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구

해구(海溝, 문화어: 바다홈, 영어: oceanic trench)는 해저에 길고 좁게 발달한 깊은 지형적 저지이다. 해구는 흔히 대륙사면과 심해저가 만나는 곳에 이어지며, 대부분 수렴형 판 경계에서 한 판이 다른 판 아래로 섭입하기 시작하는 곳에 형성된다. 주변 해저보다 수 km 낮고 단면이 대체로 V자형이며, 주변에서는 지진과 화산 활동이 활발하다. 전 세계 해구의 총 길이는 약 5만 km로 추정되며, 대부분 태평양 주변에 분포한다.[1][2]
해구에서 가장 깊은 부분을 해연이라고 한다. 현재 측정된 해양 최심부는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해연으로, 수심은 약 10,994 m이다.[3]
판 구조론과 분포
[편집]해구는 섭입대의 지표 지형이다. 해양 암석권을 포함한 판이 다른 판을 향해 이동하면, 밀도가 큰 해양판이 휘어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하는 위치에 해구가 생긴다. 해구는 대체로 화산호의 바다 쪽에 평행하게 놓이고, 해구·화산호·베니오프대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수렴 경계를 식별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1][4]
해구의 대부분은 태평양 주변의 환태평양 조산대에 분포한다. 그 밖에 인도양 동부와 대서양·지중해의 일부 수렴형 경계에도 해구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알류샨 해구, 필리핀 해구, 쿠릴-캄차카 해구, 일본 해구, 마리아나 해구, 통가 해구, 페루-칠레 해구, 자바 해구가 있다.
해구는 대륙 충돌대와 구별된다. 해양판이 섭입하는 경계에서는 해구와 화산호가 뚜렷하게 발달하는 경우가 많지만, 두 대륙 지각이 충돌하는 경계에서는 두꺼운 부력성 지각의 융기와 변형이 두드러진다.[1]
형태와 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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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구는 보통 너비 50~100 km이고 주변 심해저보다 3~4 km 낮다. 안쪽 경사면은 위에 놓인 판의 가장자리를 이루므로 비교적 가파르고, 바깥쪽 경사면은 해구로 휘어 들어가는 섭입판에 해당해 더 완만하다. 해구 바닥은 두 판이 맞닿아 미끄러지는 섭입 경계면을 따른다.[2][5]
해구의 수심은 섭입을 시작하는 해양 암석권의 나이와 두께, 섭입판이 맨틀로 내려가는 각도, 해구에 쌓인 퇴적물의 양에 따라 달라진다. 서태평양의 오래된 해양 암석권이 섭입하는 해구는 동태평양의 젊은 암석권이 섭입하는 해구보다 깊은 경향이 있다.[5]
해구의 형태는 퇴적물의 양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대륙에서 멀고 건조한 지역에 인접한 해구는 퇴적물이 적어 양쪽 경사와 바깥쪽 융기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반대로 강과 대륙 사면에서 많은 퇴적물이 공급되는 곳에서는 해구가 퇴적물로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메워질 수 있다. 퇴적물은 해구 축을 따라 이동하거나, 지진으로 해구 안쪽 사면이 무너질 때 한꺼번에 쌓이기도 한다.[6]
퇴적물이 거의 없는 해구에서는 섭입하는 판이 위에 놓인 판의 아래쪽을 깎아 내는 침식형 경계가 발달한다. 퇴적물이 많은 해구에서는 퇴적물이 위에 놓인 판 앞쪽에 쌓여 부가체를 이룬다. 이 차이는 해구 안쪽 경사면의 높이와 지질 구조를 결정한다.[1]
지진과 해저 생태계
[편집]해구 주변에서는 판의 섭입으로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대규모 메가스러스트 지진은 안쪽 경사면에서 해저 산사태를 일으킬 수 있으며, 해구에 섭입하는 해산이나 해령의 크기와 퇴적물의 양은 지진이 파열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7]
섭입하는 퇴적물에 갇힌 유체는 해구 주변으로 빠져나와 이암 화산과 저온 분출공을 만들 수 있다. 이곳에서는 화학 물질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미생물이 생태계의 기초를 이루며, 해구의 깊은 환경에 적응한 생물 군집이 발달한다. 해구에 플라스틱 폐기물이 축적될 가능성도 보고되었다.[8]
탐사와 용어의 역사
[편집]19세기 후반까지 심해저의 수심 자료는 매우 부족했다. 1872~1876년 챌린저 탐사대의 측심은 심해의 지형을 체계적으로 기록하는 계기가 되었고, 20세기 중반의 음향 측심과 해저 지구물리 탐사는 해구가 길고 연속적인 지형임을 확인했다. 1960년에는 트리에스테가 챌린저 해연에 도달했다. 현대적 의미의 영어 trench라는 용어는 1923년 해양학 교재에서 해저의 길고 좁은 저지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기 시작했다.[9][10]
해구와 해곡
[편집]해구와 해곡은 모두 길게 이어지는 해저 저지이지만 지형과 생성 환경이 다르다. 해구는 수렴형 판 경계의 V자형 저지인 반면, 해곡은 더 넓고 바닥이 평평한 경우가 많으며 판 경계의 구조가 서로 다를 수 있다. 따라서 깊이만으로 두 지형을 구분하지 않는다.[2]
같이 보기
[편집]각주
[편집]- 1 2 3 4 Stern, Robert J. (2005). 〈Ocean Trenches〉 (영어). 《Encyclopedia of Geology》. 428–437쪽. doi:10.1016/B0-12-369396-9/00141-6.
- 1 2 3 Harris, P. T.; MacMillan-Lawler, M.; Rupp, J.; Baker, E. K. (2014). “Geomorphology of the oceans” (영어). 《Marine Geology》 352: 4–24. doi:10.1016/j.margeo.2014.01.011.
- ↑ “Oceans' extreme depths measured in precise detail” (영어). BBC. 2021년 5월 11일. 2026년 8월 9일에 확인함.
- ↑ Kearey, Philip; Klepeis, Keith A.; Vine, Frederick J. (2009). 《Global Tectonics》 3판 (영어). Wiley-Blackwell. 184–188, 250–251쪽.
- 1 2 Kearey, Philip; Klepeis, Keith A.; Vine, Frederick J. (2009). 《Global Tectonics》 3판 (영어). Wiley-Blackwell. 250–251쪽.
- ↑ Völker, David; Geersen, Jacob; Contreras-Reyes, Eduardo; Reichert, Christian (2013). “Sedimentary fill of the Chile Trench (32–46°S): Volumetric distribution and causal factors” (영어). 《Journal of the Geological Society》 170 (5): 723–736. doi:10.1144/jgs2012-119.
- ↑ Völker, David; Geersen, Jacob; Contreras-Reyes, Eduardo; Sellanes, Javier (2014). “Morphology and geology of the continental shelf and upper slope of southern Central Chile (33°S–43°S)” (영어). 《International Journal of Earth Sciences》 103 (7): 1765–1787. doi:10.1007/s00531-012-0795-y.
- ↑ Jamieson, Alan J.; Fujii, Takehiro; Mayor, Daniel J.; Solan, Mark; Priede, Igor G. (2010). “Hadal trenches: the ecology of the deepest places on Earth” (영어). 《Trends in Ecology & Evolution》 25 (3): 190–197. doi:10.1016/j.tree.2009.09.009.
- ↑ Johnstone, James (1923). 《An Introduction to Oceanography, With Special Reference to Geography and Geophysics》 (영어).
- ↑ Eiseley, Loren (1946). 《The Immense Journey》 (영어). Vintage Books. 38–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