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백과:KIWI/2023년 1호/독자기고
안녕하세요. 한국어 위키백과에서 평범한 사용자 중 하나로 활동하고 있는 LR0725라고 합니다. 이번에 부족한 저에게 2022년 4호 소식지에 기고문을 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신 한국 위키미디어 협회에게 감사 드립니다. 이번에 제가 기고문을 쓸 주제는 저번에 2022년 2호 소식지에서 Twotwo2019님이 써 주신 알찬 글과 좋은 글입니다. 해당 글은 알찬 글과 좋은 글은 중요하지만 그 선정 과정에 미흡함이 있어 문서 검토 체계를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해 주셨습니다. 그 논지에도 매우 동의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초점을 달리 하여, 왜 우리가 알찬 글과 좋은 글 작성 및 참여에 참여해야 하며, 위키 편집자인 나에게 이득이 되는 것은 무엇인지 짧은 기간이나마 위키백과에서 활동하고 여러 알찬 글, 좋은 글을 작성하면서 느꼈던 것을 써 보려고 합니다.
가장 먼저, 앞선 2호 기고문에서 언급되었지만 알찬 글과 좋은 글은 대문에도 노출되는, 소위 말하는 ‘대표 문서’입니다. 위키백과를 대표하는 문서라는 것은 그 이름에 걸맞은 높은 질과 신뢰성을 필요로 합니다. 그렇지 않고 오타가 있거나, 틀린 사실이 섞여 있거나, 번역의 질이 좋지 못하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독자가 위키백과에 대해 느끼는 신뢰성에 타격이 가게 됩니다. 위키백과에 열심히 기여하시는 분들은 위키백과가 모르는 게 있을 때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더 검색해 볼 만한, 조금이라도 더 신뢰할 수 있는 백과사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런 마음을 품고 있는 여러분이 위키백과의 ‘간판 문서’에 더 많은 신경을 쏟아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얘기입니다.
물론 위키백과 전체에 있어서 이득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알찬 글과 좋은 글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알찬 글과 좋은 글 후보를 올리기 위해 길고 짜임새 있는 글을 써 보는 것은 위키 편집자로서의 역량 강화에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영어 위키백과에서 이미 알찬 글이나 좋은 글로 선정된 문서를 번역을 한다면, 긴 글 하나를 오류 없이 정확하게 번역하고, 한국어권 독자가 읽을 때 궁금해 할 만한 내용을 추가로 찾아서 집어넣어야 합니다. 질병 문서라면 한국에서의 발병률 데이터를 넣거나, 약물 문서라면 해당 약물이 한국에서는 사용이 허가되었는지 여부를 추가로 넣을지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이후 번역 없이 긴 글을 쓰려고 할 때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알찬 글과 좋은 글 선정 과정에도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낸 알찬 글과 좋은 글 후보를 보면서 큰 문제가 없다면 우리는 “이런 식으로 알찬 글과 좋은 글을 써야 하는구나”라고 하는 가이드라인을 알 수 있게 됩니다. 만일 눈에 보이는 문제가 많다면 “이 부분은 이렇게 쓰면 안되겠다”라고 하는 모두의 교훈으로 삼을 수 있게 됩니다. 이 과정은 후보를 제출하는 사람에게도 유용합니다. 번역을 하시는 분들은 간혹 “이렇게 번역하면 되는 건가?”라는 느낌을 받으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물론 어떻게 번역할지 잘 모르겠다 싶은 단어나 문장이 있을 때마다 사랑방, 질문방에 물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더 좋은 방법은 좋은 글이나 알찬 글 후보 토론에서 혹시 본인의 번역이 지나치게 직역은 아닌지, 자주 틀리는 문법은 없는지 검토를 받아 보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검토를 하는 사람, 검토를 받는 사람, 그것을 지켜보기만 한 사람 모두 본인의 번역의 질과 편집 실력을 올릴 기회를 얻게 됩니다. 늘 똑같은 방식으로 번역하고 편집하면 안 좋은 버릇이 굳어질 뿐입니다. 기왕 편집을 시작했다면 늘 독자가 읽기 쉬우면서도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알찬 글과 좋은 글은 그 목적 달성에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공동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글들입니다. 이를 위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설령 기각된다 할지라도 더 많은 후보를 올려야 하며, 그 후보를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검토하여 서로 윈-윈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주제에서 선정된 알찬 글과 좋은 글은 후일 다른 편집자들이 비슷한 카테고리의 문서를 쓸 때 그 자체만으로 모범서 역할을 합니다. 만약 우리가 새로 나온 음반 문서를 기왕 작성하는 거 완벽하게 작성하고 싶다면, 가장 참고할 만한 것은 무엇일까요? 물론 그것은 이미 기존에 선정된 알찬 글, 좋은 글의 음반 문서들입니다. 이 문서들은 기본적으로 위키백과의 정책과 지침을 잘 지키고 있고, 문법적으로 오류가 거의 없으며, 문서의 주제와 관련된 내용들을 빠짐없이 적어 넣었고,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바탕으로 쓰였다고 보증된 문서들입니다. 헌데 신규 편집자가 자신이 잘 아는 주제로 문서를 쓰러 왔는데, 모범 사례로 그 분께 보여드릴 만한 문서가 하나도 없다면 어떨까요? 이는 그 분께 편집의 장벽이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분야의 편집자라도 “어떻게 문서를 써야 할까요?”라고 물었을 때 제시할 수 있는 문서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 문서 하나만으로도 신규 편집자는 출처 제시 방법, 어떤 출처가 신뢰할 만한 출처인지, 문단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현재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영어 위키백과의 총 문서 수는 6,578,514개이며 좋은 글의 개수는 37,344개입니다. 전체 일반 문서에서 177개 중 1개가 좋은 글인 셈인데, 1%도 안 되는 수이지만 이는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한국어 위키백과의 총 문서 수는 현재 이 시각 613,826개이며 좋은 글로 선정된 글은 201개뿐입니다. 그 비율은 0.032%로 영어 위키백과에 비해 한참 떨어집니다. 물론 그 비율 차이에는 한국어 위키백과에 비해 영어 위키백과의 좋은 글 검토 과정에 걸리는 시간이 짧고, 검토자도 1명이라는 사실도 분명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게든 ‘위키백과에서 볼 만한 문서’를 많이 만들어 내야 합니다. 알찬 글이 ‘완벽한 글’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어 부담스럽다면 좋은 글부터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단순히 영어 위키백과를 통째로 번역한 글이어도 좋습니다. 편집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번역과 편집 실력의 향상입니다. 더 나은 백과사전을 만들기 위해 편집자들은 본인을 연마할 필요가 있고, 알찬 글과 좋은 글 작성과 검토는 가장 좋은 수단입니다. 이 기고문을 바탕으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분들이 알찬 글과 좋은 글에 관심을 가지고 실제로 참여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