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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1/위키백과 매수 최악의 시나리오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y라는 기업이 경쟁상대 기업(그 기업을 x라 칭한다)을 문서에서 삭제하려 한다. 지우려 하는 기업은 전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하며 위키백과에서도 20개 이상의 언어판에 등재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그 기업을 삭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위키백과 일반 유저들을 매수해야 한다. 아이디를 검색할 경우(구글링 등) 개인정보가 나오는 유저들도 있지만 개인정보가 안나오는 유저들도 있다. 이들은 일단 개인정보를 조사하기 쉬운 유저들부터 신상정보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정보력을 동원해 그들을 만나고, 돈으로 매수한다. 큰 금액에 대부분은 넘어왔다. 가입일이 수개월 이상 되고, 편집수가 1000건이 넘는 영향력 있는 사용자 수십명을 매수하는데 성공했다. x 문서에 대한 삭제 신청과 함께 찬성표 수십표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삭제하는건 관리자이기 때문에 관리자를 매수해야 한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관리자는 대략 10~13명 가량이다. 삭제하는건 관리자이지만 한명만 매수하면 다른 관리자가 반발하여 무마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다수를 매수해야 한다. 구글 검색으로 개인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관리자가 몇명인지가 중요한 성패로 결정될 수 있다. 활동적인 관리자중에 개인정보를 조사할 수 있어 로비를 시도할 수 있는 관리자는 대략 8~10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들에게 거액을 제시하여 6명 정도를 매수했다고 가정한다.

20xx년 x월 x일, 작전은 시작되었다. 삭제 토론이 회부되고 한국어 위키백과 역사상 가장 뜨거운 토론이 시작되었다. 예상대로 기존 유저들의 반발이 엄청나게 많았다. 저명성의 원칙을 주장한 삭제 반대파들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었으나, 거액으로 매수된 수십명의 사용자들과 관리자들은 수적으로 우세했다. 토론을 진흙탕으로 만들기 위해 개인공격을 담당한 유저도 따로 있어 토론은 엉망진창으로 진행되어갔다. 이른바 진흙탕 만들기 유저는 차단이 되기도 하였으나, 매수된 관리자가 차단을 풀어주면서 이 역시 또다른 토론의 한 축이 되어 삭제 반대파들의 기력은 분산되기 시작했다. 차단된 이들은 PC방을 가서 아이디를 만들고 다시 활동하기 일쑤였고 의심하는 사용자들에 의해 체크유저가 신청되었으나, 혐의가 밝혀지진 않았다. 오랫동안 토론이 실시됐고, 다수결을 꾸준히 주장한 매수자들은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x월 x일, 새벽을 틈타 매수자들은 동시 다발적으로 접속, 다수결로 삭제 결정을 내리고 매수된 관리자가 삭제했다. 그러나 매수되지 않은 관리자와 사용자들이 다시 문서를 생성하기도 했으나, 토론이 끝난 사안이라고 주장한 매수된 관리자에 의해 다시 삭제됐다. 계속되는 문서 생성에 대해 매수된 관리자는 문서 생성 보호를 해놓았고 일반 유저는 생성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매수되지 않은 관리자가 생성 보호를 해제하여, 이에 대한 또다시 뜨거운 토론이 열렸다. 매수된 관리자가 다수이기 때문에 삭제된 상태에서 토론이 진행되었다. 동시에 매수자들은 토론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저명성 지침도 수정하길 요구해 토론이 열렸다.

삭제 반대파들은 이상한 낌새를 채고 위키재단과, 미디어위키에 연락을 해 조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오프라인에서 매수된 사람들은 체크유저같은 IP정보로는 어떠한 혐의도 찾는데 실패했다. 부적절한 삭제를 한 관리자들에 대한 권한 회수 등이 주장되기도 하였고 최전방에서 역할을 가담한 관리자 소수는 실제로 관리자 권한 회수 토론이 열렸다. 뜨거운 토론이 이어졌다. 그러나 수십명의 매수된 일반 사용자들의 반대로 기각됐다. 매수자들은 거액을 받는 댓가로 위키백과에 매일 접속해서 활동 내역을 보고하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를 강제하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에 매수된 수십명은 매일같이 접속해서 여론몰이를 이어나갔다. 매수된 관리자들은 반대파들의 말에 하나하나 꼬투리를 잡고 일반 사용자들을 대거 차단하기도 했다. 매수되지 않은 관리자들은 이에 반발하여 차단을 해제했고, 매수된 관리자들에 의해 다시 차단이 반복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면서 상처를 입은 삭제 반대파들은 회의를 느끼고 탈퇴하는 등 힘을 잃어갔다. 경찰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법적인 문제가 있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사립 탐정을 구해 현 상황을 조사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미 활동적인 사용자들이 대부분 매수된 상황에서 나머지 유저 몇몇이 수백만원에 달하는 사립탐정 고용비용을 구하기 어려웠다. 결국 위키재단이 와서 정밀 조사를 위해 협조하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모임이 열렸다. 매수된 사용자들은 적발되지 않기 위해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적극 가담 매수자들은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하지 않았고, 삭제찬성파(매수자들)가 한명도 참여하지 않으면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소극적인 매수자들 몇명만 참여해 관련 조사를 반대한다는 발언을 하였으나 인정되진 않았다. 결국 위키재단은 사립탐정을 고용하는 비용을 지원했고, 일부 사용자들의 계좌에 y기업에 의한 입금 내역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분수령을 맞게된다. 계좌 입금이 적발된 관리자는 할 수 없이 객관적인 토론을 위해 사퇴하고 입금이 확인된 일반 사용자들도 토론에서 빠지기로 하였다. 이들은 부적절한 돈을 받고 인터넷 여론을 조작했다는 혐의로 고소당했다. 재판이 나오려면 오래 걸리므로 고소는 당장 위키백과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이처럼 입금 내역이 밝혀지면서 삭제 반대파들은 목소리를 더 높이며 기세를 이어나가려 했으나, 비용을 현금으로 받거나, 차명계좌로 입금받은 많은 사용자들은 아직도 혐의가 밝혀지지 않았고 매수자들의 수는 아직도 상당히 많았다. 더이상 조사는 진전되지 않았다.

결국 수개월에 걸친 삭제 프로젝트는 Y의 승리로 끝났다. 절망감에 빠진 나머지 사용자들은 회의감을 느끼고 탈퇴한 사용자들도 많아 전반적으로 한국어 위키백과는 위축됐다. Y에 의한 삭제 프로젝트는 해체되고 매수된 사용자들도 몇몇을 제외하고는 거의 활동을 하지 않는다. 매수된 사용자들은 양심 고백을 고민한 사람들도 있었으나, 계약조건에 위반되기 때문에 그런 용기를 낸 사람은 없었다. 다시 사용자들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X 기업처럼 저명한 기업이 없다는데 놀라며 다시 등재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활동하는 매수된 관리자들은 다시 삭제하고, 그에 반발하는 사용자들에 의해 토론이 간간히 이어지기도 했다. 그때마다 매수된 관리자들은 말 꼬투리를 잡으며 차단하기 일쑤였고, 한국어 위키백과에서 x 기업에 대한 언급은 금기라는 인식도 많아졌다.

몇 년이 흘렀다. 법적 분쟁에서 고소된 매수자들은 특정인에게 피해를 끼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재판부의 판결 아래 무죄가 확정되었다. 새로 온 사용자들은 아직도 X가 없다는 사실에 놀라 등재하고 있다. 매수자들도 계약 기간이 끝나 더이상 X를 삭제하려 하지 않는다. 시대가 바뀌어 Y도 이제는 X의 경쟁상대가 아니기 때문에 다시 매수자들을 동원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위축된 한국어 위키백과는 이전의 문서에 비해서 양과 질적으로 매우 초라해졌다. 하지만 X는 등재된 채로 유지된다. 매수자들은 받은 거액으로 잘 살고 있으며 죄책감 때문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 위키백과에 거의 오지 않으며 일부 방문하는 매수자들도 이젠 관심을 끊었다. 당시 X 삭제에 반대했던 사용자들은 위키백과에 대한 혐오를 느끼고 위키백과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폄훼하고 다닌다. 이 대형 사건은 대한민국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언론에도 보도되면서 외부 누리꾼들의 관심도 끌게되었고, Y가 위키백과를 매수하였다는 소문은 퍼져나갔다. Y는 위키백과를 매수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기도 하였으나, Y는 이를 반박하면서 최소한의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일시적으로는 y가 이겼으나, 결국은 X가 등재되면서 원칙이 승리했다. 한국어 위키백과는 상처를 받았지만, 새로운 사용자들에 의해 위키백과는 힘겹게 유지되어간다.

해설

사립탐정의 실력이 어느정도 되는지는 잘 모른다. 일단은 계좌가 적발되는 것 정도만 예상해봤다. 경찰 수사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미지수다. 명예훼손도 아니기 때문에 죄로 보기 어려울수도 있으나, 여론조작으로 기소될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다. 기소된다면 사건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사건이 벌어진다면 다수의 언론에서 보도될 가능성이 있는만큼 기자들에 의해 특종으로 뭔가 밝혀질 가능성도 아주 없지는 않다. 많이 보도될수록 새로운것이 밝혀질 가능성은 높아진다.

일단은 삭제만 한다는 주제로 글을 써보았다. 저명성 있는 문서의 삭제는 내용의 여론조작보다 훨씬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최악의 매수 시나리오에 적합하다고 생각되어 적용한 것이다. 이 사건처럼 특별히 문서 하나만 갖고 여론조작을 하는게 아니라, 관련 문서와, 이념 등 광범위하게 여론조작을 하려는 세력에 의해 매수될 가능성도 아주 없지는 않다. 오랫동안 다수의 사용자들이 침입해오면 위키백과 기존 유저들도 힘쓰긴 어렵다. 위키백과가 위축되는것은 필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