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성
중의성(重義性, ambiguity) 또는 애매성(曖昧性)은 하나의 언어 표현이 둘 이상으로 해석되는 특성 또는 현상이다. 어떤 요인이 중의성을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어휘적 중의성, 구조적 중의성, 작용역 중의성, 화용적 중의성 등으로 구분한다. 중의적 표현이 쓰여 중의적으로 해석되는 문장을 중의문(ambiguous sentence)이라고 한다.[1]
어휘적 중의성
[편집]어휘적 중의성(語彙的重義性, lexical ambiguity)은 문장에 쓰인 단어가 둘 이상의 뜻을 지녔기 때문에 유발되는 중의성이다.[2] 어휘적 중의성은 동음이의어와 다의어에 의하여 유발된다.[3] 동사가 동작의 의미와 동작의 결과로 나타난 상태의 의미를 모두 지니는 경우에도 중의성이 유발된다.[4] 이러한 중의성은 ‘감다, 달다, 매다, 쓰다, 얹다, 입다, 짚다, 타다’ 등 접촉성 동사(contact verb)에서 유발된다.[5]
똑같은 단어가 서로 다른 뜻으로 쓰인 두 문장을 한 문장으로 결합하는 액어법(軛語法, zeugma)과 비슷한 효과가 어휘적 중의성에 의하여 발생하기도 한다.[6]
수어에도 중의성이 존재한다. 가령 한국 수어 단어 [자결]은 ‘자살하다’와 ‘스스로 결정하다’를, [사의]는 ‘감사’와 ‘사과’를 의미하는 다의어이므로, 이러한 단어가 사용된 문장이 중의성을 띨 수 있다.[7]
구조적 중의성
[편집]구조적 중의성(構造的重義性, structural ambiguity)은 문장의 구조가 둘 이상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유발되는 중의성이다.[8] 생성문법의 관점에서 문장의 표면 구조를 심층 구조로 분석하여 나무 그림을 그림으로써 둘 이상의 문장 구조를 알 수 있다.[9] 피수식어에 대한 수식어의 범위나 논항의 범위에 의하여 구조적 중의성이 유발되며, 비교 구문이나 관계 관형사절에서도 구조적 중의성이 발생한다.[10][11] 가령, 촘스키가 창안한 문장 “Flying planes can be dangerous.”에서, Flying이 동사라면 ‘비행기를 날리는 것’으로 해석되고, 형용사라면 ‘날아가는 비행기’로 해석된다.[12] 대칭 동사 구문에서는 접속조사가 명사구를 접속하는지 문장을 접속하는지에 따라 중의성이 유발된다.[13] 관형사절에 대해서는 단어의 내포적 의미(connotative meaning)에 의하여 중의성이 유발되기도 한다.[14]
작용역 중의성
[편집]작용역 중의성(作用域重義性, scope ambiguity) 또는 영향권 중의성(影響圈重義性)은 어떤 단어가 영향을 미치는 범위, 즉 작용역이 둘 이상이기 때문에 유발되는 중의성이다.[15] 양화사, 부정 표현 등에 의하여 작용역 중의성이 유발된다.[16] 양화사와 부정 표현이 함께 쓰여도 작용역 중의성이 유발된다.[17]
화용적 중의성
[편집]발화 의도에 따라 유발되는 중의성을 화용적 중의성(話用的重義性, pragmatic ambiguity)이라고 한다.[18] 화자와 청자의 관계 등 다양한 맥락 요인에 의하여 해석이 달라지게 된다.[19]
중의성의 해소
[편집]중의적인 표현이 실제로 사용될 때는 중의성이 여러 이유에 의하여 해소되기 때문에, 실제 문장의 해석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많지 않다.[20]
먼저, 언어적 맥락에 의하여 중의성이 해소된다.[21] 즉, 어떤 어휘가 공기하는 서술어의 선택 제약(選擇制約, selectional restriction)의 작용으로 중의성이 해소된다.[22] 또한 대화 참여자의 세상 지식에 의하여 중의성이 해소된다.[23] 상황 맥락에 대한 언중의 스키마가 작용하는 것이다.[24]
구어에서는 억양과 강세, 휴지 등 초분절음에 따라 중의성이 해소된다.[25] 이에 대응하는 문어에서는 특정한 단어를 초점화함으로써 중의성을 해소할 수 있다.[26]
중의성과 모호성
[편집]중의성과 모호성은 모두 의미를 둘 이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해석 가능한 의미의 수가 확정적인 중의성과 달리 모호성은 불확정적이다.[27] 즉, 중의성은 하나의 기호가 가리키는 의미들이 각각 분명한 해석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모호성과 구별된다.[28]
어떤 표현이 중의적 표현인지 모호한 표현인지 구별하려면 대용(anaphora) 표현을 이용한 검사를 적용할 수 있다.[29] 선행절의 해석이 고정되었을 때 후행절도 그렇게 해석되면 중의적 표현이지만, 모호한 표현은 선행절의 해석이 고정되어도 후행절의 해석이 고정되지 않는다.[30] 또 액어법 테스트는 액어법이 쓰인 문장에서 서로 다른 단어를 동일한 통사 구조로 구속하는 한 단어를 평행하게 해석할 수 없다면 그 단어는 중의성을 띤다는 점을 이용한 중의성 검사이다.[31]
반면, 중의성과 모호성은 독자나 청자가 글의 의미를 해석할 때 글이 지닌 복합적인 의미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에서 공통되므로,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보기도 한다.[32]
중의적 표현의 사용
[편집]중의성을 띤 문장은 의사소통의 오해나 혼선을 야기한다는 문제가 있지만, 표현의 경제성이나 효율성 등을 고려하여 의도적으로 중의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33] 가령 “날은 더워 죽겠는데 남친은 차가 없네”는 단어의 중의성을 이용한 광고 문구였으나, “사회의 남성상을 오도한다.”라는 평가를 받고 논란을 일으켰다.[34][35] 또 제네바 합의에 포함된 “The DPRK will engage in North-South dialogue, as this agreed framework will help create an atmosphere that promotes such a dialogue.”는 접속사 ‘as’가 ‘~ 때문에’로도 해석되고 ‘~함에 따라’로도 해석됨으로써 중의성이 유발되었다. 대한민국은 전자로 해석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후자로 해석하면서 양측의 입장이 엇갈렸다.[36]
법조문에서 중의성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아래의 법조문에서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은 ‘제166조’만을 수식할 수도 있고 ‘제166조 또는 제167조’를 수식할 수도 있다.[37]
- 과실로 인하여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 또는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을 소훼하여 공공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대한민국 형법 제170조 제2항)
참고 문헌
[편집]- 구본관; 외. (2016). 《한국어 문법 총론》 II. 경기: 집문당.
- 민현식 외(2019), 《국어 의미 교육론》.
- 윤병천·김칠관(2019), 《한국수화언어학입문》. (미간행자료)
- 윤평현(2008), 《국어의미론》.
- 이해윤(2020), 《법언어학의 이해》.
같이 보기
[편집]각주
[편집]- ↑ 윤평현(2008), 250쪽.
- ↑ 구본관 외(2016), 49쪽.
- ↑ 구본관 외(2016), 49쪽.
- ↑ 윤평현(2008), 251쪽.
- ↑ 윤평현(2008), 251쪽.
- ↑ 구본관 외(2016), 50쪽.
- ↑ 윤병천·김칠관(2019), 311-312쪽.
- ↑ 구본관 외(2016), 50쪽.
- ↑ 윤평현(2008), 252-253쪽.
- ↑ 구본관 외(2016), 50-51쪽.
- ↑ 윤평현(2008), 254쪽.
- ↑ 이해윤(2020), 94쪽.
- ↑ 윤평현(2008), 255쪽.
- ↑ 윤평현(2008), 256쪽.
- ↑ 구본관 외(2016), 52쪽.
- ↑ 구본관 외(2016), 52-53쪽.
- ↑ 구본관 외(2016), 53쪽.
- ↑ 윤평현(2008), 259쪽.
- ↑ 민현식 외(2019), 307쪽.
- ↑ 구본관 외(2016), 53쪽.
- ↑ 구본관 외(2016), 53쪽.
- ↑ 윤평현(2008), 260쪽.
- ↑ 구본관 외(2016), 53-54쪽.
- ↑ 민현식 외(2019), 308쪽.
- ↑ 윤평현(2008), 262쪽.
- ↑ 윤평현(2008), 263쪽.
- ↑ 구본관 외(2016), 56쪽.
- ↑ 민현식 외(2019), 302쪽.
- ↑ 구본관 외(2016), 57쪽.
- ↑ 구본관 외(2016), 57쪽.
- ↑ 이해윤(2020), 93쪽.
- ↑ 민현식 외(2019), 301-302쪽.
- ↑ 민현식 외(2019), 310쪽.
- ↑ 언더그라운드.넷 하늘보리 광고, 신발은 왜 그려넣었을까, 주간경향.
- ↑ 민현식 외(2019), 313쪽.
- ↑ <박스> 불명료한 단어(單語)가 남북(南北)논란 촉발, 연합뉴스.
- ↑ 이해윤(2020), 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