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팽창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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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팽창이론(急膨脹理論, inflation theory)[1]물리우주론에서 우주가 매우 평탄한 이유를 초기 우주의 기하급수적인 팽창으로 설명하는 이론이다. 이 팽창은 인플라톤이라고 불리는 가상의 스칼라 장에 의한 암흑 에너지에 의하여 진행되며, 대략 빅뱅 뒤 10-36~10-34초 사이에 일어났다고 여겨진다.

동기[편집]

급팽창 이론은 기존의 빅뱅 이론의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한다. 이 문제점에는

  • 관측되고있는 우주가 매우 평탄하다는 평탄성 문제(flatness problem)
  • 우주 공간의 양극단에 있어 정보교환이 불가능하여 인과율적인 관계를 갖지 않는 두 지점에 등방성이 있다는 지평선 문제(horizon problem)
  • 초기 우주에서 다수로 생성되었을 자기 홀극들이 관측하기 힘들 정도로 희석화되었다는 자기 홀극 문제(magnetic monopole problem)

등이 있다.

급팽창 이론의 표준 모형에서는 우주가 기하학적으로 평탄함을 예측하고있다. 이러한 예측은 WMAP 등에 의한 우주 배경 복사의 정밀한 관측 등에서 얻은 은하 분포의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약 1015GeV의 대통일 이론 에너지 영역을 다루기 위해서 급팽창 이론은 소립자 물리학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1980년대에는 급팽창 이론의 바탕이 되는 암흑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경우를 대통일 이론이 예측하는 장소로 연결하거나, 실제 우주의 관측결과를 이용하여 대통일 이론 모형에 제한을 두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이러한 연구는 대부분 성과를 얻지 못해, 급팽창을 일으킬 암흑 에너지 밀도를 발생시키는 입자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급팽창 시대 이후 초기 우주에는 고온의 방사선을 방출하는 재가열 시대가 있었다. 이 재가열의 원인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져있지 않다가, 최근에는 급팽창의 종료시기에 인플라톤이 다른 입자로 붕괴하는 과정으로 인해 재가열이 일어났다는 매개변수 공진 모형이 제창되었다.

최근 우주 배경 복사의 관측에서는 다양한 경쟁 이론 보다는 급팽창 이론을 강하게 지지하는 결과를 얻었다. 급팽창 모형에 남아있는 이론적인 문제 중 하나는 급팽창을 일으킬 퍼텐셜을 조정해야한다는 것이다. 만약 인플라톤이 강한 암흑 에너지를 가질 경우 그 질량은 작고 컴프턴 파장은 크게 해야한다. 그러나 고에너지 영역의 물리학에서는 수많은 스칼라 장이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끈 이론의 경우에도 인플라톤과 인플라톤 장의 후보 입자와 스칼라 장은 많이 존재한다. 한편, 실제로 스칼라 장이 발견되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인플라톤의 후보로 반드시 스칼라 장에 한정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역사[편집]

급팽창 이론이 처음 제창된 이래로 25년간 급팽창 모형은 이론적인 난점을 해소하고, 관측결과에 적합하도록 발전해왔다. 오늘날 우주론 연구자와 소립자 물리학은 급팽창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계속해서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창된 모형은 모두 프리드만 방정식의 해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는 시대가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열역학적 평형 상태에 있는 우주에 대한 기본적인 가정을 가진 것만으로, 거의 모든 모형에서 급팽창의 골조가 유도된다. 실제로 초기 우주에 대한 시나리오 중에서 급팽창 시대를 겪지 않는 시나리오는 극히 드물다.

초기 급팽창 모형[편집]

최초의 급팽창 모형은 앨런 구스(Alan H. Guth)가 1980년에 발표하였다.[2] 이 초기 급팽창 모형에서는 탄생 직후의 우주가 가짜 진공(false vacuum)이라는 상태에 있었다. 가짜 진공 상태의 우주는 강력한 더 시터르 우주의 팽창규칙을 준수한다. 구스의 모형은 급팽창이 끝난 공간이 진정한 진공거품의 핵생성으로 우주가 만들어지는 반면, 나머지 공간에는 급팽창이 따른다. 이러한 거품끼리 충돌하면 거품의 벽에 있는 막대한 에너지가 입자로 변환되고, 이것이 초기 우주에 존재하는 고온의 방사선 및 물질 입자가 된다. 이 과정은 재가열(再加熱, reheating)이라 불린다. 급팽창이 계속되는 거대한 배경 영역에서 새로운 우주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여기에서 일반적으로 중력적 위치 에너지는 음수이므로 양의 에너지를 가진 우주가 새로 생성되어도 에너지 보존 법칙은 깨지지 않는다. 이렇게 하여 열역학 제1법칙(에너지 보존 법칙)과 열역학 제2법칙(시간의 화살 문제)를 모두 해결한다. 이에 대하여 구스는 "아무도 공짜로 점심을 사 주지 않는다"(there ain't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공짜처럼 보이는 것에도 다 댓가가 있다)라는 영어 속담에 빗대어 급팽창이야말로 최고의 "공짜 점심"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구스 모형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부족하다. 표준 빅뱅 이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만큼 충분히 급팽창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진짜 진공의 핵합성 속도는 아주 작아야하지만, 핵합성 속도가 작은 거품끼리는 충돌이 발생하지 않아 재가열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 거품 사이에 있는, 여전히 급팽창이 진행되고 있는 공간은 아주 빨리 팽창하는데, 거품 사이의 거리는 거품의 성장 속도보다 빠르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짜 진공의 붕괴에 의해 방출되는 에너지는 전부 거품 벽의 운동 에너지로 사용되는 반면, 빅뱅에 필요한 고온의 에너지가 거품의 충돌에 의해 전혀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우아한 퇴장 문제(graceful exit problem)라고 한다.

느리게 구르는 급팽창[편집]

초기 급팽창 모형의 우아한 퇴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안드레이 린데[3]와 앤드리어스 앨브렉트(영어: Andreas J. Albrecht), 폴 스타인하트(Paul J. Steinhardt)[4]느리게 구르는 급팽창(slow-roll inflation) 또는 새 급팽창(new inflation) 모형을 제안하였다.

초기 급팽창 모형에서는 급팽창의 바탕이 되는 스칼라 장이 작은 퍼텐셜 값으로 퍼텐셜 장벽을 넘어 굴러떨어지는 과정으로 급팽창 모형이 만들어지지만, 느리게 구르는 급팽창 모형은 이전의 모형에 비해 거의 평평한 모양으로 되어있어 이 퍼텐셜 위에서 스칼라 장이 천천히 굴러떨어진다. 이 모형에서는 우주의 팽창은 더 시터르 우주와 근사할 뿐, 실제로는 허블 상수가 감소, 즉 팽창 속도가 느려진다.

스칼라 장이 충분히 굴러떨어지면 퍼텐셜의 경사가 점점 더 급해지는데, 이에 따라 우주는 급팽창 시기를 벗어나고 재가열(再加熱, reheating) 시대를 맞이한다. 이 시대에서는 스칼라 장의 위치 에너지가 물질 입자로 바뀌게 된다.

느리게 구르는 급팽창 모형은 일반적으로 영원히 계속된다. 고전적으로는 스칼라 장은 굴러떨어질 뿐이지만, 양자 요동에 의해 퍼텐셜이 높은 위치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이 위치는 퍼텐셜 에너지가 낮은 위치에 비해 매우 빨리 팽창한다. 따라서 일부 위치에서 급팽창이 끝나도, 급팽창이 계속되는 영역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급팽창이 일어나는 지역은 항상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특정 영역에서 급팽창이 끝나도 양자 요동에 의해 우주의 대부분에서 급팽창이 지속되는 정상상태를 영원한 급팽창(eternal inflation) 또는 혼란한 급팽창(chaotic inflation)이라고 제창되었다. 영원한 급팽창이 과거에도 영원히 계속되었는가, 즉, 우주가 무한한 과거부터 계속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따라서 이 이론도 우주의 초기 조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 무한한 과거부터 계속되어온 급팽창이라는 모형은 정상 우주론과 유사하다.

느리게 구르는 급팽창 모형 가운데 혼합 급팽창(hybrid inflation)이라는 모형도 있다. 이 모형은 새로운 스칼라 장을 도입하는데, 하나의 스칼라 장이 느리게 구르는 급팽창에 대응하고, 다른 스칼라 장이 급팽창의 종료를 유도한다. 즉, 급팽창이 충분히 오래 지속되면 두 번째 스칼라 장이 매우 낮은 에너지 상태로 떨어질 확률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급팽창이 끝나고 재가열이 시작된다.

기타 모형[편집]

초끈이론이나 양자 중력 이론의 맥락에서 제안하는 잘 알려진 모형 중 하나는 우주에는 우리가 경험하는 3차원 공간보다 더 많은 공간차원이 있어, 플랑크 길이 정도의 크기로 존재하는 여분차원 이외의 3차원에서만 급팽창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끈 이론이라고 불리며, 이 이론에서는 우주에서 3개의 차원에서만 팽창이 일어나고 나머지 차원은 플랑크 크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이론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제기된다.

관측[편집]

관측 분야에서는 현재 우주 배경 복사의 관측 정밀도를 향상시켜, 급팽창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우주 배경 복사의 편광을 높은 정밀도로 측정하여 현재 예측되고 있는 급팽창의 에너지 규모가 올바른지의 여부를 밝히려고 하고 있다.

2006년까지는 우주의 급팽창 시대와 현재 관측되는 가속팽창, 암흑 에너지가 관계가 있는지, 만약 있다면 어떤 관계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져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암흑 에너지는 급팽창과 많은 점에서 유사하지만, 현재 우주의 팽창은 10-12GeV보다 훨씬 낮은 에너지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급팽창의 에너지 규모의 자릿수도 엇갈리는 상태였다.


그러나 2014년 3월 17일, 미국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센터가 '인플레이션의 직접적인 증거를 발견'했다고 발표하면서 인플레이션 이론은 사실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 검증과정이 남아 있으므로 인플레이션 이론이 완전히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워낙 정밀하고 정확한 실험에다가 명확한 관측값(5.9 sigma로 관측되었다) 때문에 학계에서는 인플레이션 이론을 사실상 실험적으로 입증했다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인플레이션 이론이 사실이라면, 강한 중력파가 우주에 퍼졌을 것이다. 따라서 강한 중력파에게 '맞은' 흔적을 찾으면 인플레이션 이론을 입증할 수 있다. 중력파가 지나간 흔적은 빛의 B-모드 편광을 통해 알 수 있는데, 존 코백의 연구팀은 우주 배경 복사(CMB)에서 B-모드 편광을 관측했다. (사실 B-모드 편광은 관측된 바 있다. 자세한 내용은 B-모드 편광 문서를 참고하기 바란다.)

앞으로 검증 과정을 거쳐 인플레이션 이론이 실험적으로 완전히입증된다면, 인류는 은하와 생명의 진정한 기원을 밝힌 것이다.

주석[편집]

  1. 한국천문학회 편, 《천문학용어집》 220쪽 우단 34째줄
  2. Guth, Alan H. (1981년). Inflationary universe: A possible solution to the horizon and flatness problems (PDF). 《Physical Review D》 23 (2): 347–356. doi:10.1103/PhysRevD.23.347. Bibcode1981PhRvD..23..347G.
  3. Linde, Andrei (1982년). A new inflationary universe scenario: A possible solution of the horizon, flatness, homogeneity, isotropy and primordial monopole problems. 《Physics Letters B》 108 (6): 389–393. doi:10.1016/0370-2693(82)91219-9. Bibcode1982PhLB..108..389L.
  4. Albrecht, Andreas, Paul Steinhardt (1982년). Cosmology for Grand Unified Theories with Radiatively Induced Symmetry Breaking (PDF). 《Physical Review Letters》 48 (17): 1220–1223. doi:10.1103/PhysRevLett.48.1220. Bibcode1982PhRvL..48.1220A.

참고 자료[편집]

대중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