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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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隨筆) 또는 에세이(essay)는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한 산문 문학이다. 주제에 따라 일상 생활처럼 가벼운 주제를 다루는 경수필과 사회적 문제 등의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중수필로 나눠진다. 특히 중수필에서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쓴 것을 칼럼이라 한다.

[편집] 한국의 수필

첫 수필로 8세기 신라 승려 혜초가 쓴 왕오천축국전을 들 수 있으며 근대적 형식의 수필은 유길준서유견문을 들 수 있다. 17세기 독서수필, 한거수필, 일신수필 등에서 처음 수필이란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수필이 포함하는 글의 형태로 잡록, 일기, 기행, 내간, 야담, 패설, 시화, 비평 등이 있다.

흔히 수필을 essay의 역어로 생각하나 동양에서는 일찍부터 써왔다. 중국 남송(南宋) 때 홍매(洪邁)의 《용재수필(容齋隨筆)》(74권 5집)의 서문에 "나는 버릇이 게을러 책을 많이 읽지 못하였으나 뜻하는 바를 따라 앞뒤를 가리지 않고 써 두었으므로 수필이라고 한다"라는 말이 보이고, 한국에서는 박지원(朴趾源)의 연경(燕京) 기행문 《열하일기(熱河日記)》에 〈일신수필(日新隨筆)〉이라는 것이 처음으로 보인다.

프랑스어의 에세(essai)는 시도(試圖)·시험(試驗)의 뜻이 있는데 이 말은 '계량(計量)하다', '음미(吟味)하다'의 뜻을 가진 라틴어 '엑시게레(exigere)'에 그 어원이 있다. 영어의 essay는 프랑스어의 essai에서 온 말이다. 에세라는 말을 작품 제목으로 처음 쓴 사람은 프랑스의 몽테뉴이며 그의 《수상록(隨想錄)》(1580)은 에세라는 제목을 붙인 서책으로서는 서양 최초의 저서이다. 어원으로 볼 때, 동서양의 수필의 개념은 거의 일치한다.

수필은 일반적으로 사전에 어떤 계획이 없이 어떠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의 느낌·기분·정서 등을 표현하는 산문 양식의 한 장르이다. 그것은 무형식(無形式)의 형식을 가진 비교적 짧고 개인적이며 서정적인 특성을 가진 산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전기(前記) 홍매의 정의나 "수필은 한 자유로운 마음의 산책, 즉 불규칙하고 소화되지 않는 작품이며, 규칙적이고 질서 잡힌 작문이 아니다"라는 S.존슨의 정의나, "수필은 마음 속에 표현되지 않은 채 숨어 있는 관념·기분·정서를 표현하는 하나의 시도다. 그것은 관념이라든지 기분·정서 등에 상응하는 유형을 말로 창조하려고 하는 무형식의 시도다"라는 M.리드의 정의 등도 모두 대동소이하다.

수필은 그 정의가 좀 막연한 것과 같이 종류의 분류도 일정하지 않다. 보통, 일기·서간·감상문·수상문·기행문 등도 모두 수필에 속하며 소평론(小評論)도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다. 수필을 에세이와 미셀러니(miscellany)로 나누는 이가 있는데 전자는 어느 정도 지적(知的)·객관적·사회적·논리적 성격을 지니는 소평론 따위가 그것이며, 후자는 감성적·주관적·개인적·정서적 특성을 가지는 신변잡기, 즉 좁은 뜻의 수필이 이에 속한다.

영문학의 경우를 전제로 하여 포멀 에세이와 인포멀 에세이로 나누는 이도 있는데, 인포멀이란 정격(正格)이 아니라는 뜻이므로 전자는 소평론 따위, 후자는 일반적인 의미의 수필에 해당한다. 또 중수필(重隨筆)·경수필(輕隨筆)·사색적 수필·비평적 수필·스케치·담화수필(譚話隨筆)·개인수필·연단수필(演壇隨筆)·성격소묘수필(性格素描隨筆)·사설수필 등으로 나누는 사람도 있다.

수필의 기원에 대해서는 이설이 많다. 테오프라스토스의 《성격론》, 플라톤의 《대화편》, 로마시대의 키케로, 세네카, 그리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등도 수필이라고 할 수 있으나 프랑스의 몽테뉴의 《수상록》을 수필의 원조로 보는 것이 통설이다. 영국 수필의 원조는 그보다 17년 늦은 F.베이컨의 《수상록》을 꼽는데 영국에는 그 이후에 C.램, W.해즐릿, L.헌트, T.드 퀸시 등의 유명한 수필가가 배출되었다. 특히 램의 《엘리아의 수필》(1823)은 시정인(市井人)의 여유와 철학이 깃들어 있으며 신변적·개성적 표현이면서도 인생의 참된 모습이 묘사되어 있고, 영국적 유머와 애상이 잘 드러나 있다.

한국에서는 김만중(金萬重)의 《서포만필(西浦漫筆)》, 조선초에 나온 편자·연대 미상의 《대동야승(大同野乘)》, 유형원(柳馨遠)의 《반계수록(磻溪隨錄》, 그리고 고려 때 나온 이인로(李仁老)의 《파한집(破閑集)》, 최자(崔滋)의 《보한집(補閑集)》 등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근대 최초의 수필은 유길준(兪吉濬)의 《서유견문(西遊見聞》(1895)이며, 이어 최남선(崔南善)의 《백두산 근참기(白頭山覲參記)》 《심춘순례(尋春巡禮)》(1927), 이광수(李光洙)의 《금강산유기(金剛山遊記)》 등이 간행되었으나 이것들은 모두 기행문에 해당하는 수필이다.

그뒤 김진섭(金晋燮)의 《인생예찬(人生禮讚)》 《생활인의 철학》, 이양하(李敭河)의 《이양하수필집》, 계용묵(桂鎔默)의 《상아탑(象牙塔)》 등이 나왔으며, 이 밖에 조연현(趙演鉉)·피천득(皮千得)·안병욱(安秉煜)·김형석(金亨錫)·김소운(金素雲) 등의 등장으로 한국의 수필문학은 종래의 기행문 성격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인생체험에서 우러나온 수필이 나왔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