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아지
의학에서 트리아지(triage, /ˈtriːɑːʒ, triˈɑːʒ/) 또는 응급환자 분류(應急患者分類)는 의료 전문가나 응급처치 지식이 있는 사람 등, 의학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원들이 부상을 당한 환자들 중 누구를 먼저 치료할지 우선순위를 정하고,[1] 제한된 자원을 적절히 배급하여 가장 크게 이득을 볼 수 있는 환자에게 자원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2] 현재 동원 가능한 의료 인력이나 치료에 쓸 수 있는 물자보다 환자가 많은 경우, 즉 사상자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경우 시행한다.[3]
응급환자 분류를 시행하는 방법은 기관, 지역, 국가마다 상이하긴 하지만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기본 개념이 있다.[4] 대부분의 경우 가장 심한 부상을 입은 환자에게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하여 신속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며, 당장 처치가 필요하지 않다면 낮은 우선순위를 부여한다.[5] 응급환자 분류체계는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여러 가지 측정 가능한 척도나 의료 전문가의 의견을 이용한다.[6] 항상 이러한 응급환자 분류가 완벽할 수는 없으며,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할 여지가 있다. 이는 정량적인 점수보다 의견에 기초하는 경우 더욱 주관적일 위험이 크다.[7][8] 주관성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망 가능성, 치료 효능, 기대 여명과 같은 여러 가지 요소가 때로는 충돌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원
[편집]트리아지라는 용어는 본래 프랑스어 단어로, '고르다' 내지는 '선별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9] 이는 고대 프랑스어로 '나누다', '분류하다', '고르다' 등을 뜻하는 동사인 trier가 어원이다.[10] 응급환자를 분류한다는 개념 자체는 오래 전부터 존재하였으며, 적어도 15세기 후반 막시밀리안 1세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11] 그러나 응급환자 분류에서 고대 프랑스어인 'trier'라는 용어가 쓰인 것은 1800년대부터이다.[12] 당시 나폴레옹 제국친위대 소속 수석 외과의였던 도미니크장 라레는 현대 응급환자 분류 체계의 기틀을 닦았다.[1] 그는 "환자의 계급이나 국적과 관계없이, 부상의 심각성과 의학적 도움의 긴급성에 따라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하였다.[13]
주요 개념
[편집]트리아지 태그
[편집]트리아지 태그 또는 응급환자 분류표는 다음과 같은 목적으로 환자에게 부여하는 라벨이다.
- 환자 확인
- 평가된 소견의 대략적인 기록
- 처치 및 이송의 우선순위 확인
- 트리아지 과정을 통해 환자의 처치 과정을 추적
- 오염과 같은 특정 위험을 확인
트리아지 태그는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이는 국가마다도 달라서 자국에서 표준화된 트리아지 태그를 사용하는 곳들도 있으며,[14]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트리아지 태그를 이용하는 국가들도 있다.[15] NATO 같은 일부 국제기구도 자기만의 표준 태그를 가지고 있다.[16] 시중에 판매되는 트리아지 태그 중 널리 쓰이는 것으로는 METTAG,[17] SMARTTAG,[18] E/T LIGHT,[19] CRUCIFORM 체계 등이 있다.[20] 좀 더 발전된 태그 체계에는 환자가 유해 물질에 오염되었는지 여부를 표시하기 위한 특별한 표시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21]
과대평가와 과소평가
[편집]언더트리아지(undertriage)는 질환이나 부상의 중증도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가령 즉시 처치가 필요한 1단계 환자를 2단계나 3단계로 판단하는 경우가 그 예시가 된다. 과소평가가 발생하는 비율은 장소마다 다른데, 2014년 응급실에서의 트리아지를 리뷰한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병원단계에서의 과소평가가 34%였다고 밝혔다.[7] 한편 병원전단계에서의 트리아지는 과소평가 비율이 14%였다는 리뷰도 있다.[22]
오버트리아지(overtriage)는 반대로 질환이나 부상의 중증도를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가령 3단계 환자를 2단계나 1단계로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과소평가를 피하기 위한 허용 가능한 과대평가의 비율은 일반적으로 50%까지이다. 몇몇 연구에서는 의료 전문팀에서 트리아지를 시행하면 응급구조사가 시행하는 경우보다 과대평가 비율이 적다고 주장한다.[8]
역사
[편집]나폴레옹 시대
[편집]현대의 응급환자 분류는 나폴레옹 재위 기간 동안 활동했던 도미니크장 라레와 피에르 프랑수아 퍼시의 연구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특히 래리는 "나는 앰뷸런스" (프랑스어: Ambulance Volante, 여기서 "난다"는 빨리 이동한다는 뜻이다.)라는 구급차를 고안하기도 하였다.[1]
제1차 세계 대전
[편집]1914년 앙투안 드페이지는 5단계로 구성된 응급환자 분류체계인 Odre de Triage 를 만들었는데, 여기서는 각 단계별 환자 이송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23][24] 프랑스와 벨기에의 의사들은 이러한 개념을 이용하여 전선 뒤의 응급 치료소에서 환자를 치료하기 시작했다.[25][24] 전쟁터에서 부상자를 이송하거나 이후 치료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환자를 우선 크게 세 집단으로 나누었다.[3][26]
- 어떤 치료를 받든 생존 가능성이 높은 환자
- 어떤 치료를 받든 생존 가능성이 낮은 환자
- 즉시 치료를 시행할 경우 예후에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환자
이렇게 세 집단으로 나눈 후 의료 인력은 Odre de Triage 에 따라 환자를 이송 및 치료하였다.
- 1단계: 독일군으로부터 최대한 보호받을 수 있는 밤에 환자를 치료소로 이송한다.[24][27]
- 2단계: 치료소에 도착한 환자의 상처 부위에 드레싱을 실시하고,[27] 즉시 외과적 처치가 필요한 환자는 들것에 실려 바로 구급차가 이송 가능한 구역으로 옮겨진다. 상처가 기다려 볼 만한 정도라면 밤이 됐을 때 구급차로 이송한다.[24]
- 3단계: YMCA나 미국 적십자사에서 훈련을 받은 운전자가 모는 구급차를 통해 환자를 야전병원이나 전초 기지의 병원으로 옮긴다.[24][27]
- 4단계: 야전병원에서 가장 중증의 환자, 특히 장비가 더 잘 갖춰진 상설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치료한다. 생존 가능성이 높은 환자는 더 멀리 상설 병원으로 이송한다.[24][27]
- 5단계: 상설 병원에 도착한 환자는 모든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24][27]
제2차 세계 대전
[편집]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군과 영국군 등 여러 강대국에서는 트리아지 체계를 만들고 개량했다.[28][29] 비행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환자를 빠르게 전선에서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게 되었고, 트리아지 과정에서 이용되기 시작했다.[28][29] 제1차 세계 대전에서도 최초에 구호소로 이송된 후 더 높은 수준의 시설로 옮겨지고 최종적으로는 상설 병원으로 전원되는 기본적인 과정은 비슷하였으나, 더 발전된 치료가 각 단계에서 가능해졌고 무조건 치료해야 하는 부분만 치료한다는 인식이 사라졌다.[30]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후 수 일간 트리아지가 실시된 것은 거의 확실하지만, 원자폭탄으로 인해 큰 혼란이 빚어져 원자폭탄이 터진 지 대략 5일간의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31]
1947년 텍사스시티 참사
[편집]1947년, 텍사스시티에서 SS 그랜트캠프호가 폭발하면서 600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부상을 입는 텍사스시티 참사가 일어났다.[32] 폭발로 인해 소방서 인원 전원이 사망하였고, 피해자들에 대한 비공식적인 트리아지가 다수 이루어졌다.[33] 이때 약국, 진료소, 일반 가정 등이 트리아지를 실시하기 위한 임시 분류소로 이용되었다. 도시에 병원이 없었기 때문에 환자들을 갤버스턴이나 휴스턴 등의 시설로 이송해야 했다.[33] 이러한 시설들에는 제2차 세계 대전에서 배운 기술들을 이용하여 환자의 치료 결정을 내리는 의사들이 있었다.[34]
같이 보기
[편집]각주
[편집]- ↑ 가 나 다 Robertson-Steel I (February 2006). “Evolution of triage systems”. 《Emergency Medicine Journal》 23 (2): 154–155. doi:10.1136/emj.2005.030270. PMC 2564046. PMID 16439754.
- ↑ Muensterer OJ, Gianicolo EA, Paul NW (January 2021). “Rationing and triage of scarce, lifesaving therapy in the context of the COVID-19 pandemic: a cross-sectional, social media-driven, scenario-based online query of societal attitudes”. 《IJS Global Health》 (미국 영어) 4 (1): e47. doi:10.1097/GH9.0000000000000047. ISSN 2576-3342. S2CID 220847218.
- ↑ 가 나 Iserson KV, Moskop JC (March 2007). “Triage in medicine, part I: Concept, history, and types”. 《Annals of Emergency Medicine》 49 (3): 275–281. doi:10.1016/j.annemergmed.2006.05.019. PMID 17141139.
- ↑ 《Triage and emergency assessment》 (영어). World Health Organization. 2008.
- ↑ van Ruler R, Eikendal T, Kooij FO, Tan EC (October 2022). “A shocking injury: A clinical review of lightning injuries highlighting pitfalls and a treatment protocol”. 《Injury》 53 (10): 3070–3077. doi:10.1016/j.injury.2022.08.024. PMID 36038387. S2CID 251661429.
- ↑ Petridou ET, Antonopoulos CN, Alexe DM (2008년 1월 1일), 〈Injuries, Epidemiology of〉, Heggenhougen HK,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Public Health》 (영어), Oxford: Academic Press, 609–625쪽, doi:10.1016/b978-012373960-5.00186-6, ISBN 978-0-12-373960-5, 2023년 5월 10일에 확인함
- ↑ 가 나 Xiang H, Wheeler KK, Groner JI, Shi J, Haley KJ (September 2014). “Undertriage of major trauma patients in the US emergency departments”. 《The American Journal of Emergency Medicine》 32 (9): 997–1004. doi:10.1016/j.ajem.2014.05.038. PMID 24993680.
- ↑ 가 나 Turégano-Fuentes F, Pérez-Díaz D, Sanz-Sánchez M, Ortiz Alonso J (October 2008). “Overall Asessment of the Response to Terrorist Bombings in Trains, Madrid, 11 March 2004”. 《European Journal of Trauma and Emergency Surgery》 34 (5): 433–441. doi:10.1007/s00068-008-8805-2. PMID 26815987. S2CID 13657747.
- ↑ “triage | Etymology, origin and meaning of triage by etymonline”. 《www.etymonline.com》 (영어). 2023년 5월 6일에 확인함.
- ↑ “Merriam-Webster Online Dictionary”. 2008년 12월 5일에 확인함.
- ↑ Cueni C (2020년 11월 27일). “Triage in Zeiten der Corona-Pandemie – Claude Cueni”. 《Blick》 (스위스 독일어). Kirche und Leben. 2022년 1월 29일에 확인함.
- ↑ Nakao H, Ukai I, Kotani J (October 2017). “A review of the history of the origin of triage from a disaster medicine perspective”. 《Acute Medicine & Surgery》 4 (4): 379–384. doi:10.1002/ams2.293. PMC 5649292. PMID 29123897.
- ↑ Skandalakis PN, Lainas P, Zoras O, Skandalakis JE, Mirilas P (August 2006). “"To afford the wounded speedy assistance": Dominique Jean Larrey and Napoleon”. 《World Journal of Surgery》 30 (8): 1392–9. doi:10.1007/s00268-005-0436-8. PMID 16850154. S2CID 42597837.
- ↑ Idoguchi K, Mizobata Y, 외. (2006). “Usefulness of Our Proposed Format of Triage Tag”. 《Journal of Japanese Association for Acute Medicine》 17 (5): 183–91. doi:10.3893/jjaam.17.183.
- ↑ Nocera A, Garner A (August 1999). “Australian disaster triage: a colour maze in the Tower of Babel” (PDF). 《The Australian and New Zealand Journal of Surgery》 69 (8): 598–602. doi:10.1046/j.1440-1622.1999.01643.x. PMID 10472919. 2011년 3월 14일에 원본 문서 (PDF)에서 보존된 문서. 2010년 4월 12일에 확인함.
- ↑ “FMSO 107 CONDUCT TRIAGE” (PDF). United States Marine Corps.
- ↑ “METTAG Corporate website”. 2019년 3월 28일에 원본 문서에서 보존된 문서. 2008년 12월 5일에 확인함.
- ↑ “Smart Triage Tag”. 《TSG Associates Corporate website》. 2008년 11월 20일에 원본 문서에서 보존된 문서. 2008년 12월 5일에 확인함.
- ↑ Beidel E (December 2010). “Military Medics, First Responders Guided By Simple Light”. 《National Defense》. Arlington, VA: National Defense Industrial Association. 2011년 1월 31일에 원본 문서에서 보존된 문서. 2011년 2월 3일에 확인함.
- ↑ Lakha R, Moore T (2006). 《Tolley's handbook of disaster and emergency management》. Amsterdam: Elsevier. ISBN 978-0-7506-6990-0.
- ↑ “Mass Casualty START Triage and the SMART Tag System | Technical Resources”. 《Administration for Strategic Preparedness and Response (ASPR)》. 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2023년 5월 6일에 확인함.
- ↑ Lokerman RD, Waalwijk JF, van der Sluijs R, Houwert RM, Leenen LP, van Heijl M (May 2022). “Evaluating pre-hospital triage and decision-making in patients who died within 30 days post-trauma: A multi-site, multi-center, cohort study”. 《Injury》 53 (5): 1699–1706. doi:10.1016/j.injury.2022.02.047. PMID 35317915. S2CID 247240059.
- ↑ WSJ com News Graphics. “World War I Centenary: Triage”. 《The Wall Street Journal》 (영어). 2023년 5월 26일에 확인함.
- ↑ 가 나 다 라 마 바 사 Pollock RA (November 2008). “Triage and management of the injured in world war I: the diuturnity of antoine de page and a belgian colleague”. 《Craniomaxillofacial Trauma & Reconstruction》 1 (1): 63–70. doi:10.1055/s-0028-1098965. PMC 3052731. PMID 22110790.
- ↑ Thompson G. “Battlefield Medicine: Triage-Field Hospital Section”. 《Kansas University Medical Center》 (미국 영어). 2023년 5월 26일에 확인함.
- ↑ Chipman M, Hackley BE, Spencer TS (February 1980). “Triage of mass casualties: concepts for coping with mixed battlefield injuries”. 《Military Medicine》 145 (2): 99–100. doi:10.1093/milmed/145.2.99. PMID 6768037.
- ↑ 가 나 다 라 마 Lewis CH (2013년 12월 15일). “Triage and Trauma Medicine in United States Military History – Health & Medicine in American History” (영어). 2023년 5월 26일에 확인함.
- ↑ 가 나 “Medicine in the war zone | Science Museum”. 《www.sciencemuseum.org.uk》 (영어). 2023년 5월 26일에 확인함.
- ↑ 가 나 Katoch R, Rajagopalan S (October 2010). “Warfare Injuries: History, Triage, Transport and Field Hospital Setup in the Armed Forces”. 《Medical Journal, Armed Forces India》 66 (4): 304–308. doi:10.1016/S0377-1237(10)80003-6. PMC 4919805. PMID 27365730.
- ↑ Baker MS (March 2007). “Creating order from chaos: part I: triage, initial care, and tactical considerations in mass casualty and disaster response”. 《Military Medicine》 172 (3): 232–236. doi:10.7205/MILMED.172.3.232. PMID 17436764. S2CID 44317599.
- ↑ Leaning J, 외. (Institute of Medicine (US) Steering Committee for the Symposium on the Medical Implications of Nuclear War) (1986). 〈Burn and Blast Casualties: Triage in Nuclear War〉. Solomon F, Marston RQ. 《The Medical Implications of Nuclear War》 (영어). National Academies Press (US). 2023년 5월 26일에 확인함.
- ↑ Barnes M. “Texas history: A witness to one of America's worst human-made disasters”. 《Austin American-Statesman》 (미국 영어). 2023년 5월 26일에 확인함.
- ↑ 가 나 Wall BM (2015). “Disasters, Nursing, and Community Responses: A Historical Perspective”. 《Nursing History Review》 (영어) 23 (1): 11–27. doi:10.1891/1062-8061.23.11. ISSN 1062-8061. PMID 25272474. S2CID 219207043.
- ↑ Barnes M. “Texas history: Readers relive the horrors of the 1947 Texas City Disaster”. 《Austin American-Statesman》 (미국 영어). 2023년 5월 27일에 확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