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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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인증
Agnosia
ICD-10 R48.1
ICD-9 784.69
MeSH D000377

실인증(失認症, agnosia)은 감각 자극 인식에 어려움을 겪는 증상이다. 인식불능증이라고도 한다.


개요[편집]

외부 환경의 정보를 수용해서 의미 파악에 이르는 과정은 감각(sensetion), 지각(perception), 인식(recognition)의 세 단계를 거친다. 외부자극에 의해 수용체와 이에 연결된 신경계에 일련의 변화가 유발되면 감각이 이루어진다. 감각은 물리적 자극에 의해 유발되는 신경계말단의 반응에 불과하다. 반면에 지각은 이러한 물리적 속성에 의해 유발되지만 거기서 한단계 더 나아가 심리적 표상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지각과정을 통해 동일한 물리자극이 여러가지 다른 내용으로 표상될 수 있고, 서로다른 물리자극이 구별없이 하나의 지각으로 표상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물체에서 반사된 빛이 동일한 주파수로 망막을 통해 전달되더라도, 주위배경의 색구성에 따라 다른 색상으로 지각된다. 또 영어의 'r'과 'l'발음은 물리적으로 분명히 다르고 청력검사에서와 같은 여건에서는 감각적 차이를 구별할 수 있지만, 단어에 포함된 음운으로 표상해서 지각할 때는 구별되지 않을수도 있다. 한편 인식은 하나의 감각계를 통해 형성된 지각표상을 다른 감각계와 연결하거나 내재된 기억표상과 연합시켜 의미를 도출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면 물체를 보거나 소리를 듣고 나서 그 대상의 이름을 대거나 사용방법을 생각해내고, 관련된 기억을 회상해내는 것도 인식에 속한다.

이 세 단계의 정보처리과정 중 일부가 손상되면 각기 다른 양상의 장애를 일으킨다. 감각장애는 일반적으로 역치를 증가시켜, 정상상태라면 신경계가 감지할 수 있는 세기의 자극에 대해 환자의 신경계가 더이상 반응하지 않게 된다. 지각이나 인식과정이 손상되면 역치는 정상이고 일차적인 감각은 유지되지만, 주어진 물리적 자극에 대한 지각표상이 형성되지 않거나 형성되더라도 기억 등 다른 인지기능 단계로 전달되지 않는다. 따라서 그 자극에 관련된 기억이나 개념을 되살리거나, 이름을 대고 사용방법을 생각해 내는 등의 인식이 이루어질수 없게 된다. 이를 인식불능증 혹은 실인증 이라고 한다.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의 개별감각계에 각각 관련된 인식불능증들이 알려져 있다.

실인증은 장애가 생기는 인지 단계에 따라 지각단계의 장애와 인식단계의 장애로 세분된다.

지각성 실인증[편집]

실인증을 보이는 사람들가운데 지각단계에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를 지각성 실인증(apperceptive agnosia)이라고 한다. 지각과정의 이상은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지각장애가 의심될 경우 정확히 파악하려면 여러 가지 자세한 검사가 필요하다.

연합성 실인증[편집]

지각과정의 분명한 이상 없이 인식불능상태를 보이는 경우를 연합성 실인증(associative agnosia)이라고 하는데 이는 인식단계의 기능이상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러가지 검사가 필요한 지각성 실인증과는 달리, 지각장애가 없는 연합성 실인증을 밝히는 것은 비교적 손쉽게, 예를 들어 환자에게 따라 그리기를 시키는 것과 같은 간단한 시험으로 대략 확인할 수 있다. 만이 인식을 못하는 그림을 정확히 따라 그릴 수 있다면. 그 그림의 시각적 지각표상을 형성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 환자의 실인증이 지각 이후의 단계, 즉 인식단계의 장애에 의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종류, 양상, 병변의 위치[편집]

지각성 시각실인증[편집]

시각형태실인증(visual form agnosia)은 물체의 형태에 대한 지각이 불가능한 경우이고 색상인식불능증(achromatopsia), 동작인식불능증(akinematopsia)등 시각의 일부요소에 국한된 지각성 실인증도 있다. 시각형태실인증은 주로 후두엽의 피질가 백질부위에 넓게 퍼진 병변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관찰되었고, 색상인식불능증은 후두엽의 배쪽 표면의 안쪽 부위의 손상에 의해 초래되고, 동작인실불능증은 측두엽-후두엽 경계부위의 손상에 의해 발생한다. 동시실인증(simultanagnosia)도 지각성 시각실인증에 포함된다. 이것은 시야에 제시된 여러 물체나 글자들을 하나씩 인식할 수 있으나 동시에 인식할 수 없는 증상인데, 임상양상과 병변의 위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등쪽 및 배쪽 동시실인증(dorsal or ventral simultanagnosia)의 두가지로 구분된다. 등쪽 동시실인증은 여러 물체를 동시에 지각표상화 할 수 없어서 인식장애를 보이는 것으로 추정되며, 인식해야할 대상이 많은 복잡한 그림의 인식이나 복잡한 환경에서의 보행등에 어려움을 겪는다. 주로 뇌분수계 경색(watershed infarct)등에 의해 양쪽 후두-두정 경계 부위에 병변이 있을 때 관찰된다. 배쪽 동시실인증은 특히 문자언어를 인식하는데 특징적인 장애를 나타내기 때문에 순수 읽기언어장애(pure alexia)라고도 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단어전체를 동시에 읽지 못하고 단어의 개개 글자들을 하나씩 읽는다. 병변은 대개 좌측 측두-후두 경계부위에서 발견된다.

연합성 시각실인증[편집]

연합성 시각실인증은 이름대기, 종류구분, 사용방법 제시 등 물체의 정체파악과 그 물체에 관련된 지식을 인출하는데 장애를 보인다. 그러나 시각 이외의 다른 감각, 예를 들면 청각 등을 통해서는 이런 과제들을 쉽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지식 자체는 보존되어 있음을 추정할 수 있고, 따라그리기 등을 통해 지각단계의 장애가 없음도 확인된다. 연합성 시각실인증의 대표적인 예로 얼굴인식불능증(prosopagnosia)을 들 수 있다. 얼굴인식불능증 환자들은 얼굴로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이 선택적으로 손상되는데, 심지어 자기얼굴을 못 알아보기도 한다. 그러나 얼굴을 지각할 수는 있어서 얼굴과 다른 물체를 구별하거나 따라 그릴 수 있고, 목소리 등을 통해서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 최근 뇌활성화를 측정하는 기능뇌영상 실험들에 의해 우측 방추체형이랑(fusiform gyrus)이 얼굴 인식에 깊이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밖의 실인증[편집]

사물을 알아보지 못하는 실인증은 시각 등 특정감각계에 국한될 수도 있고, 반대로 사물에 관한 지식, 즉 의미기억(semantic memory)을 저장하는 신경기제에 손상이 생겨서 감각계와 상관없이 지식을 인출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의미기억 자체가 저하되는 경우에는 주로 측두엽의 병변에 의해 초래되는데, 의미치매(semantic dementia)나 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적 변화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간혹 뇌졸중 등 국소적 병변에 의해 유발되기도 한다. 대개 양쪽에 있는 측두엽이 모두 손상된 경우에 볼수 있지만 좌측에 국한된 병변에 의할 수도 있다. 매우 드문 경우에 생물이나 무생물 중 어느 한 분류에 대한 지식만 선택적으로 손상될 수 있어서, 뇌속에 의미지식이 저장될 때 항목 부류에 따라 구별하여 저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참고문헌[편집]

  • 신경학(2005), 서울대학교 의과대학편, 서울대학교 출판부
  • 신경과학(2005),이광우 저,범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