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번로
춘추번로(春秋繁露)는 전한 중기의 유학자 동중서의 저서로 전해지는 책이다.
춘추 시대의 노나라의 연대기 《춘추(春秋)》의 기술 속에 공자가 은연중 불어 넣은 역사 비판의 정신을 밝히려 하는 것이 공양학(公羊學)인데, 《춘추공양전》이 그 근거가 된다. 《춘추번로》는 《공양전》에 기준하였고, 때로는 그것을 넘어서 동중서가 그 당시 한 왕조의 정치체제에 철학적 근거를 확립하려 했던 책이다. 번로(繁露)라는 명칭은 《한서》 〈동중서전(董仲舒傳)〉에 그 저서의 1편의 이름으로서만 게재되어 있다. 또 같은 책 〈예문지(藝文志)〉에도 그의 저서로서는,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 《공양동중서치옥십륙편(公羊董仲舒治獄十六篇)》, 《춘추결옥이백삼십사(春秋決獄二百三十事)》만이 게재되어 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춘추번로》 17권 82편(그 중 3편은 없음)은 전부가 동중서의 것은 아닐 것이라고 의심하는 설도 있다.
이론[편집]
《춘추번로》에 보이는 동중서의 특징적인 이론은 다음과 같다.
- 현(賢)과 불초(不肖), 덕(德)과 형(刑), 경(經)과 권(權) 등의 가치의 상하를 절대화하는데, 양(陽)은 귀하고 음(陰)은 천하다고 하는 음양설(陰陽說)을 강조한다.
- 왕의 독존성을 논술할 경우에 천(天)·지(地)·인(人)의 3(三)을 '一', 즉 도(道)로 관통한 것이라고 하는 것 따위의 억지 문자학을 사용하였다. 또 왕은 황(皇)·방(方)·광(匡)·황(黃)·왕(往)과 통하여 천하가 귀왕(歸往)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것은 후한의 문자학자 허신(許愼)의 《설문해자(說文解字)》에도 채용되어 있다.
- 《춘추》의 권위를 숭상하여 춘추는 바로 공자가 한 왕조를 위하여 미리 법을 제정해 준 ‘대의미언(大義微言)’이라 주장한다. 이 점이 후한의 공양학자(公羊學者) 하휴(何休)에 의하여 삼세이사설·이내외설(異內外說) 등으로 정비되면서 공양학은 더욱 발전되어 간다.
- 백·적·흑의 삼통순환설(三統循環說)에 의하여 왕조의 혁명과, 그것에 수반하는 역법(曆法)과 복색(服色)의 개정을 합리화한다. 그러나 일면 5행설(五行說)에 기본하여 ‘토(土)’를 5행의 중추로 삼고 한 왕조를 그것에 해당시키고 있다.
- 천자를 정점으로 하는 3공(三公)·9경(九卿)·27대부(二十七大夫)·81사(八十一士)를 ‘천지수(天之數)’에 합치한다고 하는 천인상응설(天人相應說)과, 천(天)의 견책(譴責)은 우선 ‘재(災)’로 나타나고, 이어 하늘의 ‘이(異)’가 내린다고 하는 재이설(災異說) 등으로 천위(天威)를 강조한다. 동중서, 하휴 등이 전개한 한대의 공양학은 그 후 크게 떨치지 못하였으나, 19세기 청조 후기의 중국의 위기에 즈음하여 부활되었고, 《춘추번로》의 주석도 수종류 나왔다. 그 중에서 소여(蘇輿)의 《춘추번로의증(春秋繁露義證)》은 공양가(公羊家)에 편벽되지 않은 입장에서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