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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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치펠의 추락》 — 귀스타프 도레.

루치펠(라틴어: Lucifer)은 기독교에서 사탄에게 자주 부여하는 이름으로, 이사야서의 한 구절을 특별히 해석한 것에서 유래한다. 좀 더 명확하게는 하늘나라에서 추방 당하기 이전에 사탄이 지녔던 이름이라고 한다. 루시퍼는 루치펠의 영어식 음역에 해당하며, 개신교에서는 계명성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루키펠, 루치페로 등으로도 표기한다.

어원

루치펠은 ‘빛을 가져온 자’(lux, lucis “빛” + -ferre “띠는”, “가져 오는”)라는 말의 라틴어로서, 기독교 이전부터 샛별(빛나는 별)을 지칭하는 데 사용되었다. 라틴어 불가타 성경에는 샛별과 관련하여 두 번 언급하고 있다: 첫째는 베드로의 둘째 편지 1장 19절[1]그리스어 “Φωσφόρος”를 글자 그대로의 뜻인 “빛을 가져오는 자”와 정확히 같은 뜻인 라틴어 “루치펠”로 번역한 것이며, 둘째는 이사야서 14장 12절[2]의 “הילל”을 또한 “샛별”로 번역한 것이다. 이 “샛별”은 본래 바빌로니아의 왕을 가리키던 것으로서 예언적 시각에서 그의 몰락을 설명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잘못된 주장으로서 왕을 루치펠로서 비유 하였다.

티로의 왕에 관한 에제키엘서 28장 11-19절[3]의 비슷한 구절 또한 사탄에 적용되어 사탄과 그의 추락에 전통적인 그림을 제공하였다.

베드로의 샛별

베드로의 둘째 편지 1장 19절 "여러분의 마음속에서 날이 밝아 오고 샛별(라틴어 루치펠)이 떠오를 때까지" 의 영향으로 인해 최초의 그리스도인들은 루치펠가 그리스도에 적용되어 그리스도의 라틴어 이름으로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찬송가 "새벽의 노래"[4], 와 사르데냐의 주교 성 루치펠의 이름.[5]

이사야서의 샛별

이사야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주님께서 너의 괴로움과 불안에서, 너에게 지워진 심한 노역에서 너를 풀어 주시는 날에, 너는 바빌론 임금에 대하여 이러한 조롱의 노래를 지어 부를 것이다. 어찌하다 압제자가 종말을 고하고 억압이 끝나게 되었는가? … 어찌하다 하늘에서 떨어졌느냐? 빛나는 별, 여명의 아들인 네가! 민족들을 쳐부수던 네가 땅으로 내동댕이쳐지다니. 너는 네 마음속으로 생각했었지. ‘나는 하늘로 오르리라. 하느님의 별들 위로 나의 왕좌를 세우고 북녘 끝 신들의 모임이 있는 산 위에 좌정하리라. 나는 구름 꼭대기로 올라가서 지극히 높으신 분과 같아져야지.’ 그런데 너는 저승으로, 구렁의 맨 밑바닥으로 떨어졌구나. 너를 보는 자마다 너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눈여겨 살펴보면서 말하리라. “이자는 세상을 뒤흔들고 나라들을 떨게 하던 자가 아닌가? 땅을 사막처럼 만들고 성읍들을 파괴하며 포로들을 고향으로 보내 주지 않던 자가 아닌가?”[6]

이 구절은 본래 “바빌론의 왕”을 묘사한 것으로 전능해 보이는 “남자”이지만 결국 비천해질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 것이었다. 이사야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자유를 되찾을 것이라면서 그들 압제자에 반대하여 조롱하는 노래에서 샛별(금성)의 이미지를 사용하였다. 위 구절에서 “샛별, 여명의 아들”을 뜻하는 옛 히브리어 “הילל בן־שׁחר”(hélél ben-šachar)을 한국어 번역 성경에서는 “빛나는 별, 여명의 아들”로 번역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실추하는 샛별의 이미지는 유대인만의 독자적인 발상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원주민인 가나안 사람과 이집트 사람, 페르시아 사람 사이에서 생겨난 것이다. 예를 들어 가나안에서는 샛별 신의 이름을 샤헬이라고 불렀다. 샤헬은 자신보다 위에 있는 태양신의 영광을 질투하여 그 옥좌를 빼앗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 쿠데타에 실패하여 번갯불처럼 하늘에서 땅으로 던져졌다. 그 모습을 노래한 시가 수세기를 거쳐오면서 앞서 소개했던 이사야서의 문구에 영향을 끼쳤다. 즉 유대인은 가나안의 전승을 받아들였던 것이다.[7]

사탄으로서의 루치펠

하늘에서 쫓겨난 루치펠, 밀튼실락원, 귀스타프 도레.

유대교 백과사전에는 서력 기원전에 이미 아담과 하와의 생애에녹서에 나오는 사탄-사타나일을 예로 들면서 루치펠 신화를 사탄에 이입하였다. 본래 그는 대천사 가운데 하나였지만 자신의 강력한 힘에 취해 자신의 왕좌를 땅 위의 구름보다 더 높이 올리고자 했기 때문에 부하들과 같이 하늘에서 내던져졌다고 한다. 이후 그는 무저갱 위에 끊임없이 바람을 가르며 날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루치펠을 구약성경에 나오는 적대자 사탄과 동일시한 것은 그리스도인 저술가들의 견해가 결정적이었다. 테르툴리아누스(Contra Marrionem, v. 11, 17)와 오리게네스(Ezekiel Opera, iii. 356)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루치펠과 사탄이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으며, 또한 신약성경의 몇몇 구절을 언급하면서 그가 하늘에서 추방당했다고 여겼다(묵시 12,7-9[8]; 루카 10,18[9]). 이것으로 사탄=루치펠 같은 형태가 완성되었다. 후세의 신학자가 설명한 바로는 그가 천사로서 하늘에 있던 때의 이름이 루치펠이며, 지상에 떨어진 후부터 사탄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에 따르면, 루치펠은 원래 하느님의 오른쪽에 앉도록 허락받은, 가장 신뢰받는 천사장(天使長)이었다고 한다. 이름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그는 주위의 다른 천사들을 압도하는 아름다움과 용기 그리고 기품으로 가득 찬 천사였다. 그런데 하나님의 은총을 한몸에 받으며 모든 천사를 통솔하던 루치펠의 마음에 악이 침투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위대하다고 생각하면서 어느새 하느님을 대신하여 자신이 옥좌에 앉을 생각을 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마음이 하느님의 분노를 사서 그는 하늘에서 추방당하게 되었다. 즉 타락천사가 되었던 것이다. 죄명은 ‘교만’이었다. 일설에 따르면 이때 추방된 것은 루치펠만이 아니라 그를 따르는 반역천사 군대도 함께였다고 한다. 루치펠은 이들 타락천사 군단의 원조를 얻어 하느님과 대등한 자리에 오르고자 기도했던 것이다. 그 수가 모든 천사의 3분의 1에 이른다는 이야기도 있다[10]

그 후 하느님에게 복수하고자 그는 자유자재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을 이용해 으로 변신하고 아담과 하와로 하여금 금지한 나무의 과실을 따 먹게 하는 데 성공하여 타락이라는 죄에 빠뜨렸다. 이로 말미암아 원죄라는 것이 생겨났다. 그리고 아담하와는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에덴 동산에서 쫓겨났고 엄격한 생활을 강요받게 되었다.

게다가 루치펠은 사람들 옆에 있으면서 끊임없이 사람들을 괴롭히며 죄를 범하게 하고 유혹을 멈추지 않는다. 즉, 악의 최초 원인이며 동시에 모든 죄의 원인이다. 또 개인에게 절망을 주고 나라를 전쟁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루치펠은 이런 한 가지 한 가지 악덕마다 각각의 악마들을 배당해서 조장시킨다.[11]

문학

중세 최대의 시인으로 알려진 단테의 대표작 신곡에는 하늘에서 추방되어 지상에 떨어지는 루치펠에 관한 내용이 있다. 그에 따르면, 루치펠이 하늘에서 낙하한 것은 예루살렘의 정반대 쪽인 남반구였다고 한다. 루치펠이 지상에 접근함에 따라 육지는 공포와 혐오 때문에 몸을 수축하고 충돌을 피하고자 북반구 쪽으로 물러났다. 그리하여 남반구에 육지가 없어지고 온통 물만 남게 되었다.

또 루치펠이 지상에 충돌하는 순간 심한 충격으로 거대한 균열이 생겼으며, 루치펠은 죄의 무게 때문에 지구 중심까지 빠져 들어갔다. 그곳은 얼음으로 뒤덮인 불모의 땅이었는데, 루치펠이 그 얼음 속에 갇힘으로써 지옥이라는 장소가 생겨났다. 그리고 루치펠의 격돌에 의해 거대한 구멍이 팼기 때문에 지표에 내던져진 흙이 연옥의 산이 되었다고 단테는 설명한다.

지구의 중심에 갇힌 루치펠은 그 지점에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사람에게 미치고 있다. 죄를 향한 유혹은 중력과도 비슷한 작용을 가지며, 사람들을 자신도 모르는 새 점차 지옥으로 끌고 들어간다. 중세의 민간전승에 따르면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지는 것도 루치펠의 힘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신곡에는 표범사자 그리고 이리의 모습을 이용해 루치펠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구절이 있다. 단테는 이들 세 종류의 맹수에 관해 고대로부터 사람들이 품어왔던 이미지를 응축하여 루치펠에게 결부시켰다. 즉, 표범은 ‘하느님과 사람의 적’이며, 사자는 ‘무덤의 파수꾼’이면서 자기 새끼조차 탐식하는 잔인한 성격이다. 또 이리는 야행성으로 사람을 저승에 보내는 역할을 하며, 때로는 위험하게 쓰이는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모든 동물을 누를 만큼의 잔인함과 흉포함으로 사람들을 공포에 빠뜨리면서, 한편으론 민첩함과 위엄, 고고함과 범하기 어려운 신성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게다가 모두 영웅의 출현으로 퇴치된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단테는 이런 이미지야말로 루치펠을 표현하는 데 어울린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들 동물의 머리글자가 모두 루치펠(Lucifer)과 같은 L인 것(Leopard, Lion, Lupus)은 기묘한 일치가 아닐 수 없다.[12]

같이 보기

주석

  1. …여러분의 마음속에서 날이 밝아 오고 샛별이 떠오를 때까지…
  2. 어찌하다 하늘에서 떨어졌느냐? 빛나는 별, 여명의 아들인 네가! 민족들을 쳐부수던 네가 땅으로 내동댕이쳐지다니.
  3. 주 하느님이 이렇게 말한다. 너는 완전함의 본보기로서 지혜와 더없는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하느님의 동산 에덴에서 살았다. 너는 홍옥수와 황옥 백수정과 녹주석과 마노 벽옥과 청옥과 홍옥과 취옥 온갖 보석으로 뒤덮였고 너의 귀걸이와 네가 걸친 장식은 금으로 만들어졌는데 네가 창조되던 날 그것들이 모두 준비되었다. 나는 우람한 커룹을 너에게 보호자로 붙여 주었다. 너는 하느님의 거룩한 산에 살면서 불타는 돌들 사이를 거닐었다. 너는 창조된 날부터 흠 없이 걸어왔다. 그러나 마침내 너에게서 불의가 드러났다. 너의 그 큰 장사 때문에 너는 폭행을 일삼으며 죄를 지었다. 그래서 나는 너를 더럽게 여겨 하느님의 산에서 쫓아냈다. 보호자 커룹이 너를 불타는 돌들 사이에서 사라지게 하였다. 너의 아름다움으로 네 마음이 교만해지고 너의 영화 때문에 너는 네 지혜를 타락시키고 말았다. 그래서 내가 너를 땅바닥에 내던지고 임금들의 구경거리로 내놓았다. 너의 그 많은 죄와 부정한 장사로 너는 네 성소들을 더럽혔다. 그래서 내가 네 한가운데에서 불이 나와 너를 살라 버리게 하였고 구경하는 모든 이의 눈앞에서 너를 땅바닥의 재로 만들어 버렸다. 민족들 가운데에서 너를 아는 이들이 모두 네 소식에 질겁하는 가운데 너는 공포를 일으키며 영원히 사라져 버린다.
  4. Carmen aurorae
  5. San Lucifero (morto Cagliari 370) è stato vescovo di Cagliari, è venerato come santo dalla Chiesa cattolica.
  6. 이사 14,3-4; 12-17
  7. 마노 다카야, 《타락천사》, 도서출판 들녘,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366-2 삼주빌딩 3층 2000. 27쪽
  8. 그때에 하늘에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미카엘과 그의 천사들이 용과 싸운 것입니다. 용과 그의 부하들도 맞서 싸웠지만 당해 내지 못하여, 하늘에는 더 이상 그들을 위한 자리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그 큰 용, 그 옛날의 뱀, 악마라고도 하고 사탄이라고도 하는 자, 온 세계를 속이던 그자가 떨어졌습니다. 그가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그의 부하들도 그와 함께 떨어졌습니다.
  9.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10. 마노 다카야, 《타락천사》, 도서출판 들녘,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366-2 삼주빌딩 3층 2000. 22-23쪽
  11. 마노 다카야, 《타락천사》, 도서출판 들녘,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366-2 삼주빌딩 3층 2000. 28쪽
  12. 마노 다카야, 《타락천사》, 도서출판 들녘,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366-2 삼주빌딩 3층 2000. 24-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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