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Kwrite
김명섭 시인 대표 시
[편집]서울에도 돼지를 풀어놓자
김명섭
큰 화채 그릇처럼 생긴
펀치볼 안에
뱀들이 너무 많아
사람이 살기 어려웠던 옛날
뱀에게 물려도 독이 퍼지지 않는
겁 없는 돼지를 풀어놓아
돼지가 평안을 가져다주었다는
말 그대로 해안면(亥安面)
이 마을 전설을
촌로의 이 빠진 말로 들었다
뱀이 우글거리는
서울 분지가 떠올랐다
머리를 꼿꼿이 세운 뱀
혀를 날름거리며 헛소리하는 뱀
꼬리를 빼고 잘 도망가는 뱀
똬리를 틀고
잘못된 기득권을 지키는 뱀
사람을 물어 죽이는 뱀
이 뱀들과 뒤엉켜 살고 있는 우리
서울에도 돼지를 풀어 놔야겠다
비계가 두꺼운 돼지
먹성 좋은 돼지를
펀치볼: 화채 그릇.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을 일명 펀치볼이라고 부름.
해안면: 강원도 양구군 동북단에 있는 면소재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청문회
김명섭
성깔대로 물고 뜯어
흔적 없이 뭉개지는 의혹의 씨눈
속뜻 고개 들도록
해바라기씨 까기 연습하자
벗겨야 할 문제의 알맹이
높이 치켜들 잘난 엄지척
올바른 곳 향할 검지로 꼭 잡고
사정없는 송곳니로
씨의 모서리 공손히 깨물면
의문은 실금을 내어준다
그 허점 바짝 비틀면
다섯 개 부챗살 한가운데 세우는
고소한 비리의 실체
냄새와 껍질이 남아
삼키지 못한 거짓
먹은 게 안 보여도
입안에 증거
해바라기 뜻으로 까 보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경첩 다시 달기
김명섭
꼭 붙어 살아야 할 너와 나
더러워진 18 밀리미터 정情의 문짝
무소음 경첩(댐퍼)으로 바꾸어 달자
시끄럽게 여닫던 말문에
싱크대 속은 늘 소화불량
불만의 병목에서 벗어나
지름 35 밀리미터 굵은 하소연에는
통쾌해지겠지
막아 주고
가려 주지 못하던 의문일랑
가슴 깊이 12 밀리미터 홀컵 파서
덜렁거리지 않게 심을 박자
좌우 양보 없는 눈치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삐걱대던 간섭
5 밀리미터 떨어져 살자
댐퍼(damper)=진동을 흡수하는 장치
숫자는 경첩을 달기 위한 치수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포도주
김명섭
한 스님의 즉문즉답
이웃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사람
포도주를 담가보란다
도리머리 흔드는 떫은 말
몇 도로 삭혀야
속내가 상하지 않을지
다디단 당도
쓰디써서 멀어질 사이
속앓이 시간 발효하란다
온정이 도는 알코올 12도
낯익는 숙성에
취해서 어우러질 때까지
배꼽 인사법으로 오래 서서
감칠맛 나게 나를 담가보란다
다가 오고 싶은 향기
코 끝에 두고
밝은 적자색 미소
눈가에 두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윷판 위에 자빠져
김명섭
난곡 동네 어귀 해진 거적 위에
내동댕이쳐진 김씨의 윷가락
얼씨구?
남들은 윷 모로
잘도 자빠지는데
쌍말을 타고
넓은 집으로 이사도 잘 가는데
매번 도 개로 엎어져
말판으로 오르내리는 달동네
마른 개 등에도 못 탄 채
고삐만 들고 서성인다
한 자도 안 되는 꿈은
윷가락에 가위눌림 당해
자꾸 후렴으로 뱉는 한숨이 되었다
어쩌랴
지름길로 갈 자격이 없어
팔방을 돌아야 하는
내 앞에 놓인 골목길인 걸
오늘도 겨우 돼지 말 하나
개발제한구역 안에 묶어 놓고
그래도
하늘을 우러러
사지를 던져 봐야지
내일쯤 윷 모로 자빠질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새벽 그리고 한강
김명섭
찢긴 모래톱을
들어내는 투망의 새벽
물안개 퍼올리며
겨울풀 일어서고
일출의 뜨거운 숨결
노래되어 흐른다
저기 부는 풍운
여기 여울지는 물살
후조 날아드는
역사의 아픈 순례
가슴은 한 채 배로 떠서
삐걱이며 노를 젓고
이제 어디로 가나
우리들 표류의 아침
불러도 닿지 않는 대안
물소리는 목이 쉬고
그래도 내일이 있어
문을 여는 강이여!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추일서정秋日抒情
김명섭
살아온 앙금을 빚어
초벌 굽던 샌님 이야기
황토 빛 넋두리를
유약 발라 구웠더니
이내 맘
담고 살 하늘
청자가 눈을 뜬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산수국
김명섭
잘 입은 거지는 얻어먹어도
헐벗으면 얻기 힘든 동냥
옷이 초라해
물들인 꽃받침으로
무명옷 지어 입은 산수국
단정히 여민 꽃망울
저고리꽃이 오종종해서
거짓 치마 여덟 폭 둘렀다
나비에게 돋보여야
벌 눈에 잘 띄어야
살아남을 세상 길
치마로 먹구름 하늘 쓸고 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노래방에서
김명섭
요즘 생활 리듬이 뒤틀어져
노래방 동안거에 들어갔다
가부좌를 틀고
배꼽 밑에 두 손 모아
반주기가 읽는 고저장단
기본 화음 공손히 받았다
티 없는 한지벽에
야한 잔상이 출렁대
모니터 눈은 반개했다
게으른 박자 위
조는 음표가 떠다니는 앰프
죽비를 맞고 정신 차릴까
남의 말 안 듣는 마이크
비뚤어진 음정에
아직 스피커 탓만 한다
결 고운 리듬 골라 불러야
이웃이 흔들어주는 탬버린
함께 어우러져 어깨춤이 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조 농사를 지으시던 어머니께
김명섭
쑥대밭에 청춘을 심어놓고
잡초를 뽑듯 한숨도 솎아내며
눈물도 주시더니
어머니란 명분을
조 이삭처럼 여물리셨습니다
좁쌀 같은 바램이나마
도리깨로 떨어내어
가난의 껍질을
절구에 벗기시던 당신
지저분한 검불도
쭉정이 진 마음도
키에 담아 까불러서
조 알맹이만 고르는
삶의 가을걷이를 가르쳐 주셨죠
올해도
제 가슴엔 조 농사가 풍년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뼈아픈 말씀이 도진
그 손으로 키우고 있으니까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쥐똥나무
김명섭
얼마나 목 늘여야
울타리 낮아질까
네 향기 아니어서
말 못 한 목젖이 핀 꽃
오뉴월 속타던 꽃말
쥐똥으로 익히려나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테트리스 게임
김명섭
집 앞 계단에 꼬마가 앉아
손바닥만한 게임기로
벽돌 네 개를 접어
벌써부터 사는 연습한다
많은 벽돌 속에
어디쯤 들어가 살아야 할지
무엇을 막고 쌓아야 할지
눈치를 살폈다
책상과 의자 그 빈 사이
가슴 펴 앉아 보고
사람과 사람
서먹서먹한 사이
기억자로 허리 구부려 이어 보고
때로는 높이 못 오르는 이웃에게
무릎 끓고 엎드려
계단이 되는 실습도 했다
한 층, 한 칸씩 이가 빠진 세상
어떻게 접고
어떻게 끼워 넣어야
촘촘하게 사는 것인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동기화
김명섭
무엇이 불만인지
식탁 위에 투덜투덜 굴러다니는
시퍼런 새끼 귤
몇번이나 기분이 얼고 녹았는지
서릿발이 선 아이스크림이
냉장고에 철모르고 있다
단맛을 지키려고
찬장에서 살이 마르는 조청
향기마저 굳었다 기한이 넘은 생우유 등
서로 외면하고 사는 식품들
새 조리법 못 읽었나 보다
새콤달콤한 셰이크 가족
만들자고 산 믹서기
아직 낮잠을 자고 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청구서를 들고
김명섭
어느 날
무심코 받아 든 청구서 한 장
침침한 눈 비비고
또 비비며 읽어 내려갔다
자식에게 준
소꿉놀이용 조가비
꿈 한 가닥 사서 넘던
고무줄 과외비
집사람에게 필요했던
기다림의 양초 몇 자루
구멍 뚫린 가슴을 막던 취미 한 개
내가 쓴 비용으로는
먹고살기 위해 사용한
실장갑 서너 켤레
벽에 붙은 명예 한 장
부모님께 드린
썩은 목침 두 개
시간의 꼬리를 눌러 놓은
깨진 장기 짝 서른두 개
모두 더한 가격란에
내 중년이 쓰여 있다
아직 걸어갈 길도 먼데
파스도 못 붙인
삐걱거리는 관절
사는 게 이런 건가
다 갚고 나면
웃을 수 있는 주름살이나
한 개 남았으면 좋겠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모하비 사막으로 가자
김명섭
그 사람이 보고 싶으면
모하비 사막으로 가자
길러온 새순
따갑게 가시로 말리고
신경의 뿌리 자르고
회전초(回傳草)가 되어
서로 구르는 모랫바람 속
그렇게 뒹굴다 보면
조슈아(Joshua) 다리에 걸리겠지
목마른 사람에게 물 마저 내주는 선인장 뜻
얼마나 고마운 그늘인지
한참 헤아려 보자
산이 비구름을 막아
파란 하늘만 집착한 가슴
사막이 된 까닭 위에
혼자되는 핑계 알거야
‘대초원에 우리 슬픔의 여인’
이정표 앞에서 망설여 보자
문 없는 빈 감옥으로 갈지
카지노가 있는 호텔로 갈지
모하비 사막 =미국 서부에 있는 사막
회전초(tumbleweed)=가을이 되면
줄기 밑동에서 떨어져 공 모양으로
바람에 구르는 잡초
조슈아(Joshua)=선인장 일종
대초원의 우리 슬픔의 여인 =라스베이거스 옛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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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클프리
김명섭
내 옷장 속에는
다혈질 옷 한 벌이 살고 있다
좁은 옷장 속에 살면서도
옷걸이에 걸려
주름 없이
늘 반반한 기분으로 살아야 한다
때로 개어지거나 포개지면
후줄근한 얼굴에
짜글짜글하게 구겨진 가슴은
펴질 줄 모른다
다른 옷들이
늘 긴장하고 산다
세탁소에 가서
링클프리를 해와야겠다
옷걸이에 걸렸다가도
웃으면서 개어지는 옷
포개졌다가도
옷걸이에 걸리면
툭툭 털고
깃을 세울 줄 아는 옷
옷장에 다른 옷들이
편안히 바라보고 살 수 있도록
링클프리: 천에 주름이 덜 생기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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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림프 믹스
김명섭
고향 소식이 출출하면
롱비치 부둣가에서
새우 버무림 한 컵 사 먹어야지
싱싱하게 맨살로
뼈대 없이 살아 온
파푸리카 몇 조각
덜 익은 토마토만큼
입 안에서 설컹거리는
몇 토막 타향의 말들
그 사이 사이
타령이 비리지 않게
상하지 않게 고수를 뿌려서
이민 사십년사 꼭꼭 씹으며
등 굽은 새우 하역부로 앉아
어색하지 않게 먹어야지
세파가 넘실대는 부둣가
삶이 허기가 지면...
롱비치=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항구
쉬림프 믹스=미국 사람들이 먹는 새우 버무림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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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걸이가 되어
김명섭
서 있는 내 옷걸이에
어머니의 무스탕
집사람의 누비옷
딸아이의 교복
아들의 잠바
겨울이라 더 무거운 옷들이 매달렸다
때론 일년에 한 번
스키 복이나 수영복까지
심지어 드레스에
모자, 스카프까지 매달린다
내 옷도 힘겨운데 ......
성경에 짐을 진 사람들은
모두 내게로 오라고 했다
거기나 가 봐야겠다
힘들어도 앞으로 넘어지지 않는
든든한 어깨가 되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도가니탕을 앞에 놓고
김명섭
도가니탕 한 그릇 받아들고
묵상의 김을 피웠다
뜨거운 김 속에서
도가니들을 꺼내
접시에 늘어놓은 지나온 나날들
젓가락은 조용히 합장을 했다
하나 집어들고
눈물로 삭힌 간장에 찍어도
무른 도가니는 반응이 없다
이 관절 붙들고 살아온 뼈대들
얼마나 껄끄러웠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어느 오돌오돌한 도가니는
매웁게 살아온 깍두기와 함께
섞어 씹어도
잘 친해서
뒷맛이 매끄러웠다
여기에 붙어살던 마디마디는
아주 편안했겠다
사는 게 어려운 건가
질그릇같이 거친 세상
얼굴 비벼도
삐걱거리지 않게
모질게 오돌거리는 것이지
도가니 국물
뿌옇게 우러난 말씀 속에
얼굴을 자꾸 담금질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물고기 신神 보십시오
김명섭
사망 신고용지에 싸인
팔팔한 월척越尺 보셨습니까
빛나던 꿈의 비늘도 떨어지고
눈시울마저도 먹칠해 버린
젊은 날의 어탁魚拓
이름 없는 낚시꾼이 벗긴
생生의 굴레
당신의 손이라도 전세냈단 말인가요
하늘과 물 사이
먹이의 찌 하나 띄워 놓고
허기를 재는 척도
물고기 나라엔
죄의 표준이 이것밖에 없나요
빈 주둥이 속에 미끼로 물고 사는
배부른 강태공의 낚시 바늘
그 고삐가 오락으로 흔들리지 않게 ...
유언으로 묻어난 꼬리 끝 지문은
가난의 판례로 새겨
이웃 어족에게 회람回覽으로 돌렸습니다
유능하신 당신에게
꼭 빌고픈 소원이 있어요
다음 세대의 물고기를 디자인할 때
입을 삭제할 수 있도록 ...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설피 선물
김명섭
올 겨울에는 꼭
설피 마을에 다녀와야겠네
어른 아이
눈 속에 빠지지 않게
설피 몇 켤레 사 와야겠네
떡값 소문 속에 허우적거리는 이 의원
도박으로 부도 낸 앞집 김 사장
춤바람 난 뒷집 아줌마
전자 오락에 빠져
학교 못 간 옆집 아들 녀석
눈 속에 벼랑을 모르는 이웃 사촌들
하얀 세상 손 잡고 살자고
고로쇠나무로 만든 설피 몇 켤레
성탄 선물로 사 와야겠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북어 덕장에서
김명섭
무슨 죄를 많이 지었길래
이승에 세운
저승의 표본실인가요
하늘 가까이 산에 와서
물을 벗고
알몸으로 드리는 고해성사
유난히 큰 겁먹은 눈
꺼풀도 없이 솔직한 말로
고백을 하고 있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삿대질하던
그 지느러미도 모으고
찬 바람은
바다 세상에서 지은 죄
한겨울 동안 뱉어내도
다물지 못하는 입이여
맑은 물 속에 살아도 저런데
비계 속에 살이 찐
내 잘못은 어쩌란 말이오
그래도 보다 못한 하늘은
예수의 수의라도 덮어 주고파
북어 덕장에
함박눈이 저다지 내리나 보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임바라기11
-자반 반 손
김명섭
얼마나
더 절어야 간이 들까
외로움 반 손
간도 쓸개도 빼 버리고
덤으로 가버린
세월도 잊은 채
부끄러움도 잊은 채
좌판 위에
몸으로 쓴 사랑의 백서
그다지
좋아하던 싱싱한 마음은
왕소금에도 안 저나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자유
김명섭
이로 갈아 말 재갈 끊고
동토에서 달려온
한 떼거리 야생마
깊은 땅속 푸른 꿈
솟구어오던 죽순
족쇠 풀린 말굽이다
수용소 비명이 걸린 나목 사이
서릿발 박차를 받으며
버들잎 갈기가 휘날리고 있다
어디든 달려갈...
이제 고삐 내가 쥐고
가슴 조이던 바람
봄꽃으로 푸는 일만 남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나사를 들고
김명섭
돌수록 바람 잡는
선풍기 날개 왼나사
안경 다리 오른나사
조이면 발버둥쳐
수많은 갈등 어느 쪽으로
풀고 조여야 편안할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점자로 선 가로등
김명섭
까만 세상 위에
점자로 찍힌 불빛
눈 뜨고도 보지 못해
헤매는 사람 위해
위인전 글자로 서서
발걸음을 밝힌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숭어
김명섭
짠물에만 논다고
손가락질 받았나
싱겁게 살아가는
친구가 보고 싶어
강가를 기웃거리며
반성문 쓰고 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돌떡처럼
김명섭
탈없이 잘 살라고
붉은 수수팥떡
몸 튼튼 씩씩하게
백세 살라고 백설기
슬기를 꼭꼭 채워 살라고
속 빈 바람떡 괸단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자석
김명섭
자석아! 네 가슴엔
무엇이 들어있어?
철 나무 남과 북
석을 가려가며
세상의 나침반으로
올바르게 사느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생선가시
김명섭
동생의 여린 말에
가시가 들어있어
듣는 내 귓속
콕콕 찔러 눈물난다
가시손 눈엣가시 더 발라
숟가락에 얹어 줘야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복수초
김명섭
언 땅 호호 녹이고
노란 꽃손 살짝 들어
눈보라 시험문제
속삭이듯 정답 말해
잘 참고 풀어냈다고
봄이 준 금메달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칭찬 스티커
김명섭
게시판에 스티커
숙제 안 해 파란색
인사 안 해 노란색
싸워서 빨간색
색색의 낙엽 반성문
내 명찰에 물든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운동회
김명섭
친구와 나
응원하며
무서운 탈을 썼다
난 청군 탈
넌 백군 탈
내가 울면
친구가 웃어
한바탕
탈춤 춘 뒤
미운 탈은 벗어야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복사기
김명섭
엄지 척! 나를 꼽는
언제나 내 짝꿍
말씨는 고사하고
동작까지 닮는다
복사가 선명하려면
원판이 더 깨끗해야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김명섭 시인 약력
1958년 4월 29일(양력)
경기도 파주시 운정3동 1001번지 출생
동국대학교 경영대학원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파주시 문화상, 내무부 장관상
강서문학상, 김우종 문학상 수상
파주문화원 이사 역임
한맥문학가협회 사무국장 및 이사 역임
파주문인협회 사무국장 및 이사 역임
한국시조시인협회 총무간사, 이사 역임
서울 강서문인협회 회장 역임
창작산맥문학회 회장 역임
송도중고등학교총동창회 회장 역임
동국대학교 문학인회 회원
한국시인협회, 국제펜클럽 회원
한국문인협회 상벌제도위원
시집 [임바라기]
[서울에도 돼지를 풀어놓자]
[경첩 다시 달기]
[내 사랑의 바코드]
동시조 [돌떡처럼]
수필집 [임바라기로 서서]
명상집 [종로 물장수]
아동문학 [꿈의 열쇠]
글짓기 [김명섭 글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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