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팽창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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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우주론에서, 급팽창 이론(急膨脹理論, 영어: inflation theory)은 우주가 매우 평탄한 이유를 초기 우주의 기하급수적인 팽창으로 설명하는 이론이다. 이 팽창은 인플라톤이라고 불리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스칼라 장에 의한 암흑 에너지에 의하여 진행되며, 대략 대폭발 뒤 10−36~10−34초 사이에 일어났다고 여겨진다.

동기[편집]

우주론적 동기[편집]

급팽창 이론은 기존의 대폭발 이론의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한다. 이 문제점에는

  • 관측된 우주가 매우 평탄하다는 평탄성 문제(flatness problem)
  • 우주 공간의 양극단에 있어 정보 교환이 불가능하여 인과율적인 관계를 갖지 않는 두 지점에 등방성이 있다는 지평선 문제(horizon problem)
  • 초기 우주에서 다수로 생성되었을 자기 홀극들이 관측하기 힘들 정도로 희석화되었다는 자기 홀극 문제(magnetic monopole problem)

등이 있다.

급팽창 이론의 표준 모형에서는 우주가 기하학적으로 평탄함을 예측하고있다. 이러한 예측은 WMAP 등에 의한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의 정밀한 관측 등에서 얻은 은하 분포의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입자 물리학적 동기[편집]

약 1015GeV의 대통일 이론 에너지 영역을 다루기 위해서 급팽창 이론은 소립자 물리학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1980년대에는 급팽창 이론의 바탕이 되는 암흑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경우를 대통일 이론이 예측하는 장소로 연결하거나, 실제 우주의 관측결과를 이용하여 대통일 이론 모형에 제한을 두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이러한 연구는 대부분 성과를 얻지 못해, 급팽창을 일으킬 암흑 에너지 밀도를 발생시키는 입자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급팽창 시대 이후 초기 우주에는 고온의 방사선을 방출하는 재가열 시대가 있었다. 이 재가열의 원인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가, 최근에는 급팽창의 종료시기에 인플라톤이 다른 입자로 붕괴하는 과정으로 인해 재가열이 일어났다는 매개변수 공진 모형이 제창되었다.

최근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의 관측에서는 다양한 경쟁 이론보다는 급팽창 이론을 강하게 지지하는 결과를 얻었다. 급팽창 모형에 남아있는 이론적인 문제 중 하나는 급팽창을 일으킬 퍼텐셜을 조정해야한다는 것이다. 만약 인플라톤이 강한 암흑 에너지를 가질 경우 그 질량은 작고 콤프턴 파장은 크게 해야 한다. 그러나 고에너지 영역의 물리학에서는 수많은 스칼라 장이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끈 이론의 경우에도 인플라톤과 인플라톤 장의 후보 입자와 스칼라 장은 많이 존재한다. 한편, 실제로 스칼라 장이 발견되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인플라톤의 후보로 반드시 스칼라 장에 한정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전개[편집]

급팽창(영어: inflation)은 에너지 밀도파 및 중력파를 생성한다. 이들의 패턴은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을 통해 오늘날 관측된다.

급팽창 이론은 여러 가지 모형들이 있지만, 이러한 모형들의 공통적인 골자는 다음과 같다.

급팽창 이론에 따르면, 초기 우주는 일종의 암흑 에너지에 의한, 지수함수적인 팽창을 겪었다. 이 팽창 시기를 급팽창(영어: inflation)이라고 한다. 평탄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급팽창은 대폭발 이후 약 10−33~10−32초 정도 동안 계속되어야 한다. 급팽창 이후 우주는 계속해서 팽창하지만, 이 팽창은 급팽창 시기보다 현저히 느리게 진행된다.

프리드만 방정식에 따라, 급팽창은 상태 방정식w\approx-1인 대상, 즉 일종의 암흑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급팽창이 언젠가 끝나야 하므로, 이는 시간에 따라 상수인 우주 상수일 수는 없다. 보통, 급팽창 모형에서는 인플라톤이라는 입자 또는 입자들을 사용하여 이러한 상태 방정식을 설명한다. 운동 에너지보다 위치 에너지가 매우 큰 스칼라 입자는 우주 상수와 같은 상태 방정식을 가지므로, 이를 통해 급팽창을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모형에서 인플라톤은 스칼라장이지만, 벡터장 따위를 인플라톤으로 삼는 모형들도 존재한다.

모형에 따라 다른 메커니즘을 통해, 인플라톤은 위치 에너지운동 에너지보다 매우 큰 에서 운동 에너지위치 에너지보다 더 큰 상으로 상전이를 겪는다. (느리게 구르는 급팽창에서는 이러한 "상전이"는 느리게 진행된다.) 인플라톤의 위치 에너지가 운동 에너지로 전환되면서, 우주의 온도는 급격히 상승하게 되며, 이 과정을 재가열(再加熱, reheating)이라고 한다. 재가열 동안에, 인플라톤의 운동 에너지는 현재 관측되는 물질 및 광자 등을 생성한다.

지평선 문제의 해결[편집]

급팽창 이론에 따르면, 초기 우주에서는 요동 모드(영어: perturbation mode)들의 크기가 허블 반지름(영어: Hubble radius)보다 더 크다. 이 요동에 의하여, 관측된 우주의 지평선 문제가 해결된다.

급팽창 동안에, 초기 우주는 (급팽창을 무시한 예상보다) 더 빨리 증가한다. 반대로, 오늘날 관측되는 우주의 크기로부터 초기 우주를 역추정하면, 초기 우주의 크기(허블 반지름)가 급팽창을 무시한 예상보다 더 작음을 알 수 있다. 급팽창 동안에서는 허블 반지름이 요동 크기들에 비해 작게 되며, 이 때문에 요동들에 의하여 관측 가능한 우주가 균등해질 수 있다. 급팽창이 끝나면 요동들의 크기가 허블 반지름보다 매우 작게 되므로, 급팽창 이후의 메커니즘은 우주 전체를 균등화시킬 수 없다.

e-배수[편집]

급팽창의 크기는 보통 e-배수(영어: e-folds) N으로 측정한다. 이는 급팽창 이후의 우주의 크기 a(t_\text{f})과 급팽창 이전의 우주의 크기 a(t_\text{i})의 비의 자연 로그이다.

N=\ln\frac{a(t_\text{f})}{a(t_\text{i})}=\int_{t_\text{i}}^{t_\text{f}}H(t)\,dt

인플라톤 \phi의 퍼텐셜 V(\phi)을 사용하면, 이 값은 다음과 같다.

N=\int H\,dt=8\pi G\int_{\phi_\text{i}}^{\phi_\text{f}}\,\frac V{dV/d\phi}\,d\phi

평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N\ge60이 필요하다.

주요 모형[편집]

급팽창 이론이 처음 제창된 이래로 25년간 급팽창 모형은 이론적인 난점을 해소하고, 관측 결과에 적합하도록 발전해왔다. 오늘날 우주론 연구자와 소립자 물리학은 급팽창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계속해서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창된 모형은 모두 프리드만 방정식의 해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는 시대가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열역학 평형 상태에 있는 우주에 대한 기본적인 가정을 가진 것만으로, 거의 모든 모형에서 급팽창의 골조가 유도된다. 실제로 초기 우주에 대한 시나리오 중에서 급팽창 시대를 겪지 않는 시나리오는 극히 드물다.

초기 급팽창 모형[편집]

최초의 급팽창 모형은 앨런 구스가 1980년에 발표하였다.[1] 이 초기 급팽창 모형에서는 탄생 직후의 우주가 가짜 진공(영어: false vacuum)이라는 상태에 있었다. 가짜 진공 상태의 우주는 강력한 더 시터르 우주의 팽창규칙을 준수한다. 구스의 모형은 급팽창이 끝난 공간이 진정한 진공 거품의 핵합성으로 우주가 만들어지는 반면, 나머지 공간에는 급팽창이 따른다. 이러한 거품끼리 충돌하면 거품의 벽에 있는 막대한 에너지가 입자로 변환되고, 이것이 초기 우주에 존재하는 고온의 방사선 및 물질 입자가 된다. 이 과정은 재가열(再加熱, reheating)이라 불린다. 급팽창이 계속되는 거대한 배경 영역에서 새로운 우주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여기에서 일반적으로 중력적 위치 에너지는 음수이므로 양의 에너지를 가진 우주가 새로 생성되어도 에너지 보존 법칙은 깨지지 않는다. 이렇게 하여 열역학 제1법칙(에너지 보존 법칙)과 열역학 제2법칙(시간의 화살 문제)를 모두 해결한다. 이에 대하여 구스는 "아무도 공짜로 점심을 사 주지 않는다"(there ain't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공짜처럼 보이는 것에도 다 댓가가 있다)라는 영어 속담에 빗대어 급팽창이야말로 최고의 "공짜 점심"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구스 모형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부족하다. 표준 대폭발 이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급팽창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진짜 진공의 핵합성 속도는 아주 작아야 하지만, 핵합성 속도가 작은 거품끼리는 충돌이 발생하지 않아 재가열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 거품 사이에 있는, 여전히 급팽창이 진행되고 있는 공간은 아주 빨리 팽창하는데, 거품 사이의 거리는 거품의 성장 속도보다 빠르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짜 진공의 붕괴에 의해 방출되는 에너지는 전부 거품 벽의 운동 에너지로 사용되는 반면, 대폭발에 필요한 고온의 에너지가 거품의 충돌에 의해 전혀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우아한 퇴장 문제(영어: graceful exit problem)라고 한다.

신 급팽창[편집]

초기 급팽창 모형의 우아한 퇴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안드레이 린데[2]와 앤드리어스 앨브렉트(영어: Andreas J. Albrecht), 폴 스타인하트(Paul J. Steinhardt)[3]신 급팽창(영어: new inflation) 모형을 제안하였다.

초기 급팽창 모형에서는 급팽창의 바탕이 되는 스칼라 장이 작은 퍼텐셜 값으로 퍼텐셜 장벽을 넘어 굴러떨어지는, 즉 터널 효과를 통한 1차 상전이 과정으로 재가열이 일어나지만, 신 급팽창 모형에서는 재가열이 2차 상전이를 통해 일어난다. 이는 터널 효과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따라서 1차 상전이에서의 진공 거품이 광속으로 팽창하는 반면 신 급팽창 모형에서는 상전이가 매우 느리게 일어날 수 있다. 이에 따라 신 급팽창 모형은 우아한 퇴장 문제를 겪지 않는다.

혼돈 급팽창[편집]

1차·2차 상전이를 필요로 하는 구·신 급팽창 모형들과 달리, 혼돈 급팽창(영어: chaotic inflation) 모형에서는 아예 상전이를 가정하지 않는다.[4][5] 대신, 이 모형에서는 (스칼라) 인플라톤 \phi의 퍼텐셜 V(\phi)의 기울기가 매우 작으며, 이에 따라서 단순한 양자 요동으로 인해 급팽창이 시작되게 된다. 즉, 인플라톤이 우연히 양자 요동으로 인해 퍼텐셜 위로 올라가고, 인플라톤이 낮은 기울기의 퍼텐셜을 천천히 굴러 내려오는 동안 급팽창이 발생하게 된다. 인플라톤 퍼텐셜의 기울기는 보통 다음과 같은 천천한 구름 매개 변수(영어: slow-roll parameters)로 나타내어진다.

\epsilon(\phi)=\frac1{16\pi G}\left(V(\phi)^{-1}\frac{\partial V(\phi)}{\partial\phi}\right)^2
\eta(\phi)=\frac1{8\pi G}\left(V(\phi)^{-1}\frac{\partial^2V(\phi)}{\partial\phi^2}\right)

이와 같은 천천한 구름(영어: slow roll)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두 천천한 구름 매개 변수가 1보다 작아야 한다.

\epsilon,|\eta|\ll1

혼돈 급팽창 모형은 일반적으로 영원히 계속된다.[5] 고전적으로는 스칼라 장은 굴러떨어질 뿐이지만, 양자 요동에 의해 퍼텐셜이 높은 위치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이 위치는 퍼텐셜 에너지가 낮은 위치에 비해 매우 빨리 팽창한다. 따라서 일부 위치에서 급팽창이 끝나도, 급팽창이 계속되는 영역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급팽창이 일어나는 지역은 항상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특정 영역에서 급팽창이 끝나도 양자 요동에 의해 우주의 대부분에서 급팽창이 지속되는 정상 상태를 영원한 급팽창(영어: eternal inflation)이라고 한다. 영원한 급팽창이 과거에도 영원히 계속되었는가, 즉, 우주가 무한한 과거부터 계속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따라서 이 이론도 우주의 초기 조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 무한한 과거부터 계속되어 오는 급팽창이라는 모형은 정상 우주론과 유사하다.

혼합 급팽창[편집]

느리게 구르는 급팽창 모형 가운데 혼합 급팽창(hybrid inflation)이라는 모형도 있다. 이 모형은 새로운 스칼라 장을 도입하는데, 하나의 스칼라 장이 느리게 구르는 급팽창에 대응하고, 다른 스칼라 장이 급팽창의 종료를 유도한다. 즉, 급팽창이 충분히 오래 지속되면 두 번째 스칼라 장이 매우 낮은 에너지 상태로 떨어질 확률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급팽창이 끝나고 재가열이 시작된다.

관측[편집]

관측 분야에서는 현재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의 관측 정밀도를 향상시켜, 급팽창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편광을 높은 정밀도로 측정하여 현재 예측되고 있는 급팽창의 에너지 규모가 올바른지의 여부를 밝히려고 하고 있다.

2006년까지는 우주의 급팽창 시대와 현재 관측되는 가속팽창, 암흑 에너지가 관계가 있는지, 만약 있다면 어떤 관계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져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암흑 에너지는 급팽창과 많은 점에서 유사하지만, 현재 우주의 팽창은 10-12GeV보다 훨씬 낮은 에너지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급팽창의 에너지 규모의 자릿수도 엇갈리는 상태이다.

2014년 3월 17일에 BICEP2 공동 연구에서 에너지 밀도의 텐서 요동(r\approx0.2)을 발견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많은 급팽창 모형들이 비교적 큰 규모의 텐서 요동을 예측하므로, 만약 이 발표가 참이라면 이는 일부 급팽창 모형에 대한 증거가 된다. 그러나 현재 (2014년 중순) BICEP2의 발표가 얼마나 확실한지는 아직 논쟁에 휩싸여 있다.

주석[편집]

  1. Guth, Alan H. (1981년). Inflationary universe: A possible solution to the horizon and flatness problems (PDF). 《Physical Review D》 23 (2): 347–356. doi:10.1103/PhysRevD.23.347. Bibcode1981PhRvD..23..347G.
  2. Linde, Andrei (1982년). A new inflationary universe scenario: A possible solution of the horizon, flatness, homogeneity, isotropy and primordial monopole problems. 《Physics Letters B》 108 (6): 389–393. doi:10.1016/0370-2693(82)91219-9. Bibcode1982PhLB..108..389L.
  3. Albrecht, Andreas, Paul Steinhardt (1982년). Cosmology for grand unified theories with radiatively induced symmetry nreaking (PDF). 《Physical Review Letters》 48 (17): 1220–1223. doi:10.1103/PhysRevLett.48.1220. Bibcode1982PhRvL..48.1220A.
  4. (영어) Linde, A. (1983년 9월 22일). Chaotic inflation. 《Physics Letters B》 129 (3–4): 177–181. doi:10.1016/0370-2693(83)90837-7. Bibcode1983PhLB..129..177L.
  5. Linde, A. D. (1986년 8월 14일). Eternally existing self-reproducing chaotic inflationary universe. 《Physics Letters B》 175 (4): 395–400. doi:10.1016/0370-2693(86)90611-8. Bibcode1986PhLB..175..395L.

참고 문헌[편집]

교재[편집]

리뷰 논문[편집]

대중 서적[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