을 가지며, 이는 곡률에 따라 국소 기하가 달라지는 리만 기하학과 구별된다.[36]
접촉기하학은 이와 관련된 홀수 차원의 기하학이다. 차원 다양체에서 접촉 구조는 국소적으로 1차 미분형식 의 핵으로 주어지는 접공간의 부분공간들로 표현하며, 이 어디에서도 0이 아니어야 한다.[37]
복소기하학과 켈러 기하학
[편집]복소다양체는 국소좌표를 에 잡고 좌표변환이 정칙이 되도록 한 공간이다. 실수 좌표로 보면 차원은 이며, 접공간에는 복소수 의 곱에 해당하는 선형사상 가 생겨 를 만족한다. 다만 이 대수적 조건을 만족하는 를 임의로 주었다고 해서 반드시 복소좌표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좌표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적분가능성 조건이 필요하다.[38]
켈러 다양체에서는 복소구조와 리만 계량이 를 만족하여 서로 양립하고, 이들로 정의한 2차 형식 가 닫혀 있다. 이 형식은 심플렉틱 형식이므로 하나의 공간에 복소·리만·심플렉틱 기하학의 구조가 함께 놓인다. 이 조건 아래에서는 미분형식과 곡률을 복소구조와 연관 지어 연구할 수 있어, 켈러 기하학은 대수기하학과 미분기하학을 연결하는 분야이기도 하다.[39]
리군과 대칭
[편집]리 군은 매끄러운 다양체인 동시에 군이며, 곱셈 와 역원 사상 가 매끄러운 대상이다. 회전이나 가역 선형변환처럼 연속적으로 변하는 대칭을 다룰 수 있으며, 직교군과 일반선형군이 그 예이다. 리군의 항등원 에서의 접공간 에는 왼쪽 불변 벡터장의 괄호로부터 정해지는 리 괄호가 있다. 이 벡터공간과 괄호를 함께 고려한 것이 리 대수로, 군의 국소적인 구조를 대수적으로 연구하는 데 쓰인다. 다만 리 대수가 같아도 리군의 전역적인 구조는 다를 수 있다.[40]
응용
[편집]이론물리학
[편집]일반 상대성 이론은 4차원 로런츠 다양체로 시공간을 나타내고, 중력을 그 기하학으로 기술한다. 아인슈타인 방정식은 계량에서 계산한 곡률과 물질의 에너지·운동량을 연결한다. 비중력적 힘을 받지 않는 시험 입자의 운동은 시공간의 측지선으로 기술되며, 이때 사용하는 계량은 양의 정부호인 리만 계량과 다르다. 따라서 리만 기하학에서의 최단 거리 설명을 로런츠 시공간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41]
해밀턴 역학에서는 위치와 운동량을 함께 나타내는 위상 공간에 심플렉틱 구조를 준다. 계의 위치 배치를 나타내는 다양체를 라고 하면, 그 공변접다발 가 대표적인 위상 공간이다. 해밀토니안 함수 의 미분과 심플렉틱 형식은 운동을 기술하는 벡터장을 정하며, 적절한 좌표에서 그 적분곡선은 해밀턴 방정식을 만족한다. 이로써 역학의 운동방정식과 그 흐름이 보존하는 구조를 좌표와 무관하게 다룰 수 있다.[42]
게이지 이론에서는 주다발과 그 위의 접속이 장을 기술한다. 국소적으로 선택한 표현에서 접속은 게이지 퍼텐셜로 나타나고, 접속의 곡률은 장의 세기에 해당한다. 서로 다른 게이지는 같은 기하학적 대상을 다른 국소 표현으로 나타낸 것이다. 전자기학과 양-밀스 이론은 이러한 대응의 예이며, 여기서의 곡률은 반드시 시공간 계량의 리만 곡률을 뜻하지는 않는다.[43]
컴퓨터 그래픽스와 형상 처리
[편집]컴퓨터 그래픽스에서 곡면은 흔히 유한한 삼각형들로 이루어진 망으로 표현된다. 이산 미분기하학(영어: discrete differential geometry)은 곡률과 미분 연산을 이러한 자료에서도 정의하여, 연속적인 곡면의 기하학을 계산 가능한 형태로 옮긴다. 예를 들어 평균곡률에 따라 표면을 움직이는 흐름을 이산화하면, 삼각망의 울퉁불퉁한 부분을 완화하는 알고리즘을 얻을 수 있다. 이때 곡면의 라플라스 연산자를 이산 연산자로 바꾸고 시간 변화도 단계별로 계산한다. 실제 결과는 망의 구성과 경계조건에 영향을 받으므로, 미분기하학적 성질을 이산화 과정에서 어떻게 보존하는지가 중요한 연구 문제가 된다.[44]
역사
[편집]곡선과 곡면의 미적분학
[편집]미분기하학의 고전적 연구는 미적분학의 발전과 함께 곡선의 접선·길이·곡률을 계산하는 문제에서 출발했다. 18세기의 레온하르트 오일러는 곡면 위의 측지선과 방향에 따른 곡률을 연구했으며, 법곡률을 두 주곡률과 방향의 각도로 나타내는 관계를 밝혔다. 가스파르 몽주와 그 뒤를 이은 연구자들은 공간곡선, 전개 가능한 곡면과 곡률선 등을 연구하여 곡면론을 발전시켰다. 이 시기에는 곡선과 곡면을 좌표로 나타내고 미분방정식으로 그 성질을 분석하는 방법이 정착했다.[45]
내재적 기하학과 고차원 공간
[편집]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는 1827년의 곡면 연구에서 곡면 자체의 길이 자료로 곡률을 계산하는 내재적 관점을 발전시켰다. 그의 빼어난 정리는 공간 속에서 곡면을 굽히더라도 길이를 보존하면 가우스 곡률이 변하지 않음을 밝혔다. 이로써 주변 공간에 놓인 모습과 곡면 자체의 기하학을 구별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46]
베른하르트 리만은 1854년 강연에서 곡면의 내재적 기하학을 더 높은 차원으로 확장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점마다 주어진 이차형식으로 미소한 길이를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간의 곡률을 연구한다는 생각은 리만 기하학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 강연은 사후인 1868년에 출판되었다.[47] 이후 엘빈 브루노 크리스토펠 등의 연구를 통해 좌표변환 아래에서 기하학적 양을 비교하는 계산법이 발전했다.[48]
접속과 전역 이론
[편집]텐서와 미분 형식을 이용한 서술은 좌표변환에 따른 복잡한 계산을 기하학적 구조 자체의 관계로 표현하는 데 기여했다. 툴리오 레비치비타가 1917년에 제시한 평행이동은 주어진 경로를 따라 서로 다른 점의 접벡터를 비교하는 기하학적 방법을 제공했다. 엘리 카르탕은 미분형식과 리군을 이용하여 접속을 연구하고, 리만기하학과 동차공간의 기하를 포괄하는 방법을 발전시켰다. 이러한 관점은 후대의 다발과 접속 이론으로 이어졌다.[49]
국소적인 곡률과 전역적인 위상을 연결하는 연구도 확대되었다. 천싱선은 1944년 고차원 가우스–보네 공식에 대해 주변 유클리드 공간의 매장에 의존하지 않는 내재적 증명을 제시했다.[50] 1963년에 발표된 아티야–싱어 지표 정리는 경계가 없는 콤팩트 다양체 위의 타원형 미분연산자의 해석적 지표를 위상적 자료로 계산할 수 있음을 보였다.[51] 이들 결과는 곡률·미분방정식·위상 불변량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전역 미분기하학과 전역해석학의 발전을 보여 준다.
리처드 S. 해밀턴이 1982년에 도입한 리치 흐름은 기하학적 미분방정식으로 다양체의 전역 구조를 연구하는 새로운 방법이 되었다. 그리고리 페렐만은 2002–2003년의 연구에서 이 흐름의 특이점과 수술을 제어하는 방법을 발전시켜 3차원 기하화와 푸앵카레 추측의 증명을 제시했다. 이는 국소적인 곡률의 변화로부터 공간 전체의 위상에 관한 결론을 얻는 대표적인 성과이다.[33]
같이 보기
[편집]각주
[편집]- 1 2 Knill (2025a), §§1.1–1.6.
- ↑ Shifrin (2026), 39–40쪽.
- ↑ Petersen, 정리 5.3.8, 125–127쪽.
- 1 2 3 Hitchin (2013), §§2.5, 4.6, 특히 정리 4.6, 68쪽.
- ↑ Milnor·Munkres (1958), 서론.
- ↑ Shifrin (2026), 1, 6–8쪽.
- 1 2 Shifrin (2026), 10–15쪽.
- ↑ Ghomi (2021), 1–4쪽.
- ↑ Petersen, 93–95쪽.
- ↑ Ghomi (2025), 1–4쪽; Knill (2025b), §§10.1–10.2.
- ↑ Petersen, 125–127, 213쪽.
- ↑ Nair (2024), §2.1, 16쪽.
- ↑ Nair (2024), §§2.5–2.7, 18–20쪽.
- ↑ Meinrenken (2001), 11–13쪽.
- ↑ Meinrenken (2001), 17–18, 62–65쪽.
- ↑ Guillemin·Haine (2018), §§4.3, 4.5, 109–110, 124–126쪽.
- ↑ Guillemin·Haine (2018), §2.4, 46–48쪽; §4.3, 113쪽.
- ↑ Meinrenken (2001), 정리 4.22, 35쪽.
- ↑ Nair (2024), §5.12, 70쪽; 정리 6.14.3–6.15.1, 87쪽.
- 1 2 Joyce (2019a), §7.1.
- ↑ Wendl (2008), 제3장, 69–79쪽.
- ↑ Andrews, 제10강, 95–98쪽.
- ↑ Löh (2021), §2.2.5, 93–94쪽; Kunzinger·Steinbauer (2021), 66쪽.
- ↑ Löh (2021), §2.2.4, 90–91쪽; §3.2.4, 144–145쪽.
- ↑ Andrews, 제11강, §11.2, 102–103쪽.
- ↑ Kunzinger·Steinbauer (2021), 32쪽.
- 1 2 Topping (2006), §2.1, 24–26쪽.
- ↑ Löh (2021), 예 2.2.25, 92쪽.
- 1 2 Kunzinger·Steinbauer (2021), §2.4, 62쪽.
- ↑ White의 강의, Chodosh·Mantoulidis의 강의록 (2022), §§6, 12, 13–14, 33쪽.
- ↑ “Poincaré Conjecture” (영어). 《Clay Mathematics Institute》. 2026년 9월 30일에 확인함.
- ↑ Topping (2006), §§1.1–1.2.1, 6–8쪽.
- 1 2 Lott (2007), 66–74쪽.
- ↑ Tong (2019), 91–93쪽.
- ↑ Dahl (2006), 4–5, 9쪽.
- ↑ Cannas da Silva (2006), 6–7, 46쪽.
- ↑ Cannas da Silva (2006), 57–58쪽.
- ↑ Joyce (2019b), 제1–2강, 슬라이드 4–5, 19, 25–26.
- ↑ Joyce (2019c), 제3–4강, 슬라이드 25–30, 38–40.
- ↑ Meinrenken (2026), 2–3, 12–13, 19쪽.
- ↑ Tong (2019), 26–28, 183–184쪽; Carroll (1997), 68, 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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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링크
[편집]- (영어) 도미닉 조이스의 미분기하학 입문 강의
- (영어) 키넌 크레인의 이산 미분기하학 강의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