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백과:한국 위키미디어 협회/소식지/2022년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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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위키미디어협회 소식지
2022년 1호



목차

  • 인사말
  • 위키미디어 송년회 2021
  • 2022년 정기총회
  • 편집 활동
  • 위키 이슈
  • 독자 기고
  • 소식
  • 모임 지원 안내
  • 후원 안내

인사말

래된 미래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원래 스웨덴 출신의 언어학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생태적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지은 《오래된 미래》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우리의 미래 문제가 인류의 오래된 경험과 지혜 속에 답이 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요즘 다른 의미의 오래된 미래를 보고 있는 듯합니다. 우리가 상상하고 기다리던 21세기 대신 20세기가 연장된 것 같은 삶이 계속됩니다. 20세기와 마찬가지로 재해는 늘 일어나고, 사람들은 혐오와 차별 속에 살며, 기어이 커다란 전쟁 속에 인간성마저 파괴되는 현장을 실시간 생중계로 보고 있습니다.


20세기 후반 인류의 대다수는 다가올 21세기를 희망찬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특히 과학기술 혁명으로 심해에서 우주까지 인간의 탐험이 계속되자 그야말로 지금과 다른 환상적인 미래가 우리를 기다릴 것으로 상상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폭력과 파괴, 질병에 고통 받는 인류를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확실히 21세기적인 어떤 것도 시작되었습니다. 가장 21세기적인 것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네트워크는 세계를 실시간으로 연결하고 정보를 전달합니다.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과거와는 다른 어떤 것에 희망을 걸어봅니다.


우리 협회는 지난 2월 총회를 열고 보다 다양한 연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하였습니다. 특히 성소수자, 장애인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집단과 연결을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지난 20세기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우리는 이제 편견을 두려워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진행된 옛한글 전자문헌 프로젝트는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소식지에 실린 결과물들을 살펴보아 주셨으면 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계속해서 후속 행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동유럽 에디터톤과 베이징 올림픽 에디터톤 같은 에디터톤에 대한 지원도 계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보다 실속 있고 참여자들에게도 보람이 되는 에디터톤이 열릴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습니다.


소식지에 몇 가지 생각해 볼만한 주제와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감사합니다.

한국 위키미디어 협회 진주완 이사장



위키미디어 송년회 2021




위키미디어 송년회 2021 - ADIEU 2021

2021년 12월 26일,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위키미디어 송년회 2021이 현장 참여 및 유튜브 중계로 열렸습니다. 2021년 올해의 위키인은 다섯 부문에 대해 시상하였습니다. 사용자들의 추천을 받은 후보 중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후보가 협회의 심사를 거쳐 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신인 부문에서 비자유 저작물 보강 및 업로더로 열심히 활약하신 Answerer 5do님,
콘텐츠 기여 부문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 좋은 글을 많이 만드신 FriedC님,
관리 부문에서 사용자 관리, 봇 편집 요청, 편집에 도움이되는 도구를 만드신 Ykhwong님,
알찬글 부문에서 올해 가입한 사용자 임에도 3개의 좋은 글에 참여하신 Melon Tree님이 수상하였습니다.
프로젝트 부문에서 2020 도쿄 올림픽 에디터톤이 우수 프로젝트로 선정되었고, 주최자인 Trainholic님이 참여자를 대표해서 수상하였습니다.


시상식 이후에는 현장 및 유튜브 채팅을 통해 제안된 주제에 대해 짧게 토론하는 언컨퍼런스 활동이 진행되었습니다.



2022년 정기총회

2022년 2월 26일, 한국 위키미디어 협회는 회원들이 참여하는 정기총회를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개최하였습니다. 주요 안건으로 2021년도 사업보고 및 회계결산 승인, 2022년 사업계획 및 예산승인 등이 있었고, 회원 분들이 21년도 활동 및 22년 사업계획에 대해 묻고, 자신의 의견을 공유하였습니다.

협회는 2022년에 커뮤니티 혁신 활동, 전문적인 지식공유, 자매 프로젝트 활동, LGBT 커뮤니티 활동, 위기 청소년 위키백과 활동 등을 지원하고 새로운 협력단체 발굴에 나서고자 합니다.

올해 새롭게 진행할 주요 프로젝트로 ①위키백과 도움말 개선 및 동영상 제작, ②LGBT 커뮤니티 지원과 관련 문서 향상을 위한 온라인 에디터톤, 포토 콘테스트, 아카이빙 공모전 등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면 협회 회원의 날 등 회원 지원 행사도 재개될 예정입니다.

한국 위키미디어 협회의 회원이 되시면, 협회의 활동과 방향성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편집 활동



아시아의 달은 아시아 커뮤니티 간의 이해를 돕기 위한 행사입니다. 한국어 위키백과에서 열리는 아시아의 달 행사는 한국어가 주로 사용되는 대한민국 및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제외한 지역을 대상으로 합니다.

2021년 11월 15일부터 12월 15일까지 진행된 이번 아시아의 달에는 10명의 사용자가 96개의 문서를 새로 작성하였습니다. 2021년의 아시아 대사는 Sangjinhwa님입니다! 2년 연속으로 아시아 대사에 선정된 Sangjinhwa님은 올해에도 다른 아시아 국가에 대한 지식의 지평을 넓혀주셨습니다.


2021년 아시아의 달을 통해 만들어진 문서 중 이목을 끄는 두 문서가 있습니다.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 중립지대,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중립지대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종결로 영국이 위임통치하게된 메소포타미아와 영국 보호령 쿠웨이트 왕국네지드 술탄국과 접경하게 되었습니다. 이 세 지역 사이에는 사막지대가 있었는데, 사막에서 생활하는 유목민들을 고려하면 국경의 설정은 매우 곤란한 일이었습니다.

1922년 12월 2일 우카이르 의정서를 통해 세 지역 사이의 대부분의 경계가 그어졌지만, 두 곳의 중립지대도 함께 설정되었습니다. 메소포티미아가 이라크로 변하고, 네지드 술탄국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되었지만, 우카이르 의정서에 따라 유목민들이 우물과 목초를 이용하는데 방해되지 않도록 중립지대는 장기간 유지되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 중립지대는 1991년 걸프 전쟁 이전까지,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중립지대는 1970년까지 존속하였습니다.





옛 한글문헌 전자화 프로젝트는 인터넷에 전문이 텍스트로 공유되지 않은 옛 한글문헌을 봉사자들이 직접 타자하여, 대중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위키문헌에 올리는 프로젝트입니다.

10월 11일 첫 걸음을 뗀 프로젝트는 2월 28일까지 장장 4개월 동안 1·2차 기간으로 나누어 봉사자들의 시간과 노력을 통해 이미지로만 존재하던 문헌들을 한 글자, 한 글자 위키문헌에 타자하여 새겨넣었습니다. 이제 한국어 위키문헌에는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 필사되고, 활자로 인쇄되었던 27개 작품을 텍스트로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중 12월 27일부터 2월 28일까지 진행된 2차 활동기간 동안 13명의 봉사자들은 아래와 같이 12개 작품을 새로이 전자화 하였습니다.




동유럽은 소련이 해체되면서, 대한민국과 교류가 많아진 지역입니다. 수교 30년을 맞이하는 지금, 우리가 동유럽에 대해 더 알아가기 위해 동유럽 에디터톤이 개최되었습니다.

2022년 1월 29일부터 2월 26일까지 동유럽의 국가 및 지역, 동유럽 지역에 영향을 준 인물, 사건, 문화와 같은 전반적 분야, 대한민국과 동유럽 간의 교류 등에 대해 기여하였습니다. 11명의 사용자가 위키백과 문서 75개를 생성 및 수정하고, 사진 10장을 새로 추가하였습니다.




주최자인 Twotwo2019님이 추천한 눈에 띄는 문서는 대한민국-에스토니아 관계 문서입니다.

발트3국 중 가장 북쪽에 있는 에스토니아는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하였고, 대한민국은 에스토니아에 독립 축전과 외교 관계 수립을 위한 사절단을 보냈습니다. 2018년 케르스티 칼률라이드 대통령의 방한으로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양국간의 관계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요?

Twotwo2019님은 "동유럽 에디터톤은 한국에서 비주류 분야로 잘 다뤄지지 않는 동유럽 분야의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다만 준비와 개최 기간이 우크라이나 위기 상황과 겹쳐 홍보도 자유롭게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약 100여개의 문서가 생성, 보충되는 성과도 있었지만 앞선 문제로 인한 아쉬움도 있었던 에디터톤이었습니다."라는 소감을 밝히셨습니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 에디터톤은 2022년 베이징·장자커우 지역에서 2월 4일 ~ 20일까지 열린 동계 올림픽과 3월 4일 ~ 13일까지 열린 동계 패럴림픽에 대해서 문서를 생성하고 보완하는 에디터톤이었습니다. 7명의 사용자가 위키백과 문서 69개를 수정하고, 2개의 위키뉴스 기사, 2개의 인용구, 3장의 사진을 추가하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이번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다시 한 번 무관중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에디터톤 참여자들은 4년간 경기를 준비한 선수, 종목, 경기장 등에 대한 글을 함께 써내려 갔습니다. 2024년 파리 올림픽 때는 오프라인에서 만나 다함께 모여서 응원하면서, 편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주최자인 Trainholic님이 추천한 문서는 미국 대표팀의 남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 네이선 첸 입니다.


중국계 미국인으로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태어난 첸은 피겨외에도 발레, 체조 등에도 관심을 보였으며 2018년 평창 올림픽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수상하였습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단체전에서 은메달,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자신의 역량을 선보였습니다. 올림픽이 단순한 경쟁의 장이 아니라, 스스로 연습과 노력을 통해 더 멋진 모습으로 나가는 하나의 활동임을 보여주었습니다.

Trainholic님은 "2022 베이징 동계 패럴림픽 폐막식에는 레코드판이 주제였습니다. 레코드판을 통해 베이징에서의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또 기록한다는 이야기가 되었을 테죠. 국제 정세도, 올림픽을 둘러싼 여러 논란도 행사의 편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참여해주신 모든 사용자 분들께서, 그런 레코드판을 만들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한 달 남짓의 기간의 이야기를 담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라는 감사의 말을 전하였습니다.




위키이슈

키예프? 크이우? 키이우!




들어가기

오랫동안 불러왔던 도시의 이름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여러 전통적인 이름이나 분쟁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1920년대 한국어권에서 키예프로 불려왔던 우크라이나의 수도는 여러 표기법이 공존하다가 1998년 국립국어원 정부·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 제25차 회의를 통해 각국 수도 명칭의 한글 표기를 확립하면서, 키예프로 완전히 정착하게 됩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정부는 소련에서 독립한 후, 별개의 우크라이나어 표기법을 만들고, 1995년 현지에서 불리는 지명인 키이우로 표기를 고쳤습니다. 이후 변경된 이름으로 불러줄 것을 여러 나라에 요청해 왔습니다.



키이우에서 키예프로 (토론:키예프#1)

한국어 위키백과에서 키이우 문서는 본래 2005년 키이우로 생성되었습니다. 그러나 Iceager님이 우크라이나어 표기를 사용하나, 이미 한국어에서 키예프로 굳어진 것을 존중하시고, 키이우에서 키예프로 이동하였습니다.



첫번째 시도(토론:키예프#키예프 표기 문제)

한국어 위키백과에서 키예프를 키이우로 바꾸려는 시도는 2015년에도 있었습니다. 현지의 우크라이나 발음에 따라 키이우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래의 세 가지 반론에 따라 당시에는 총의가 성립하지 않았습니다.

  • '주 우크라이나 대한민국 대사관'이 키예프라는 표기를 쓰고 있다.
  • 위키백과:표기 지침에 따라 (한국어권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표기를 선택해야한다.
  •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의 공식 요청이 있지 않았다.

그러나 7년 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모든 것이 바뀌게 됩니다.


두번째 시도 (토론:키예프#표제어 변경)
( 2/16 ~ 3/16 기간의 키이우, 키예프, 크이우 검색빈도 - 네이버 트렌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위기가 고조되면서 점점 키예프에 대한 검색이 늘어나던 중, 2월 24일부터 키이우, 2월 26일부터 크이우로 검색하는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침공 5일째인 2월 28일, 한국어 위키백과의 키예프 문서의 토론란에는 표제어 변경을 주장하는 글이 올라옵니다. 토론 초기에는 좀 더 기다려 보자는 의견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3월 1일 삼일절을 맞아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크이우’로 불러달라는 성명을 발표합니다. 대한민국 내에서 여론이 크게 바뀌고, 언론사들은 국립국어원의 자문을 거쳐 표기를 키이우로 바꾸기 시작합니다. 3월 2일에 사용자들은 새로운 이름이 확립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유보적 입장과 표제어를 바꾸자는 입장으로 의견을 변경합니다. 2015년에 있었던 반론들은 하나하나 뒤집혀지고 있었습니다.


다시 키이우로

3월 3일, 대한민국 외교부가 우크라이나 지명 표기에 대한 잠정적 입장을 발표하면서, 마지막 퍼즐 조각이 채워졌습니다. 3월 4일 사용자들의 새로운 총의에 따라 위키백과의 문서 이름은 키이우로 바뀌었습니다. 2005년 키이우로 탄생했던 문서는 17년 만에 원래의 이름으로 되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독자 기고

백과사전을 넘어선 우리 모두의 지식을 위하여


안녕하세요. 협회 회원이자 한국어 위키백과 편집자 사:Ellif입니다. 협회로부터 기고 제안을 받고 고민한 끝에 한국어 위키백과를 포함해 모든 위키미디어 프로젝트가 따라야 하는 2030년 위키미디어 전략 달성을 위해 우리가 채워야 하는 인식구멍, 위키갭(WikiGap)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위키백과의 근본적인 규칙인 백:다섯의 첫 항목은 ‘위키백과는 백과사전이다’입니다. 이 자기규정은 대표 위키미디어 프로젝트인 위키백과를 현재와 같이 큰 커뮤니티로 발전하는 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말 때문에 우리는 더 많이 얻었을 수 있는 동력을 잃고 있습니다. 이미 2017년 재단 새 사용자 경험 연구결과에서 도출됐듯이, 한국어 위키백과의 유저경험은 ‘싸움’이라는 키워드로 집약될 수 있습니다[1]. 구체적인 최근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많은 위키미디어 프로젝트에서 문서 내용 편집을 너무 쉽게 되돌리거나, 다른 사람의 앎에 대한 존중 없이 자신의 앎만을 밀어붙이는 분들 때문에 위키미디어 프로젝트 기여를 중단하거나, 탈퇴를 선언하거나 하는 분들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많은 분들이 반론하실 것입니다. ‘위키백과는 백과사전이기 때문에, 중립적이며, 출처에 기반을 둔 신뢰할 수 있는 출처들의 모음이 되어야 하지 않냐’고 말이죠. 그러나 저는 그런 분들에게 백과사전이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백과사전의 시초로 여겨지는 백과전서부터 브리태니커 사전에 이르기까지, 백과사전은 전문가만이 참여할 수 있던, 정확성의 담보가 필요한 지식의 축적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위키백과는 지식의 생산 주체를 전문가로부터 일반 대중으로, 더 정확하게 위키미디어 공동체에 넘김으로써 기존의 백과사전이 가질 수 없었던 깊이의 정보를 축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위키백과는 기존의 백과사전과 분명한 단절적인 정체성을 지닙니다. 여러 사람의 앎이 충돌할 만한 지점을 조화해 여러 의견이 모두 표방될 수 있다고 규정하는 중립적 시각부터가 기존 백과사전의 정의와 다릅니다. 더군다나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지식을 곧바로 싣고 편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어 위키백과의 활동은 숙고와 현실을 정확히 판단하고자 노력해 다듬어진 글을 작성하는 기존의 백과사전에 비해 그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그렇다면 위키미디어 공동체가 쌓아나가는 지식의 축적 방식은 기존의 백과사전과 일치할 수 없음이 분명합니다. 한국어 위키백과 공동체가 겪어온 그동안의 경험은 올바른 진리와 앎을 추구해 자신만의 앎을 우선시하는 기존의 백과사전식 글쓰기가 위키미디어 프로젝트의 방향과 반대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과거의 백과전서식 글쓰기에 사고가 머물러, 새로운 지식을 쓰고 가져오는 것보다 올바른 앎을 추구하는 식의 편집이 전체 위키백과를 갉아먹고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백과사전주의는 남성 위주의 인터넷 문화와 결합되어 공동체의 활동 둔화를 가져옵니다. 따라서 백과사전의 포맷은 유지하되 백과사전주의적 사고는 언제나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주요 사례로 새 사용자에게까지 기존 사용자들의 과도한 편집스타일을 따르도록 유도하거나, 전문가의 편집을 과감하게 되돌려온 편집 문화는 그동안 새 사용자 환영, 긍정적 공동체를 부르짖는 한국어 위키백과의 정체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다 2019년 SK텔레콤에 의해 발생한 ZEM 사태를 통해 ‘공동체’의 ‘부활’[2]을 ‘맞이’합니다. 한국어 위키백과 공동체는 그 시점에 왜 다시 ‘부활’하게 된 것일까요? 그동안 공동체를 구성하던 사람들과 이질적인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왔기 때문이겠죠.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단어로 이질적인 사람들이 조직에 들어올 때 조직이 성공하게 된다는 의미를 담은 '메기효과'나, 도시 내 다양성이 증대될수록 도시의 생산성이 증대된다는 의미를 담은 리차드 플로리다 교수의 창조도시론 내 ‘보헤미안 지수’ 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어 위키백과를 비롯해 모든 위키미디어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데 필요한 조치는 간단합니다. 기존의 공동체와 이질적인 집단들이 지속해서 공동체에 들어오도록 하는 조치죠. 그것이 지금 재단이 추진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우리 협회가 지지하고 더 나아가 , 공동체가 지지해야 하는 방향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전문성이 담보되는 지식만을 환영하는 ‘백과사전’이 아닌, 위키미디어 재단의 공식 모토인 모든 지식의 총합(the Sum of the Knowledge)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위키갭 개념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위키갭 프로젝트는 스웨덴 정부의 여성지식접근성 향상을 위해 2018년부터 시작된 프로젝트 이름이지만, 동시에 모든 위키미디어 프로젝트에 존재하는 정보격차를 대표하는 단어로서, 지식공평성(Knowledge Equity)이라고 다르게 표현되기도 합니다. 위키미디어 프로젝트 내에서는 그동안 여성의 위키미디어 프로젝트 참여 촉진이 근본적인 문제로 여겨져 왔습니다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소수인종이나 장애 등 다양한 차별요소가 위키미디어 프로젝트 내에 존재하고 있음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단체로 위키미디어 영국은 2020-21년도 전략 보고서에서 지식공평성의 확보에 근간을 두고, 켈틱 문화와 여성 등 과소대표된 문화와 콘텐츠를 위키미디어 프로젝트에 포합하는 이벤트 개최를 전체의 절반 넘게 열고 있습니다.[3]


그러나 이러한 활동이 아직까지 위키미디어 전체 운동에 퍼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2030년 위키미디어 전략 기획팀이 개최한 글로벌 이벤트마다 찾아다니며 장애에 대한 대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행동을 벌였습니다. 몇몇의 장애인 편집자들도 이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재단 전략팀이 보여준 결과는 거의 없던 것을 저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위키미디어 프로젝트 전체적으로 장애인, 특히 정신적 장애인의 유저경험 및 차별 및 언어폭력 경험에 대한 기초 조사조차 이뤄져 있지 않습니다.

이것이 이번에 장애당사자와 편집자, 협회가 함께 새롭게 장애를 지닌 당사자들의 위키백과 참여를 촉진하려는 작업을 시작하려는 이유입니다. 사업이 제자리에 들어서려면 앞으로 몇 년이 더 필요하겠지만, 이번 사업이 성공한다면 이 사업은 한국어 위키미디어 공동체의 리더십을 증명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외에도 제가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인문학 에디터톤을 통한 연구자 참가 증대, 만화·애니 에디터톤을 통한 덕후들의 참여 증대 시도 또한 한국어 위키미디어 공동체의 다양성을 통해 공동체의 생산성을 증대하기 위한 시도가 될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COVID-19로 인해 그동안 사업이 중단되었지만, 올해 오프라인 에디터톤을 협회에서 재개 방침을 발표한 만큼 올해부터 사업이 재개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자 합니다.

위키미디어 프로젝트는 백과사전이 아닌, ‘인류 한사람마다 가진 지식을 모든 지식의 총합 속에서 자유로이 나눌 수 있는 세상’을 추구합니다. 우리는 이를 겸허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위키미디어 운동 활동의 초점을 이 목표에 두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친목 금지’라는 거짓된 정언명령을 넘어 번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각주



소식

보편적행동강령 시행 지침

보편적 행동 강령은 위키미디어 프로젝트에서 활동하는 사용자들이 모두 긍정적이고, 안전하며, 존중받는 건강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모든 프로젝트에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지침입니다.

3월 4일, 위키미디어 프로젝트 전체에 적용되는 '보편적행동강령 시행 지침'에 대해 대화하고, 재단 거버넌스 팀에 소속된 Yko (WMF)님과 의견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보편적행동강령 시행 지침을 전세계 위키미디어 프로젝트에 적용할지 여부에 대한 투표가 3월 7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되었고, 세계 각국에서 2,362명의 사용자가 투표에 참여하였습니다. 한국어 공동체에서는 25명의 사용자가 투표하여, 3.7%의 투표율을 기록하였습니다.


과학의 달 에디터톤

2022년 과학의 달 에디터톤은 커뮤니티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할 분으로 모집하고, 협회가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과학의 달 에디터톤 운영진은 편집 규칙 검토, 올해의 과학 테마 선정 등 에디터톤 관리 활동과 편집 가이드 작성, 초보자 조언 등 참가자 지원 활동을 진행하게 됩니다.


모임 지원 안내

온라인 에디터톤 지원 안내

코로나19로 서로 만남이 어려운 동안 올림픽, HIV/AIDS, 케이팝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에디터톤이 진행되었습니다. 서로 먼거리에 떨어진 사람들이 같은 주제를 함께 편집하는 온라인 에디터톤은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분야든 5명 이상의 참가자가 모인다면 협회의 온라인 에디터톤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회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활발한 에디터톤 개최를 부탁드립니다.

온라인 에디터톤 지원 안내



후원 안내

한국 위키미디어 협회는 2015년 ‘지식과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하기 위해 대한민국 지역에서 위키백과 등 위키미디어 프로젝트를 진흥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입니다.

협회는 자유 라이선스나 퍼블릭 도메인 등 무료 또는 저작자 표시 하에 자유롭게 사용가능한 교육적 콘텐츠를 수집하거나 개발하여 효과적으로 확산시키는 활동을 지원합니다. 이러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위키미디어 커뮤니티의 참여자들이 특정 주제를 선정하여 진행하는 에디터톤, 참여자들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오프라인 모임 등을 지원합니다.

또한, 미국에 위치한 위키미디어재단의 가맹 단체로서 재단의 자원 활동가 등과 협력하여 한국어 위키미디어 커뮤니티의 의견을 조사하고, 재단과 소통하는 등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지속가능하게 하고, 지식 정보를 널리 읽히게 하는데 후원자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국민은행 821301-00-079110

예금주 : 사단법인 한국 위키미디어 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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