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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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다임(영어: paradigm)은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테두리로서의 인식의 체계, 또는 사물에 대한 이론적인 틀이나 체계를 의미하는 개념이다.[1]

개요[편집]

프톨레마이오스의 우주
코페르니쿠스의 우주

패러다임은 패턴, 예시, 표본 등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παράδειγμα 파라데이그마[*]를 영어화하여 만들어낸 신조어이다.[2]

토머스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처음으로 제안한 패러다임은 한 시대의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이론이나 방법, 문제의식 등의 체계를 뜻한다. 예를 들어 천동설진리로 받아들여지던 시기에 다른 모든 천문 현상은 천동설의 태두리에서 설명되었다.[3]

예를 들어, 화성과 같은 외행성은 천구를 지나는 특정 기간에 정상적인 공전 방향과는 반대로 역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기원전 3세기 무렵 고대 그리스 때부터 잘 알려져 있었고, 천동설에 부합하는 설명을 하기 위해 주전원과 이심원을 갖는 천체 모형을 고안하게 되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우주 모형은 이를 정교하게 설명하고 있다.[4] 반면에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행성 간의 공전 주기 차이로 인해 일정기간 외행성이 역행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한다.[5]

토마스 쿤은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이론 체계가 변화하는 과정을 과학혁명의 단적인 예로 제시하였다. 쿤은 이러한 과학 이론의 변화는 어느 한 이론이 그르고 다른 한 이론은 옳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 아니라, 당대 사회 전체가 갖는 신념과 가치체계가 변화한 것이며, 문제 해결 방법이 달라진 것이라 파악한다. 이러한 개념에 따르면 현대의 표준 모형 역시 하나의 패러다임일 뿐 절대적인 진리는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6]

관련철학자 '토마스 쿤'[편집]

( 관련문헌 : 과학혁명의 구조 )

쿤은 ‘패러다임'이란 용어를 과학혁명을 논의하는 데에 사용했다. 즉 과학의 발전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 위해 쿤은 ‘패러다임'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끌어들였다. 이 새로운 용어인 일반명사로서의 ‘패러다임'을 정의내리기가 정말 쉽지는 않다. 우리가 역사적 논의에서 찾아질 수 있는 여러 가지의 패러다임들을 감쌀 ‘패러다임'이 아닌, 어느 특정한 경우에만 해당하는 ‘하나의 패러다임'에 대해 말할 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쿤은 이렇게 말한다. 즉 “하나의 패러다임은 어느 과학자 사회의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그 무엇이며, ... 하나의 과학자 사회는 어느 패러다임을 공유하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여기서 말하는 ‘하나의 패러다임'이란 특정한 시기의 특정한 집단에 의해 받아들여져 쓰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패러다임들 모두를 뭉퉁그릴 수 있는 마땅한 ‘패러다임'에 대해서 한마디로 말하기가 딱히 쉽지는 않다.

실제로 쿤의 책에서 ‘패러다임'이란 용어의 사용을 매스터만(M. Masterman)은 일일히 따졌다. 그리고 이 용어가 무려 21가지로 사용된다고 밝혀냈을 정도이다. 그리고 이를 크게 ‘형이상학적 패러다임', ‘사회학적 패러다임', ‘구조물 패러다임'의 세 가지로 정리한다. 우선 사회학적 패러다임은 “어느 주어진 과학자 사회의 구성원에 의해 공유되는 신념, 가치, 기술 등을 망라한 총체적 집합”을 말하는 “집단 공약의 집합으로서의 패러다임”이다.

쿤은 혼란을 피하기 위해 ‘패러다임', 이 용어 대신에 “‘전문분야 행렬(disciplinary matrix)'을 쓸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이를 성립케하는 성분으로 ‘기호적 일반화'(symbolic generalization), ‘형이상학적 패러다임'(metaphysical paradigms) 또는 ‘패러다임의 형이상학적 부분'(metaphysical parts of paradigms), ‘가치관'(values), ‘표준예'(examplars)의 네 가지를 든다. 여기서 “기호에 의한 일반화는 점차로 서로 다른 표준 예들에 의해 설명된다.” 이를 통해 이것은 자연스럽게 “공유된 예제로서의 패러다임”으로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이 철학적 패러다임이다. 철학적 패러다임은 사회학적 패러다임으로 나타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이것은 “과학을 수행하기 위한 규칙을 얻는 것보다는 과학을 수행하는 것에 의해서 터득되는 지식”을 가리킨다. 쿤은 이것을 ‘묵시적 지식'(tacit knowledge)이라는 폴라니(M. Polanyi)의 용어를 빌어 말한다. 쿤 자신의 진단에 따르면, 그동안 ‘패러다임'과 관련해서 벌어진 혼란은 바로 이 두 번째의 철학적 의미 때문이다. 한마디로 쿤이 앞서 썼던 ‘패러다임'이나 ‘묵시적 지식'이란 용어는 엄밀성에서 많이 떨어지는 두리뭉실한 그런 개념으로 보여졌다. 그런 용어로 엄밀한 과학적 작업을 설명한다는 것은 그동안 과학을 높이 평가해온 여러 분야의 견해에 흠집을 내는 일로 여겨졌다. ‘패러다임'이란 용어에 대한 매몰찬 비판들이 그동안의 이런저런 사연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와 달리 현장 과학자들은 쿤의 견해를 많은 부분 동조했다.

주석[편집]

  1. 표준국어대사전
  2. 고인석, 《과학의 지형도》,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7년, ISBN 89-7300-738-6, 34쪽
  3. 기하라 부이치, 황소연 역, 《리더가 되기 위해 읽어야 할 명품 고전》, 새로운제안, 2008년, ISBN 89-5533-255-6, 293쪽
  4. 김원기, 《꿈꾸는 과학》, 풀로엮은집, ISBN 89-90431-96-4, 88쪽
  5. 고인석, 《과학의 지형도》,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7년, ISBN 89-7300-738-6, 70-73쪽
  6. 김용규, 《설득의 논리학》, 웅진지식하우스, 2007년, ISBN 89-01-06840-0, 3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