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백과:KIWI/2023년 2호/독자기고
안녕하세요. 한국어 위키백과에서 일반 사용자로서 약 3년, 관리자로서 약 1년 동안 활동하고 있는 Whitetiger입니다. 글에 앞서 기고를 제안해주신 협회 매니저 이강철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 경험이나 글 실력이나 모두 아직 한없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지만, 그래도 청소년 사용자 분들과 또래 청소년들 모두의 생각을 최대한 담아보려 하였습니다. 부디 좋게 봐주세요.
저는 2020년 연초,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한국어 위키백과의 기여를 시작하였습니다. 위키백과에는 저 말고도 청소년 사용자들이 대거 유입되었습니다. 그 시절에 활동하시던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ZEM이라는 제한 앱의 위키백과 내장으로 인한 여파였는데요, 해당 사건(?)으로 인해 학생 캠프가 생겼고, 학생 채팅이 생겼습니다. 청소년 단톡방도 따로 생길 정도로 학생 사용자들이 많았습니다. ZEM과 위키백과의 관계라는 문서까지 생길 정도였습니다.
백과사전을 만드는 일에 너무 어린 학생들이 모이자 우려의 목소리가 생겼습니다. 물론 2020년 연초에는 맞는 말이였습니다. 정책을 한번이라도 읽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정책과 지침에 대한 미숙지가 심각했습니다. 그로 인한 문제 발생도 빈번했는데, 특히 친목이 가장 심각했습니다. 다행히도 시간이 지나며 이러한 문제점들은 점점 사라졌습니다. 생산적인 기여자들은 점점 많아졌고, 위키백과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위키백과의 전성기라고 봐도 될 정도로 모든 것이 활발했습니다. 특히 아직 전문분야라고 할게 없는 학생들이 주로 하던 관리 분야에서는, 반달 복구가 정말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청소년 사용자 출신 관리자도 (저를 포함하여) 3명이나 당선되었습니다.
아쉽게도 ZEM이 위키백과 기능 지원을 멈추고,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서 온라인 수업이 줄어들었습니다. 점점 성장한 학생 사용자들은 현생을 살기 위해 떠났고, 지금까지 위키백과에 계속해서 남아있는 청소년 사용자들은 매우 적습니다. 따라서 청소년 사용자들에 대한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여기서부턴 보통의 청소년들, 그러니까 위키백과에 기여하지 않는 제 또래의 시선에서 본 얘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 주변 청소년들에게 위키백과가 뭔지 아냐고 물어봤습니다. 거의 대부분은 알고 있었지만, 일부 모르는 사람이 존재했고, 또 알고 있다고 해도 나무위키와 혼동하거나 ‘나무위키 같은거’ 라고 대답하였습니다. 물론 위키위키 사이트이고, 정보의 공유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위키백과가 청소년들 사이에선 그렇게 유용하게 쓰이는 사이트가 아니라는 사실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꺼무위키’ 라고 하면서도 나무위키를 들여다보고, 과제도 나무위키를 따라서 하는 등.. 위키백과를 참고하는 경우는 나무위키에 문서가 없거나 빈약한 경우, ‘대체제’로 쓰였습니다.
이번엔 위키백과의 문서를 편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냐고 물어봤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아는 사람보다 더 많았습니다. 직접 편집을 해봤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위키백과의 장점이자 강점 중 하나가 청소년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입니다. 위에서 청소년 사용자들에 대해서 얘기할 때 나온 말이기도 하지만, 아직 전문분야라고 할게 딱히 없는 초중고 학생들의 입장에서 편집은 전문가들만 하는 것이였을 뿐입니다.
여기서 제 얘기를 하자면, 저 역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엔 전문 분야가 없으면 관리 위주로 빠지게 되고, 그 부분에서 점점 경험을 쌓아가다가 얼마 전 관리자에 당선된 것입니다. 실제로 제 기여를 보시면 생성한 문서나 컨텐츠 기여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이 반달 복구, 문서 보호, 그리고(기여수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문서 삭제와 사용자 차단입니다. 저 말고도 대부분의 청소년 사용자들은 주로 이런 활동들을 합니다. 일부 컨텐츠 기여를 능숙하게 하시는 청소년 사용자분들을 보면 존경스럽다고 할까요?
앞에서 위키백과를 자주 사용하는 편이라는 또래 청소년들에게 이유가 뭐냐고 물어봤습니다. 타 사이트보단 더 신뢰가 가고, 전문적인 지식들도 더 많아서 자주 사용한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다만 역시나 편집을 해본 적은 거의 없다고, 가끔가다가 ip로 마침표 한번 정도 찍고 오타 교열한 것이 끝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위키백과를 보긴 해도 편집하진 않는다는게 느껴졌습니다(사실 이건 비단 청소년만 그런게 아니겠지만요).
최근 들어 한국 위키미디어 협회에서 청소년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여러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청소년 간담회부터 시작하여 제가 제안한 위키탐방도 벌써 2회차까지 진행되었고, 점점 청소년들의 위키백과 활용 방법을 높이고자 하는 것으로 보여 협회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에 참여하신 다른 청소년 분들 중에서 한두분이라도 위키백과에 기여를 시작하신다면 점점 많은 사용자들이 모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2020년, 2021년처럼 다시 위키백과가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 사용자 분들, 지금까지 계속 기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계속해서 힘이 닿는데까지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