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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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khwong (토론 | 기여)님의 2015년 7월 30일 (목) 21:04 판

하린(賀麟, 1902-1992)은 관념론을 중국 문화적으로 해석한 중국 현대 철학자이다.

하린은 인류의 문화적, 역사적 배경의 차이와 관계없이 보편 타당한 철학 체계가 존재한다고 믿었는데, 그것이 헤겔관념론 체계라고 여겼다. 중국 철학의 송명리학에서 육왕심학헤겔의 체계에 대응하는 것으로 보고, 육왕학파의 철학을 새롭게 해석하고자 했다. 하린은 중국의 위기를 문화적 위기로 진단하고 철학적 관념론을 통해서 중국문화의 생명력을 회복하려고 노력했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주로 중국 전통문화와 사상의 핵심인 유교에 대한 재해석과 부흥에 집중되었다.

사상

맹자심학에서는 인간의 선함을 존재론적, 심리적으로 다루었다. 그런데 하린은 인식적, 논리적으로 접근해서 ‘심즉리’(心卽理)의 명제를 ‘논리적 마음이 곧 선험적 원리이다’로 이해한다. 즉 논리적 측면에서 인간의 마음을 강조하고 또한 주체의 인식의 선험적 원리로서 이를 해석함으로써 심학(心學)과 이학(理學)의 조화를 시도했다.

원리로서의 마음질료적인 세계로서의 물질본체이고, 물질은 마음의 작용이다. 마음이 물질에 작용한다고 말하는 것은 물질이 선험적인 원리에 따라 움직이고 변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마음은 물질에 비해 우월하거나 선험적이다. 하지만 이 둘은 “분리될 수 없는 합일을 형성한다.”

마음은 선험적 원리이자 사물의 본질이다. 때문에 물질의 본질을 의미하는 '성'(性) 역시 마음과 다른 것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성' 또는 본질 관념은 정적이고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역동적인 것이다. 이는 하린이 헤겔이 본질을 법칙으로 이해하고 그의 관념론이 긍정적 결말을 향하여 나아가는 세계의 운동을 설명하는 것을 따른 것이다.

하린은 직관이지를 결합하여 새로운 “논리주체”를 도출하고, 이 논리주체를 통하여 주체와 객관세계의 통일적인 인식구조(心物合一)를 확립하며, 나아가 '자연적(보편적) 지행합일론(知行合一)을 통하여 전통적 육왕심학의 '가치 지행합일론'을 새롭게 논증고자 하였다.

동서 철학이 융합할 수 있다고 보았던 하린은 육왕심학이 “논리주체”가 명확하지 않아서 “인식주체”를 세우지 못하였다고 보았다. 중국철학은 논리적 증명을 결여한 채 직관에 의존하였기 때문에 주체가 객관적인 현상계와 관련 맺지 못하고 도덕적 자아의식에 머물렀고, 그래서 현대적 지식체계의 형성을 보증할 수 없었다고 진단하였다.

하린은 논리적인 마음이 바로 ''(論理心卽理)라고 주장하면서 논리심에 의하여 주도되는 유심론을 주장하였다. 그는 '심리적인 마음'과 '논리적인 마음'을 구별하고, 심리적인 마음을 ''(物)로 간주한다. 인간의 경험과 감정은 '물'에 속한다. 한편 논리적인 마음은 선험적이며 보편적인 필연성을 갖는 '자아의식' 또는 '이성의 원리'이다. 논리적 주체(논리적인 마음)는 도덕양지로서의 자아의식이 아니라, 경험에 질서를 부여하고 객관 사물에 조리를 부여함으로써 객관 사물을 이해 가능하게 만들고, 그래서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다.

하린은 논리심의 공능을 인식하고 발휘해낼 수 있는가 여부가 자연과학사회과학과 같은 이론(체계)를 생성하는 관건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중국에 과학이 발달하지 못한 이유는 전통적인 지식인들이 세계를 설명하고 지식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논리주체(논리심)을 자각적으로 펼쳐 내지 못하였기 때문에, 체계화되지 못했고 이론지식보편성필연성을 입증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그는 서양철학육왕심학의 기본적인 관점을 결합하여, 유학이 논리심을 확고하게 정립하는 현대적 심학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는 칸트의 '선천적 인식범주'를 바탕으로 중국철학의 ''(心)과 ''(理)를 해석한다. 육왕심학에서 인간이 자각적으로 윤리 원칙을 준수하고 이상적 인격을 완성하고자 하게 만드는, 내재화된 윤리본체로서의 '심'이 아닌 선천적 이성의 고유한 성능으로서의 “논리적인 마음”은 객관사물에 조리와 형상과 의의를 부여하여 인식대상을 구성하고, 그로써 인간에게 사물이 인지되고 이해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하린은 '리'의 다양한 의미들 가운데서 '표준'과 '척도'의 의미를 중시한다. 이는 칸트의 선천적 '감성직관'의 형식인 '공간'과 '시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에 의하면, '리'의 근본적 공능은 시·공이라는 순수이성으로부터 유래하는 자발적 법칙이고, 인간은 이 자발적 법칙에 의거하여 감각이 획득한 재료를 정리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이제 비로소 윤리가 아닌 자연지식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리'를 칸트의 감성적 직관 원리와 동일시 하였고, 이를 통해 중국철학의 '리'가 서양철학에서의 “주관이 만물의 척도”라는 원칙과 통할 수 있다고 보았다. 어

하린은 심학 전통에서 자신의 철학적 정체성을 발견하였다. 우주가 바로 나의 마음이라는 말은 시간·공간이 사물을 인식하고 지식을 조직하는 선천적 형식이자 원리라는 것이다. 하린은 육구연 철학과 칸트 철학을 본질적으로 같다고 이해하여 심학의 윤리주체를 논리주체로 해석하였고, 내성의 수양으로 명심견성을 주장한 심학을 이성을 통하여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지식을 획득하는 인식론 철학으로 전환시키고자 하였다. 이는 '체로서 체를 충실히 한다'는 그의 동서 문화 융합의 원칙과 닿아있다.

하린은 논리적인 마음을 '주체'로 파악한다. 논리심은 사물을 객관적으로 감지되는 성질을 갖게 하고 사물이 실재가 되게 한다. '심'을 벗어나 '물'을 말하면 '물'은 없다.

참고자료

  • ⟪현대 신유학의 역정⟫, 송종서, 문사철,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