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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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도비코 카라치가 그린 연옥

연옥(燃獄, 라틴어: Purgatorium)은 기독교의 내세관 중의 하나이다. 로마 가톨릭교회의 교리에 따르면,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 안에서 죽었기 때문에 영원한 구원을 보장받았으나 완전히 정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하늘의 기쁨으로 들어가기에 필요한 거룩함을 얻기 위해 일시적인 정화를 거치는 상태를 말한다.[1]

로마 가톨릭교회에서는 의인의 영혼이 있는 천국과 악인의 영혼이 있는 지옥 사이에는, 죽은 후 지옥에 갈 정도의 대죄는 없지만, 천국에 바로 갈 수 없는 소죄가 있는 영혼이 그 소죄를 속죄하기 위해 천국에 대한 희망을 품고 얼마 동안 단련하고자 머무는 장소 또는 과정이 있다고 믿는데, 이를 연옥이라고 한다. 그 실례로 연옥의 연(燃)은 불로 단련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연옥설은 지금까지 로마 가톨릭 종말론의 중요한 부분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천국의 하부 개념으로 보는 신학자도 있으며[출처 필요], 연옥에서 지옥으로 가는 경우는 없다.

개념[편집]

로마 가톨릭에서는 인간이 죽은 다음 육체에서 벗어난 영혼이 하느님 앞에서 심판을 받을 때에 깨끗한 영혼은 천국으로 가고 대죄 중에서 하느님에게 등을 진 영혼은 지옥으로 가게 된다. 그런데 그 중간 지역에 천국도 지옥도 아닌 연옥이라고 하는, 그 죄에 해당하는 보속을 완전히 치르고 천국에 가기 위해 단련을 받는 일시적인 상태나 체류지가 있다고 본다. 연옥의 위치와 연옥에서의 고통과 정화 과정은 죄와 정비례하여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 장소와 시간적 길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신적 신비에 속한다.

연옥의 단련은 ‘정화의 불(Fegefeuer)’에 타는 고통으로서 이루어지는데, 이 개념은 코린토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 3장 15절의 “깨끗하게 하는 불(ignis purgatorius)”에서 유래한다. 영혼들이 연옥의 불 속에서 참회하며 죄에 대한 벌을 받고 정화된다는 것이다. 이 불이 과연 물질적인지 아니면 영적인지 그 의미는 분명하지 않았으나, 대부분의 신학자는 정화의 불을 물질적인 것으로 파악하였다.

연옥에 있는 영혼들은 감옥살이하는 범죄자들과 같아서 스스로는 그 보속을 경감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승에 있는 사람들이 연옥의 영혼들을 위해 바치는 기도를 통해서, 무엇보다 하느님이 기뻐하는 영의 기도를 통하여 그들의 보속은 경감이 될 수 있다. 즉, 정화의 과정이 빨리 끝나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로마 가톨릭에서는 11월을 위령성월로 지정해 죽은 자들을 위한 위령 미사 등을 통해 하느님에게 죽은 자들을 위한 기도를 바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성인들의 통공’에 대한 확고한 교리에 근거한 것이다. 즉, 이승에 있는 ‘지상 교회’의 신자들, 천국에서 보상받는 ‘천상 교회’의 신자들, 그리고 연옥에서 고통을 겪는 ‘연옥 교회’의 신자들은 자신들의 선공을 다른 지체들과 공유함으로써 서로에게 구원을 위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도신경 및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에 있는 ‘성인들의 통공’에 근거한다. 연옥의 고통은 천상 교회의 복을 지금 누리지 못하는 고통을 뜻한다.

성서에는 연옥이란 단어나 그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은 없지만, 마태오 복음서 12장 32절에서의 내세에서도 죄 사함을 받을 수 있다는 암시(개신교의 개역 성경에는 내세가 아닌 (다가)오는 세상으로 되어 있다[2]) 및 구약 제2 경전마카베오 하권 12장 43절에서 죄를 범하고 죽은 자들을 위해서 기도한 일을 근거로 하고 있다.

연옥에 대한 개념은 연옥이 로마 가톨릭의 공적 교리로 확정되기 이전, 초대교회 시절 교부들의 진술에서도 발견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죽은 이를 돌봄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아직 내세의 정화를 요구하는 죽은 이들을 위한 신도들의 기도와 순교자들의 중재의 중요성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테르툴리아누스는 영혼이 부활하려면 그 죄에 대한 대가를 한 푼도 남김없이 치러야 할 교도소에 대하여 말한 적이 있다. 키프리아누스는 순교자들은 죽는 즉시 궁극적 구원을 얻지만, 박해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를 공적으로 부인하였으나 그럼에도 그리스도인이기를 원하였던 사람들은 죽은 후에 정화를 받을 것이라고 하였다.

물론 이와 같은 진술들이 과연 연옥을 지칭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으나, 죽은 후에 영혼이 정화의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연옥설은 1336년 교황 베네딕토 12세의 교서를 통하여 로마 가톨릭의 공식 교리가 되었다. 이 교서에서 교황은 마지막 부활이 있을 때까지 죽은 자들이 잠자는 상태에 있다는 교회의 전통적인 이론을 거부하고, 죽은 자들은 죽음과 동시에 심판을 받는다고 적고 있다.

기독교의 입장[편집]

동방정교회[편집]

동방정교회에서는 죽은 영혼이 잠시 고통받는 중간 기간이 있다고는 믿으며, 로마 가톨릭과 마찬가지로 죽은 자들을 위한 기도 예식(파니히다)을 행하고 있다. 정교회에서 사용하는 예절 경본에 있는 죽은이를 위한 기도는 현재 로마 가톨릭의 경본과 대부분 일치한다.

개혁교회[편집]

개혁교회의 입장은 연옥의 개념을 이단적 교리로 규정하고 있다. 주된 교리는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이다. 일반적으로 신교 관점은 성경에는 연옥에 대해 명확한 논의와 근거를 찾아볼 수 없는 교리이기 때문에 비성경적인 것으로 여기고 있다.[3] 또한 정통개혁교회의 교리로는 오직 믿음(Sola Fide)이다. 로마 가톨릭교회는 믿음과 선한 행위을 구원에 필수적인 것으로 보는 반면, 개혁교회와 기타 개신교는 믿음만이 구원의 조건이며 선한 행위는 단지 바른 믿음의 증거로 나타나는 결과라고 본다. 정통개혁교회는 지옥에 떨어질 대죄(mortal sin)와 용서할 수 있는 죄(venial sin)를 구분하지 않으며, 다만 구원받은 자는 영생의 심판을, 구원을 받지 못한 자는 영벌의 심판을 받는다는 성경에 근거하여 믿는다. 다시 말해, 하나님에게는 지옥갈 처지에 놓인 모든 사람들 중에 구원을 받은 사람들은 천국에 가는 반면 구원받지 못한 사람들은 원래의 지옥갈 처지에 놓여있는 것이다.[4] 이에 따라, 종교개혁자 루터는 ≪연옥론철회≫(Widerruf vom Fegefeuer, 1530)에서 연옥 신앙을 부인하였고, 또 정통개혁교회와 기타 개신교에서도 연옥과 같은 일시적인 상태나 위치의 개념, 그리고 죽은 자들과의 영적 교류를 부인한다.

성공회[편집]

성공회는 성공회 가톨릭파 신도 소수파를 제외하고는 연옥을 비성서적인 것으로 이해하여 인정하지 않는다.[5] 영국 성공회 39개조 신조제22조. 연옥에 관하여를 보면 "연옥, 면죄, 성상 및 유물에 대한 예배와 숭배, 그리고 성인을 통한 기도에 관한 로마 교회의 교리는 어리석은 것이며 헛되게 발명된 것이고 성서에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에 적대하는 것이다."라고 언급하였다. 하지만 로마 가톨릭 신학에 열정적인 성공회 가톨릭파 신도들 사이에서 연옥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다.

루터교[편집]

루터교의 창시자 마틴 루터는 죽은 자를 위한 기도는 불가능하다고 믿었다.[6] 하지만 루터가 언급한 바는 아니지만 루터 교리의 주된 서술은 다음과 같다: "에피파니우스에리우스가 '죽은 자를 위한 기도는 쓸모없다'함을 마음에 품고 있음을 확인한다. 이것으로 그는 잘못을 찾아낸다. 우리는 누구도 에리우스에게 호의를 보이지 않는다." (필리프 멜란히톤, Apology of the Augsburg Confession 강조 설명 추가)[7]

감리교[편집]

감리교는 "연옥, 면죄, 성상 및 유물에 대한 예배와 숭배, 그리고 성인을 통한 기도에 관한 로마 교회의 교리는 어리석은 것이며 헛되게 발명된 것이고 성서에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에 적대하는 것이다"라는 신조를 성공회와 같이 쓰고 있다.[8] 실제로 감리교가 부인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말해 그리스도 안에서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살아있는 자의 기도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장소로서의 연옥이라는 개념이다.[9]

그 밖의 종파의 입장[편집]

유대교[편집]

유대인은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한다. 유대교 공인 기도서에는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하여 드리는 기도문이 실려 있다. 유대교의 전통에 따르면 대부분의 죄인들이 면제를 받기까지 최대 한 해 동안 걸린다고 하는 연옥의 장소 게헤나의 존재를 믿는다.[10]

이슬람[편집]

이슬람에서도 일부 교도들은 지옥이 어떤 이들에게는 영원한, 또 어떤 이들에게는 처벌을 받는 일시적인 장소가 될 것이라고 여긴다.[11]

기타[편집]

16세기 유럽의 종교 개혁 이전에도 연옥 개념을 부인하거나 비판하는 교파가 있었다. 12세기에서 14세기까지 유럽에 존재했던 카타리파(Cathari)를 비롯하여 종교개혁에 영향을 남긴 발두스파(Waldenses) 등은 죽은 자를 위한 전구와 연옥의 존재를 부인하였다. 당시 이 종파는 교황청으로부터 이단으로 단죄되었다.

주석[편집]

  1. 가톨릭교회 교리서 1030항
  2. 개역개정 번역 참조 - "... 이 세상과 오는 세상에서도 ..."
  3. 하승무 교수.기독교교리사 특강 참조.한국장로회신학교.2012.서울
  4. 하승무 교수.로마 가톨릭교리 특강 참조.한국장로회신학교.2012.서울
  5. Pathan Encyclopædia Britannica Eleventh Edition. http://encyclopedia.jrank.org/PRE_PYR/PURGATORY_Late_Lat_purgatorium_.html. 2009년 5월 23일 확인
  6. Question 201 of Luther's Small Catechism with Explanation (Concordia Publishing House, 1991 edition) answers the question "For whom should we pray?" as follows: "We should pray for ourselves and for all other people, even for our enemies, but not for the souls of the dead" (Soul Sleep – Wisconsin Evangelical Lutheran Synod 참고)
  7. Apology XXIV, 96
  8. 감리교 25개 신조
  9. 사람이 죽은 뒤에 바로 어떠한 일이 일어날까? The United Methodist Church. 2009년 4월 11일 확인
  10. "There are three categories of men; the wholly pious and the arch-sinners are not purified, but only those between these two classes" (Jewish Encyclopedia: Gehenna)
  11. Gardet, L. "Jahannam," Encyclopedia of Isl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