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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아시아대회에 입장하는 우리 선수단의 표지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언제부터 국제스포츠무대에서 우리 국호가 'R.O.KOREA'가 되었나? R.O.K? 어쩌다 이렇게 바뀐 것인지, 과거 국제대회마다 우리 국호를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생각에 가슴이 아리다.

올림픽에서 우리 국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정한 'KOREA(KOR)'이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물론, 다른 국제스포츠기구도 이를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한올림픽위원회(KOC)는 1947년 한반도의 유일한 국가올림픽위원회(NOC)로 승인받았고, 1948년 세인트모리츠 동계올림픽과 런던 하계올림픽에 'KOREA'로 참가한 이후 그렇게 확정됐다. 1972년 뮌헨 올림픽 때 북한이 처음 올림픽 무대에 등장한 이후에도 그 원칙은 변함없다.

북한은 올림픽 참가를 위해 끈질긴 노력 끝에, 1957년 불가리아 소피아 IOC 총회에서 "올림픽 출전은 KOC의 동의를 얻어 남북한 단일팀으로만 참가할 수 있다"는 조건부 NOC 승인을 받았다. 1962년에는 "1964년 도쿄 올림픽에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되, 안될 경우 별개로 참가시킨다"는 IOC 총회 결의에 따라 사상 첫 남북 단일팀을 위한 회담이 열렸다. 하지만 회담은 결렬됐고 결국 IOC는 1963년 총회에서 북한의 도쿄대회 참가를 허용하면서 한국은 'Korea', 북한은 'North Korea'로 호칭키로 결정했다. 북한은 그 호칭에 불만을 품고 대회를 보이콧했다. 이후 북한은 소련 등 공산권의 지원으로 1969년 북한이 바라던 대로 DPR Korea(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로 호칭이 결정됨으로써 1972년 뮌헨 대회에 참가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시 장기영 IOC 위원 등은 장래 통일을 염두에 둔 차원에서 'KOREA'라는 호칭이 한반도에서 갖는 상징성을 지키려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 아시아대회의 엉뚱한 국호 표기를 보면서 선배들이 이루어놓은 역사가 무관심 속에 훼손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괜한 걱정일까? OCA 규정 65쪽에도 있는 호칭 'KOREA'가 아닌 'R.O.KOREA'라는 엉뚱한 국호로 불리는 데 대한 대한체육회의 무지와 무관심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방광일 전 대한체육회 국제담당 사무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