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망
Delirium | |
|---|---|
| 진료과 | 정신건강의학과, 노인과, 중환자의학과, 신경과 |
| 증상 | 초조함, 혼란, 졸림, 환각, 망상, 기억상실 |
| 통상적 발병 시기 | 모든 연령에서 가능하나 65세 이상에서 더 흔함 |
| 기간 | 수 일에서 수 주, 간혹 수 개월 |
| 유형 | 과활동형, 저활동형, 혼재형 |
| 병인 | 잘 알려지지 않음 |
| 위험 인자 | 감염, 만성 질환, 특정 약물, 신경질환, 수면부족, 수술 |
| 유사 질병 | 치매 |
| 치료 | 약물 치료, 기저 원인 치료 |
| 투약 | 할로페리돌, 리스페리돈, 올란자핀, 퀘티아핀 |
섬망(譫妄, Delirium)은 급격하게 발생하는 뇌의 기능 장애로, 주의력 결핍, 의식 수준의 변화, 그리고 인지 기능의 전반적인 저하를 특징으로 하는 임상 증후군이다.[1] 섬망은 질병이라기보다는 기저 질환이나 신체적 상태 악화로 인해 나타나는 일종의 증상 복합체에 가깝다. 주로 입원 환자, 특히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나 수술을 마친 고령의 환자에게서 빈번하게 발생한다.[2] 치매와 증상이 유사하여 혼동하기 쉬우나, 치매가 수개월 혹은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반면 섬망은 수시간에서 수일 내에 급격히 발병하고 증상의 기복이 심하다는 점에서 명확히 구별된다. 섬망은 의학적 응급 상황으로 간주되며,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입원 기간의 연장, 기능적 회복의 지연, 영구적인 인지 장애, 심지어 사망률 증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3]
개요
[편집]섬망은 라틴어 'de'(떨어지다)와 'lira'(고랑)의 합성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정상적인 궤도에서 벗어난 정신 상태를 의미한다. 의학적으로는 급성 뇌부전 또는 급성 혼돈 상태라고도 불린다. 뇌의 대사 기능 저하로 인해 발생하며, 특정 국소 부위의 이상보다는 대뇌 반구의 광범위한 기능 부전과 관련이 있다. 섬망은 가역적인 상태로 간주되어 원인이 교정되면 회복될 수 있으나, 노인이나 뇌 손상 환자의 경우 회복이 불완전하거나 치매로 이행되는 경우도 있다.
역학
[편집]섬망의 유병률은 환자의 임상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일반 병동에 입원한 환자의 경우 약 10%에서 30% 정도가 섬망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관절 골절 수술을 받은 노인 환자나 심장 수술을 받은 환자에서는 발생률이 50%를 상회하기도 하며, 기계적 환기를 시행 중인 중환자실 환자의 경우 80%까지 발생률이 치솟는다는 보고가 있다.[4] 지역 사회에 거주하는 건강한 노인에게서는 1% 미만으로 드물게 나타나지만, 85세 이상의 초고령층에서는 발생 빈도가 증가한다.
원인
[편집]섬망은 단일 원인에 의해 발생하기보다는 환자가 가진 취약성인 소인과 외부에서 가해지는 유발 요인이 상호작용하여 발생한다. 이를 다요인 모델이라고 한다.[2]
소인은 환자가 섬망에 걸리기 쉬운 기저 상태를 의미한다. 가장 강력한 위험 인자는 고령과 기존에 앓고 있는 인지 기능 장애(치매 등)이다. 이 외에도 시각이나 청각 장애와 같은 감각 기능 저하, 심한 만성 질환, 뇌졸중의 과거력, 영양 결핍, 알코올 남용력, 우울증 등이 섬망 발생의 문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유발 요인은 취약한 환자에게 섬망을 촉발시키는 급성 스트레스 요인이다. 감염은 가장 흔한 유발 요인 중 하나로 폐렴이나 요로 감염이 대표적이다. 약물 또한 주요 원인인데, 벤조디아제핀계 진정제, 마약성 진통제, 항콜린성 약물, 파킨슨병 치료제 등이 섬망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수술 및 마취, 전해질 불균형, 탈수, 급성 대사 장애(간부전, 신부전), 저산소증, 심한 통증, 수면 박탈, 신체적 구속 장치 사용 등이 섬망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노인의 경우 변비나 소변 저류와 같은 사소한 신체적 불편함만으로도 섬망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병태생리
[편집]섬망의 정확한 신경생물학적 기전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몇 가지 주요 가설이 제시되고 있다.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것은 신경전달물질 불균형 가설이다. 특히 아세틸콜린의 결핍과 도파민의 과잉 활성이 섬망의 핵심 기전으로 여겨진다.[5] 항콜린성 약물이 섬망을 쉽게 유발한다는 점과 도파민 차단제인 항정신병 약물이 섬망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외에도 세로토닌, GABA, 노르에피네프린, 글루타메이트 등의 불균형도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염증 반응 가설은 감염이나 수술과 같은 신체적 스트레스 상황에서 말초의 염증성 사이토카인(인터루킨, 종양괴사인자 등)이 뇌혈관장벽을 통과하거나 뇌의 미세교세포를 활성화하여 신경 독성을 유발하고 뇌 기능을 저하시킨다는 이론이다. 또한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의 조절 장애로 인한 코르티솔 수치의 급격한 상승이 해마 등 뇌의 주요 부위에 손상을 입혀 섬망을 유발한다는 스트레스 반응 가설도 존재한다.
증상 및 임상 양상
[편집]섬망의 증상은 갑작스럽게 시작되며, 하루 중에도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변동성이 특징이다. 주로 밤에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어 이를 '일몰 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지적 증상으로는 주의력 장애가 가장 두드러진다. 환자는 외부 자극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주의를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지남력 장애가 동반되어 시간, 장소,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며, 단기 기억력 저하와 언어 구사 능력의 장애(횡설수설함)가 나타난다. 사고 과정이 비논리적이고 산만해진다.
지각 및 정신운동 증상으로는 환각과 착각이 흔하다. 벽지의 무늬가 벌레로 보이거나, 없는 사람이 보이는 시각적 환각이 가장 흔하며, 가족이나 의료진이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피해망상을 보이기도 한다.
정서적 및 수면 증상으로는 불안, 공포, 우울, 과민성, 이유 없는 분노 등이 나타난다. 수면-각성 주기가 교란되어 낮에는 과도하게 졸고 밤에는 깨어 소리를 지르거나 배회하는 등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한다.
임상 양상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과활동성 섬망은 환자가 안절부절못하고, 공격적이며, 환각과 망상이 두드러지는 유형이다. 저활동성 섬망은 환자가 축 늘어져 있고, 반응이 느리며, 졸음이 쏟아지는 유형이다. 저활동성 섬망은 우울증이나 단순 기력 저하로 오인되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고 예후가 더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6] 두 가지 양상이 번갈아 나타나는 혼합형 섬망도 흔하게 관찰된다.
진단
[편집]섬망의 진단은 주로 임상적 병력 청취와 환자의 행동 관찰을 통해 이루어진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진단 기준은 DSM-5이다. DSM-5에 따르면 주의력 및 의식의 장애가 단시간 내에 발생하고 그 심각도가 변동하며, 인지 기능의 장애가 동반되고, 이러한 장애가 다른 신경인지장애(치매 등)로 설명되지 않으며, 병력이나 검사 결과 다른 의학적 상태나 물질 중독 및 금단에 의한 것임이 증거로 확인될 때 섬망으로 진단한다.[1]
임상 현장에서는 신속한 진단을 위해 CAM(Confusion Assessment Method) 도구를 많이 사용한다. CAM은 급성 발병 및 증상의 변동(필수), 주의력 결핍(필수)이 있으면서, 비조직적인 사고 또는 의식 수준의 변화 중 하나 이상이 있을 때 섬망으로 진단한다.[7]
진단 과정에서 뇌졸중, 뇌전증, 뇌염 등 뇌의 기질적 질환을 감별하기 위해 뇌 영상 검사(CT, MRI)나 뇌파 검사(EEG), 뇌척수액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또한 감염이나 대사 이상을 확인하기 위해 혈액 검사, 소변 검사, 흉부 X-선 촬영 등을 시행한다.
치료 및 관리
[편집]섬망 치료의 최우선 원칙은 유발 원인을 찾아내어 교정하는 것이다. 감염이 원인이라면 항생제를 사용하고, 전해질 불균형이나 탈수는 수액으로 교정한다. 불필요한 약물은 중단하거나 감량하며, 통증이 원인이라면 적절한 진통제로 통증을 조절한다.
비약물적 치료는 섬망 관리의 핵심이다. 환자에게 시계와 달력을 제공하고 의료진이 수시로 현재 상황을 설명하여 지남력을 유지하도록 돕는다(지남력 훈련). 가족이 곁에 머물게 하거나 친숙한 물건을 배치하여 심리적 안정을 유도한다. 안경과 보청기를 착용시켜 감각 입력을 원활하게 하고, 낮에는 조명을 밝게 하고 활동을 유도하며 밤에는 소음과 빛을 최소화하여 정상적인 수면 리듬을 회복시킨다. 불필요한 소변줄이나 수액 라인은 제거하여 환자의 움직임을 제한하지 않도록 한다.
약물적 치료는 환자가 심한 초조함을 보이거나 자신 또는 타인에게 위협이 되는 행동을 할 때, 혹은 환각으로 인해 심한 고통을 받을 때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주로 할로페리돌과 같은 전형적 항정신병 약물이나 리스페리돈, 올란자핀, 쿼티아핀과 같은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을 저용량으로 사용한다.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은 섬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알코올 금단 섬망(진전섬망)이나 벤조디아제핀 금단 증상이 원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용을 피해야 한다.
예후 및 예방
[편집]섬망은 원인이 해결되면 대개 수일에서 수주 내에 호전된다. 그러나 일부 환자에서는 증상이 수개월간 지속되기도 하며, 섬망을 겪은 환자는 이후 영구적인 인지 기능 저하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 또한 섬망은 입원 기간을 연장시키고, 낙상이나 욕창과 같은 병원 내 합병증 발생률을 높이며, 퇴원 후 요양시설 입소율 및 사망률 증가와도 연관이 있다.
따라서 섬망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고위험군 환자를 미리 선별하고, 탈수 예방, 조기 보행, 수면 관리, 시청각 보조, 지남력 제공 등 다각적인 비약물적 중재를 시행하는 것이 섬망 발생을 30~40%가량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대표적인 예방 프로그램으로는 HELP(Hospital Elder Life Program)가 있다.[8]
같이 보기
[편집]각주
[편집]- 1 2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13).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5th ed.). Arlington, VA: American Psychiatric Publishing.
- 1 2 Inouye, S. K., Westendorp, R. G., & Saczynski, J. S. (2014). Delirium in elderly people. The Lancet, 383(9920), 911-922.
- ↑ Witlox, J., et al. (2010). Delirium in elderly patients and the risk of postdischarge mortality, institutionalization, and dementia: a meta-analysis. JAMA, 304(4), 443-451.
- ↑ Ely, E. W., et al. (2004). Delirium as a predictor of mortality in mechanically ventilated patients in the intensive care unit. JAMA, 291(14), 1753-1762.
- ↑ Maldonado, J. R. (2008). Pathoetiological models of delirium: a comprehensive understanding of the neurobiology of delirium and an evidence-based approach to its prevention and treatment. Critical Care Clinics, 24(4), 789-856.
- ↑ Meagher, D. J., et al. (2011). Motor symptoms in 100 patients with delirium versus 100 patients with Alzheimer disease, 100 patients with depression, and 100 control subjects. Journal of Geriatric Psychiatry and Neurology, 24(3), 161-168.
- ↑ Inouye, S. K., et al. (1990). Clarifying confusion: the confusion assessment method. A new method for detection of delirium. Annals of Internal Medicine, 113(12), 941-948.
- ↑ Inouye, S. K., et al. (1999). A multicomponent intervention to prevent delirium in hospitalized older patients.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40(9), 669-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