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아비달마집론 > 대승아비달마집론 제3권 > 1. 본사분(本事分) ③ > 49 - 58쪽
K.572(16-157), T.1605(31-663)
[49 / 159] 쪽
대승아비달마집론 제3권
무착보살 지음
현장 한역
이한정 번역
1. 본사분(本事分) ③
1) 삼법품 ③
[문] 연(緣)이란 무엇입니까? 또 몇 가지가 연입니까? 어떠한 이치에서 연을 관찰하게 됩니까?
[문] 인(因)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등무간(等無間)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소연(所緣)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중상(增上)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연의 이치에서 일체가 연에 해당된다. 인법(因法)을 ‘나’라고 집착하는 것을 버리기 위한 까닭에서 ‘연’을 관찰하게 되는 것이다.
[문] 연의 관찰에는 어떠한 인연이 있습니까?
[답] 아뢰야식의 선(善)한 습기(習氣)가 있다. 또 자체적인 성품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차별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보조하는 것[助伴]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등행(等行)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증익(增益)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장애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수렴에 기인하기 때문이니, 이것이 인연의 이치이다. 여기서 ‘자체 적인 성품’이란 능작인(能作因)이고, ‘자성의 차별’이란 능작인의 차별을 가리키는 것으로 대략 스무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생능작인(生能作因)으로, 식(識)의 화합에서 식의 존재를 추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주능작인(住能作因)으로, 식(食)에서 이생(已生) 및 구생(求生:求欲生) 등의 유정의 존재를 추리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지능작인(持能作因)으로, 대지(大地)에서 유정의 존재를 추리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조능작인(照能作因)으로, 등불 따위에서 온갖 빛깔[色]의 존재를 추리하는 것이다.
[50 / 159] 쪽
다 섯 번째는 변괴능작인(變壞能作因)으로, 불에서 장작의 존재를 추리하는 것이다. 여섯 번째는 분리능작인(分離能作因)으로, 갈고리 따위에서 그 끊어지는 작용을 추리하는 것이다. 일곱 번째는 정견능작인(正見能作因)으로, 공교지(工巧智) 따위로 금과 은 따위의 물건을 추리하는 것이다. 여덟 번째는 신해능작인(信解能作因)으로, 연기에서 불의 존재를 추리하는 것이다. 아홉 번째는 현료능작인(顯了能作因)으로, 종(宗)ㆍ인(因)ㆍ유(喩)로서 그 소성의(所成義)를 추리하는 것이다. 열 번째는 등지능작인(等持能作因)으로, 성도(聖道)에서 그 열반의 존재를 추리하는 것이다. 열한 번째는 수설능작인(隨說能作因)으로, 명자의 개념을 생각하거나 인지하는 것이다. 열두 번째는 관대능작인(觀待能作因)으로, 이것으로 인하여 저 구생의 존재를 관대(觀待)하는 것이니, 마치 배고픔을 관대하여 음식을 찾게 되는 것과도 같다. 열세 번째는 견인능작인(牽引能作因)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연이니, 마치 무명의 지분에서 건너뛰어 노사의 존재를 추리하는 것과도 같다. 열네 번째는 생기능작인(生起能作因)으로, 가까이 연접해 있는 연이니, 마치 무명에서 바로 다음 차례에 있는 행(行)을 추리하는 것과도 같다. 열다섯 번째는 섭수능작인(攝受能作因)으로 여타의 연이니, 논밭ㆍ물ㆍ비료 따위에서 곡식 따위 가 생겨남을 추리하는 것과도 같다. 열여섯 번째는 인발능작인(引發能作因)으로 수습하는 연이니, 마치 신하가 임금을 잘 섬겨서 임금을 기쁘게 하는 것과도 같다. 열일곱 번째는 정별능작인(定別能作因)으로 차별적인 연이니ㆍ5취온(趣蘊)에서 5취과(趣果)의 존재가 추리되는 것과도 같다. 열여덟 번째는 동사능작인(同事能作因)으로 화합하는 연이니, 마치 감관[根]이 훼손되지 않았을 때 경계가 온전하게 드러나는 것처럼, 작의(作意)를 바로 일으켜 그 생겨나는 식의 존재를 추리하는 것이다. 열아홉 번째는 상위능작인(相違能作因)으로 서로 장애하는 연이니, 마치 싹에서 곡식의 존재를 추리하는 것과도 같다. 스무 번째는 불상위능작인(不相違能作因)으로, 작위가 없는 연이니, 마치 곡식이 여물면 장애가 없어지는 것과도 같다.
[51 / 159] 쪽
‘보 조하는 것[助伴]에 기인하기 때문’이란 제법을 공유해서 생겨나되 반드시 결손됨이 없는 것이니, 마치 4대종과 소조색이 그 대응하는 바에 따르는 것과도 같다. ‘등행(等行)에 기인하기 때문’이란 제법의 공용(功用)이 평등하게 행해지되 그 소연에 반드시 결손된 것이 없어야 하는 것이니, 마치 심법과 심소법의 관계와도 같다. ‘증익(增益)에 기인하기 때문’이란 전제(前際)에서 선법ㆍ불선법ㆍ무기법을 닦은 까닭에 능히 후제(後際)에서도 선법 따위의 제법을 전전(展轉)시켜 이를 더욱 증가시킨 뒤에야 생겨나는 것을 말한다. ‘장애에 기인하기 때문’이란 여러 번뇌를 자주 익히는 바에 따라 그 과보가 되는[所有] 혹(感)이 이를 모두 상속해서 견고하게 기르는 것이니, 이렇게 상속하는 것에서부터 열반과 멀어지게 되는 것을 가리킨다. ‘섭수에 기인하기 때문’이란 불선 및 선의 유루법을 가리키는 것이니, 능히 자체를 수렴하는 까닭이다.
[문] 어떠한 것이 등무간연(等無間緣)입니까?
[답] 중간에 간격이 없는 등무간이기 때문이다. 동분(同分)이나 이분(異分)이 심ㆍ심소에서 생겨나는 것도 등무간이기 때문이니, 이러한 것이 ‘등무간연’의 이치이다.
[문] 어떠한 것이 소연연(所緣緣)입니까?
[답] 구분이 있는 경(境)의 소연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구분이 없는 경의 소연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다른 행상(行相)이 없는 경의 소연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다른 행상이 있는 경의 소연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사물이 있는 경의 소연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사물이 없는 경의 소연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사물의 소연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분별의 소연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전도된 것의 소연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전도되지 않은 것의 소연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장애가 있는 것의 소연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장애가 없는 것의 소연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이 소연연의 이치이다.
[52 / 159] 쪽
[문] 어떠한 것이 증상연(增上緣)입니까?
[답] 임지(任持)하는 것을 증상시키기 때문이고, 인발(引發)하는 것을 증상시키기 때문이고, 공유[俱有]하는 것을 증상시키기 때문이고, 경계를 증상시키기 때문이고, 생산을 증상시키기 때문이고, 머물러 지속하는 것을 증상시키기 때문이고, 과(果)의 수용을 증상시키기 때문이고, 세간에서 청정하게 욕심을 여의는 것을 증상시키기 때문이고, 세간을 벗어나고자 청정하게 욕심을 여의는 것을 증상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이 증상연의 이치이다.
[문] 동분피통분(同分彼同分)이란 무엇입니까? 또 몇 가지가 동분피동분입니까? 어떠한 이치에서 동분피동분을 관찰하게 됩니까?
[답] 식을 여의지 않고 비슷한 모양[相似]으로 근(根)과 경(境)이 상속되어 생겨나기 때문이고, 식을 여윈 자체적인 모양이 비슷하게 상속되어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동분피동분의 이치에서, 색온의 일부분인 안근 따위의 다섯 종류와 유색(有色)의 계와 처(處)의 일부분이 동분피동분에 해당된다. 식과 상응하거나 상응하지 않는 것을 ‘나’라고 집착하는 것을 버리기 위한 까닭에서 동분피동분을 관찰하게 되는 것이다.
[문] 집수(執受)란 무엇입니까? 또 몇 가지가 집수입니까? 어떠한 이치에서 집수를 관찰하게 됩니까?
[답] 생에 의존해서 색을 받는 때문이다. 이 같은 집수의 이치에서, 색온의 일부분과 다섯 종류의 유색의 계와 처의 전부 및 4계의 일부분도 집수에 해당된다. 신체를 자유롭게 전환하는 것을 ‘나’라고 집착하는 것을 버리기 위한 까닭에서 집수를 관찰하게 되는 것이다.
[문] 근(根)이란 무엇입니까? 또 몇 가지가 근입니까? 어떠한 이치에서 근을 관찰하게 됩니까?
[답] 경(境)의 접수를 증상시키기 때문이고, 종족을 부단히 증상시키기 때문이고, 중통분에 머무는 것을 증상시키기 때문이고, 청정한 업과 부정한 업과(業果)의 수용을 증상시키기 때문이고, 세간에서 욕심을 여의는 것을 증상시키기 때문이고, 세간에서 벗어나고자 욕심을 여의는 것을 증상시키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근의 이치에서, 수온과 식온의 전부와 색온과 행온의 일부분과 12계ㆍ6처의 전부 및 법계와 법처의 일부분이 근에 해당된다. 자아를 증상시키는 것을 ‘나’라고 집착하는 것을 버리기 위한 까닭에서 ‘근’을 관찰하게 되는 것이다.
[53 / 159] 쪽
[문] 고고(苦苦)의 성품은 무엇입니까? 또 몇 가지가 고고의 성품입니까? 어떠한 이치에서 고고의 성품을 관찰하게 됩니까?
[답] 고수(苦受)의 자체적인 모양[自相]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고수법(苦受法)에 따르는 자체적인 모양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고고의 성품의 이치에서 일체의 일부분이 고고의 성품에 해당된다. 괴로운 것을 ‘나’라고 집착하는 것을 버리기 위한 까닭에서 고고의 성품을 관찰하게 되는 것이다.
[문] 괴고(壞苦)의 성품은 무엇입니까? 또 몇 가지가 괴고의 성품입니까? 어떠 한 이치에서 괴고의 성품을 관찰하게 됩니까?
[문] 낙수(樂受)는 변하여 없어지는 자체적인 모양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낙수법(樂受法)에 따라 변하여 없어지는 자체적인 모양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그것에 대한 애착도 변하여 없어지는 것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괴고의 성품의 이치에서 일체의 일부분이 괴고의 성품에 해당된다. 즐거운 것을 ‘나’라고 집착하는 것을 버리기 위한 까닭에서 괴고의 성품을 관찰하게 되는 것이다.
[문] 행고(行苦)의 성품이란 무엇입니까? 또 몇 가지가 행고의 성품입니까? 어떠한 이치에서 행고의 성품을 관찰하게 됩니까?
[문] 불고불락수(不苦不樂受)의 자체적인 모양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불고불락수법(不苦不樂受法)에 따르는 자체적인 모양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두 가지 추중(麤重)의 수렴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두 가지 무상(無常)의 추중을 여의지 못하는 불편함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행고의 성품의 이치에서 3계와 3계의 2처를 제외한 모든 온과 온의 일부분 및 일체가 행고의 성품에 해당된다.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것을 ‘나’라고 집착하는 것을 버리기 위한 까닭에서 행고의 성품을 관찰하게 되는 것이다.
[문] 유이숙(有異熟)이란 무엇입니까? 또 몇 가지가 유이숙입니까? 어떠한 이치에서 유이숙을 관찰하게 됩니까?
[답] 불선과 선법의 유루법(有遍法)을 말한다. 이 같은 유이숙의 이치에서. 10계ㆍ4처와 모든 온의 일부분이 유이숙에 해당된다. 모든 온을 능히 버리고 능히 상속하는 것을 ‘나’라고 집착하는 것을 버리기 위한 까닭에서 유이숙을 관찰하게 되는 것이다. 또 이숙(異熟)이란 아뢰야식과 상응하는 법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나머지는 단지 이숙생(異熟生)이나 비이숙(非異熟)이라고도 한다.
[54 / 159] 쪽
[문] 식(食)이란 무엇입니까? 또 몇 가지가 식입니까? 어떠한 이치에서 식을 관찰하게 됩니까?
[답] 변화하여 소멸하기 때문이다. 또 변화하여 소멸하는 것은 경계가 있기 때문이고, 경계가 있는 것은 희망하기 때문이고, 희망이 있는 것은 유취(有取)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취가 식의 이치이기에 3온ㆍ11계ㆍ5처의 일부분이 식에 해당된다. 그 먹는 것에 연유해서 머무르는 것을 ‘나’라고 집착하는 것을 버리기 위한 까닭에서 음식을 관찰하게 되는 것이다. 또 이 같은 음식 차별의 건립에는 대략 네 종류가 있다.
첫 번째가 부정의지주식(不淨依止住食)이고, 두 번째가 정부정의지주식(淨不淨依止住食)이고, 세 번째가 청정의지주식(淸淨依止住食)이고, 네 번째가 시현의지주식(示現依止住食)이다.
[문] 유상(有上)이란 무엇입니까? 또 몇 가지가 유상입니까? 어떠한 이치에서 유상을 관찰하게 됩니까?
[답] 일체가 유상인 것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무위(無爲)의 일부분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유상의 이치에서 법계의 법처 일부분을 제외한 것이 유상에 해당된다. 열등한 사물을 ‘나’라고 집착하는 것을 버리기 위한 까닭에서 유상을 관찰하게 되는 것이다.
[문] 무상(無上)이란 무엇입니까? 또 몇 가지가 무상입니까? 어떠한 이치에서 무상을 관찰하게 됩니까?
[답] 무위(無寫)의 일부분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무상의 이치에서 법계 의 법처의 일부분이 무상에 해당된다. 가장 뛰어난 사물을 ‘나’라고 집착하는 것을 버리기 위한 까닭에서 무상을 관찰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에 연유해서 그 차별의 도리를 설명하는 것이니, 나머지 무량한 문(門)도 유추해서 관찰할 수 있다. 다시 온ㆍ계ㆍ처의 차별에는 대략 세 종류가 있으니, 변계소집상(遍計所執相)의 차별이고, 소분별상(所分別相)의 차별이고, 법성상(法性相)의 차별이다.
[문] 어떠한 것이 변계소집상의 차별입니까?
[답] 온ㆍ계ㆍ처 가운데에서 자아란 바로 유정이라고 억측하여 이에 집착하는 것으로, 명자(命者)ㆍ생자(生者)ㆍ양자(養者)ㆍ삭취자(數趣者)ㆍ의생(意生)ㆍ마납바(摩納婆) 등이다.
[55 / 159] 쪽
[문] 어떠한 것이 소분별상의 차별입니까?
[답] 바로 온ㆍ계ㆍ처의 법을 가리킨다.
[문] 어떠한 것이 법성상의 차별입니까?
[답] 바로 온ㆍ계ㆍ처 가운데에서 자아 등을 무성(無性)ㆍ무아(無我)ㆍ유성(有性)이라 하는 것이다. 다시 네 종류의 차별이 있으니, 상차별(相差別)ㆍ분별(分別)차별ㆍ의지(依止)차별ㆍ상속(相續)차별이다.
[문] 어떠한 것이 상차별입니까?
[답] 온ㆍ계ㆍ처에서 하나하나의 자체적인 모양을 차별하는 것이다.
[문] 어떠한 것이 분별차별입니까?
[답] 온ㆍ계ㆍ처에 있는 실유(實有)와 가유(假有), 세속유(世倚有)와 승유(勝有), 유색과 무색, 유견(有見)과 무견(無見)이다. 이와 같은 무량한 차별에 대한 분별은 앞서 해설한 것과 같다.
[문] 어떠한 것이 의지차별입니까?
[답] 유정은 머무는 그 처소의 차별에 따라 의지하는 것을 말한다. 온ㆍ계ㆍ처도 이러함을 숙지해야 한다.
[문] 어떠한 것이 상속차별입니까?
[답] 하나하나의 찰나간에 온ㆍ계ㆍ처가 유전되는 것이다.
[문] 상차별(相差別)에서의 묘한 이치[善巧]는 어떻게 터득됩니까?
[답] 자아에 대한 집착이 바로 허물이고 걱정거리임을 터득하는 것이다.
[문] 분별차별에서의 묘한 이치는 어떻게 터득됩니까?
[답] 취(聚)라는 생각이 바로 허물이고 걱정거리임을 터득하는 것이다.
[문] 의지차별에서의 묘한 이치는 어떻게 터득됩니까?
[답] 만들지 않고도 얻게 되는 것을 터득하는 것이다. 비록 만들더라도 잃어버린다는 생각이 바로 허물이고 걱정거리임을 터득하는 것이다.
[문] 상속차별에서의 묘한 이치는 어떻게 터득됩니까?
[답] 편안하게 머문다는 생각이 바로 허물이고 걱정거리임을 터득하는 것이다. 온ㆍ계ㆍ처에는 여섯 종류의 차별이 있으니, 외문차별(外門差別)이고, 내문(內門)차별이고, 장시(長時)차별이고, 분한(分限)차별이고, 잠시(暫時)차별이고, 현시(顯示)차별이다.
[56 / 159] 쪽
[문] 어떠한 것이 외문차별입니까?
[답] 욕계의 차별이 여러 가지로 나눠지는 것을 가리킨다.
[문] 어떠한 것이 내문차별입니까?
[답] 일체의 정지(定地)를 가리키는 것이다.
[문] 어떠한 것이 장시차별입니까?
[답] 모든 이생(異生)을 가리키는 것이다.
[문] 어떠한 것이 분한차별입니까?
[답] 모든 유학(有學)을 가리키는 것이니, 마지막 찰나간의 온ㆍ계ㆍ처와 그 나머지 무학은 제외된다.
[문] 어떠한 것이 잠시차별입니까?
[답] 모든 무학의 마지막 찰나간에 존재하는 온ㆍ계ㆍ처를 가리킨다.
[문] 어떠한 것이 현시차별입니까?
[답] 모든 부처님과 이미 구경(究竟)을 성취한 보살마하살이 시현하는 온ㆍ계ㆍ처를 가리킨다.
2) 섭품(攝品)
[문] 섭(攝:수렴)이란 무엇입니까?
[답] 간략하게 설명하면 수렴에는 열한 종류가 있다. 상섭(相攝)ㆍ계섭(界攝)ㆍ종류섭(種類攝)ㆍ분위섭(分位攝)ㆍ반섭(伴攝)ㆍ방섭(方攝)ㆍ시섭(時攝)ㆍ일분섭(一分攝)ㆍ구분섭(具分攝)ㆍ갱호섭(更互攝)ㆍ승의섭(勝義攝)을 가리킨다.
[문] 어떠한 것이 상섭입니까?
[답] 온ㆍ계ㆍ처의 자체적인 모양 하나하나가 바로 그 바탕에서 수렴되는 것을 가리킨다.
[문] 어떠한 것이 계섭입니까?
[답] 온ㆍ계ㆍ처에서 그 과보가 되는 종자인 아뢰야식이 그 계를 수렴하는 것을 가리킨다.
[57 / 159] 쪽
[문] 어떠한 것이 종류섭입니까?
[답] 온ㆍ계ㆍ처의 모양이 다를지라도 온의 이치ㆍ계의 이치ㆍ처의 이치가 평등한 까닭에 전전하여 서로 수렴하는 것을 가리킨다.
[문] 어떠한 것이 분위섭입니까?
[답] 낙위(樂位)의 온ㆍ계ㆍ처가 바로 자체적인 모양에 수렴되는 것을 가리킨다. 고위(苦位)와 불고불락위(不苦不樂位)도 이와 같다. 그 분류된 지위가 평등한 까닭이다.
[문] 어떠한 것이 반섭입니까?
[답] 색온이 그 밖의 다른 온과 더불어 서로 어울리는 것을 가리킨다. 그 밖의 다른 온ㆍ계ㆍ처가 그 어울리는 바를 수렴하는 것도 이와 같다.
[문] 어떠한 것이 방섭입니까?
[답] 동쪽 방향의 여러 온ㆍ계ㆍ처에서 다시 자체적인 모양을 수렴하는 것이다. 여타 방향의 온ㆍ계ㆍ처도 이와 같다.
[문] 어떠한 것이 시섭입니까?
[답] 과거세의 모든 온ㆍ계ㆍ처를 다시 자체적인 모양을 수렴하는 것이다. 미래와 현재의 모든 온ㆍ계ㆍ처도 이와 같다.
[문] 어떠한 것이 일분섭입니까?
[답] 모든 법이 온ㆍ계ㆍ처에 수렴되는 것으로 단지 일부분만을 수렴하고 그 밖의 다른 분제를 수렴하지 않는 것이 일분섭임을 숙지해야 한다.
[문] 어떠한 것이 구분섭입니까?
[답] 모든 법이 온ㆍ계ㆍ처에 수렴되거나 수렴하는 것이 구분섭임을 숙지해야 한다.
[문] 어떠한 것이 갱호섭입니까?
[답] 색온(色蘊)에 수렴되는 것을 가리킨다.
[문] 그 계는 몇 종류가 있고, 처는 몇 종류가 있습니까?
[답] 10계의 전부와 1처의 일부분이 이에 해당된다.
[58 / 159] 쪽
[문] 수온(受蘊)에 수렴되는 계는 몇 가지가 있고, 처는 몇 가지가 있습니까?
[답] 1처의 일부분이 이에 해당된다. 수온과 마찬가지로 상온ㆍ행온도 이와 동일하다.
[문] 식온(識羅)에 수렴되는 계는 몇 가지가 있고, 처는 몇 가지가 있습니까?
[답] 7계와 l처가 이에 해당된다.
[문] 안계(眼界)에 수렴되는 계는 몇 가지가 있고, 처는 몇 가지가 있습니까?
[답] 색온의 일부분과 1처의 전부가 이에 해당된다. 안계의 경우처럼 이계ㆍ비계ㆍ설계ㆍ신계ㆍ색계ㆍ성계ㆍ향계ㆍ미계ㆍ촉계도 이와 같다.
[문] 의계(意界)에 수렴되는 온은 몇 가지가 있고, 처는 몇 가지가 있습니까?
[답] l온과 1처가 이에 해당된다.
[문] 법계(法界)에 수렴되는 온은 몇 가지가 있고, 처는 몇 가지가 있습니까?
[답] 3온의 전부와 색온의 일부분 및 1처의 전부가 이에 해당된다.
[문] 안식계(眼識界)에 수렴되는 온은 몇 가지가 있고, 처는 몇 가지가 있습니까?
[답] 식온과 의처(意處)의 일부분이 이에 해당된다. 안식계처럼 이식계ㆍ비식계ㆍ설식계ㆍ신식계ㆍ의식계도 이와 같다.
[문] 안처(眼處)에 수렴되는 온은 몇 가지가 있고, 계는 몇 가지가 있습니까?
[답] 색온의 일부분과 1계의 전부가 이에 해당된다. 안처처럼 이처ㆍ비처ㆍ설처ㆍ신처ㆍ색처ㆍ성처ㆍ향처ㆍ미처ㆍ촉처도 이와 같다.
[문] 의처에 수렴되는 온은 몇 가지가 있고, 계는 몇 가지가 있습니까?
[답] 1온과 7계가 이에 해당된다.
대승아비달마집론 > 대승아비달마집론 제3권 > 1. 본사분(本事分) ③ > 59 - 68쪽
K.572(16-157), T.1605(31-663)
[59 / 159] 쪽
[문] 법처(法處)에 수렴되는 온은 몇 가지가 있고 계는 몇 가지가 있습니까?
[답] 3온 전부와 l처의 일부분 및 1계의 전부가 이에 해당된다. 이와 같은 법을 온ㆍ계ㆍ처로 이름지어 해설하되, 나머지는 온ㆍ계ㆍ처로 이름 지어 해설하지 않으니, 바로 실유(實有)ㆍ가유(假有)ㆍ세속유(世俗有)ㆍ승의유(勝義有)ㆍ소지(所知)ㆍ소식(所識)ㆍ소달(所達)ㆍ유색(有色)ㆍ무색(無色)ㆍ유견(有見)ㆍ무견(無見)이다. 이 같은 것들이나 먼저 드러나게 되는 것이 그 상응하는 바에 따라서 온ㆍ계ㆍ처와 모양을 서로 바꿔가면서 남김없이 수렴하는 것임을 숙지해야 한다.
[문] 어떠한 것이 승의섭입니까?
[답] 온ㆍ계ㆍ처가 진여에 수렴되는 것을 가리킨다.
[문] 묘한 이치의 수렴에는 어떠한 뛰어난 이익이 있습니까?
[답] 그 소연하는 바가 간략하게 집약되는 수승한 이로움에서, 하나하나의 경에 따르는 것이 생략되어 그 마음을 모으게 된다. 이 같은 것에서 선근이 수승하게 늘어나는 것이다.
3) 상응품(相應品)
[문] 상응(相應)이란 무엇입니까?
[답] 간략하게 설명하면 상응에는 여섯 종류가 있으니, 불상리(不相離)상응ㆍ화합(和合)상응ㆍ취집(聚集)상응ㆍ구유(俱有)상응ㆍ작사(作事)상응ㆍ동행(同行)상응이다.
[문] 어떠한 것이 불상리상응입니까?
[답] 일체의 그 방향을 분위(分位)하는 색[有方分色]이 극미(極微)한 것일지라도 서로 간에 달리 분위되지 않는 것이다.
[문] 어떠한 것이 화합상응입니까?
[답] 일체의 이상의 화합된 존재를 말한다. 일체의 방향을 분위하는 색이 서로 간에 화합하는 것이다.
[문] 어떠한 것이 취집상응입니까?
[답] 방향을 분위하여 모인 색들이 전전하여 집합하는 것이다.
[문] 어떠한 것이 구유상응입니까?
[답] 동일한 신체 내에서 모든 온ㆍ계ㆍ처가 동일한 시분에 유전하여 함께 생겨나고 머무르고 없어지는 것을 가리킨다.
[문] 어떠한 것이 작사상응입니까?
[답] 동일하게 짓는 일의 전전하는 모양에 수렴되는 것이다. 두 사람의 필추(苾芻)가 그 짓는 바가 동일하기에 서로 상응하게 되는 것과도 같다.
[60 / 159] 쪽
[문] 어떠한 것이 작사상응입니까?
[답] 심ㆍ심소가 하나의 소연에서 전전하되 동일하게 행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동행상응에는 다시 많은 이치가 있으니, 이질적인 성품과 상응하더라도 자체적인 성품이 아닌 것[他性相應非己性]이고, 서로 어긋나지 않는 것과 상응해서 서로 어긋난 것과도 상응하지 않는 것[不相違相應非相違]이고, 동일한 때에 상응해서 그 때를 달리하지 않는 것[同時相應非異時]이고, 동질적인 분제(分際)의 계(界)와 지(地)에 상응하되 이질적인 분제의 계와 지에는 상응하지 않는 것[同分界地相應非異分界地]이다. 또 일체변행동행상응(一切遍行同行相應)이 있으니, 수온과 상온이 사(思) 심소법과 접촉해서 의식(意識)을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 또 염오변행동행상응(梁汚遍行同行相應)이 있으니, 염오의(梁汚意)에는 네 종류의 번뇌가 있다. 비일체시동행상응(非一切時同行相應)이 있으니, 심법에 의지해서 때에 따라 신(信) 등의 선법을 일으키거나, 때에 따라 탐(貪) 따위의 번뇌와 수번뇌의 법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분위동행상응(分位同行相應)이 있으니, 낙수와 함께 하는 모든 상응법과 고수ㆍ불고불락수와 함께 하는 모든 상응법을 가리킨다. 또 무간동행상응(無間同行相應)이 있으니, 유심위(有心位)에 있는 것을 가리킨다. 또 유간동행상응(有間同行相應)이 있으니, 무심(無心)의 중간정(中間定)을 가리킨다. 또 외문동행상응(外門同行相應)이 있으니, 분제(分際)가 많은 욕계에 그 심ㆍ심소가 계류되어 있는 것을 가리킨다. 또 내문동행상응(內門同行相應)이 있으니, 모든 정지(定地)에 있는 심ㆍ심소를 가리킨다. 또 증습동행상응(曾習同行相應)이 있으니, 모든 이생(異生)에게 있는 심ㆍ심소 및 유학인 사람에게 있는 일부분의 심ㆍ심소를 가리킨다. 또 미증습동행상응(未曾習同行相應)이 있으니, 세간을 벗어나는 모든 심ㆍ심소 및 초후시(初後時)에 세간을 벗어난 다음 성취하는 모든 심ㆍ심소를 가리킨다.
[문] ‘상응의 묘한 이치’에는 어떠한 뛰어난 이로움이 있습니까?
[답] 어질게 깨달아야만 심에 의지하게 되는 것이다. 수온과 상온 따위의 염정(染淨)의 제법은 상응하거나 불상응하는 이치가 있으니, 이로부터 사무쳐 깨달으면 곧바로 ‘자아’란 능히 지각하는 것[能受]이라거나, 능히 생각하는 것[能想]이라거나, 능히 사고하는 것[能思]이라거나, 능히 마음먹는 것[能念]이라는 그 염정에 대한 집착을 버릴 수 있고, 또한 묘한 이치에 능한 것에 의해서 무아법에도 속히 들어가게 된다.
[61 / 159] 쪽
4) 성취품(成就品)
[문] 성취(成就)란 무엇입니까?
[답] 성취의 모양은 앞에서 해설한 그대로이다. 그 차별에도 세 종류가 있으니, 종자성취(種子成就)ㆍ자재성취(自在成就)ㆍ현행성취(現行成就)이다.
[문] 어떠한 것이 종자성취입니까?
[답] 만약 욕계에 태어나고자 하는 때에 욕계ㆍ색계ㆍ무색계에 계류하는 번뇌와 수번뇌가 있다면, 그러한 종자의 성취에 연유해서 성취되는 까닭이다. 아울러 선법을 생득(生得)해서, 만약 색계에 태어나는 때에, 욕계에 계류하는 번뇌와 수번뇌가 있다면, 그에 해당하지 않는 종자의 성취에 연유해서 성취하려는 까닭에 불성취라고 이름한다. 색계와 무색계에만 계류하는 번뇌와 수번뇌가 있어야만 그러한 종자의 성취에 연유하여 성취되는 까닭이다. 아울러 선법을 생득해서 만약 무색계에 태어나는 때에 욕계와 색계에 계류하는 번뇌와 수번뇌가 있다면, 그에 해당하지 않는 종자의 성취에 연유해서 성취하려는 까닭에 불성취라고 이름한다. 무색계에만 계류하는 번뇌와 수번뇌가 있어야만 그 종자의 성취에 연유하여 성취되는 까닭이다. 아울러 선법을 생득해서 만약 삼계의 대치도(對治道)를 이미 얻었다면, 이러이러한 품류(品類)에 따라서 대치(對治)가 생겨나게 된다. 이러이러한 품류는 그에 해당하지 않는 종자의 성취에 연유해서 성취하지 못하는 까닭에, 이러이러한 품류에 수반되는 대치가 생겨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러이러한 품류가 그에 해당하는 종자의 성취에 연유하는 때에만 성취하게 된다.
[문] 어떠한 것이 자재성취입니까?
[답] 선법을 가행(加行)시키는 모든 것으로, 세간이나 출세간의 정려(靜慮)해탈ㆍ삼마지(三摩地)ㆍ삼마발저(三摩鉢底) 등의 공덕 및 일부분의 무기법이다. 자재성취에 연유해서 성취하게 된다.
[62 / 159] 쪽
[문] 어떠한 것이 현행성취입니까?
[답] 모든 온ㆍ계ㆍ처의 법이 그 현전하는 바에 따라 선하거나 불선하거나 무기인 것을 가리킨다. 그것들이 이 같은 현행성취에 연유해서 성취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이미 선근을 끊은 경우 모든 선법은 그 종자의 성취에 연유해서 성취하는 까닭에 이를 불성취라고 이름하게 된다. 만약 열반법이 아니거나 일천저가(一闡底迦)의 구경(究竟)을 성취하여 제법에 잡염(雜染)하는 경우 그 해탈의 인이 결여된 것에 연유해서 아전저가(阿顚底迦)라고 이름하게 된다. 그것들의 경우에는 해탈의 인연을 얻고자 하여도 이를 성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 ‘성취에서의 묘한 인연’은 어떠한 수승한 이로움이 있습니까?
[답] 제법이 늘거나 줄어드는 것을 잘 깨달을 수가 있다. 그 늘고 줄어드는 것을 숙지하는 까닭에, 세간이 흥하고 망하는 이러한 모든 것을 여윈다는 결정된 생각에서 마침내 애착이나 노여움을 끊게 되는 것이다.
2. 결택분(決擇分) ①
1) 제품(諦品) ①
[문] 결택(決擇)이란 무엇입니까?
[답] 간략하게 설명하면 결택에는 네 종류가 있다. 제결택(諦決擇)ㆍ법결택(法決擇)ㆍ득결택(得決擇)ㆍ논의결택(論議決擇)을 가리킨다.
[문] 제결택이란 무엇입니까?
[답] 4성제(聖諦)를 가리키는 것으로 고제(苦諦)ㆍ집제(集諦)ㆍ멸제(滅諦)ㆍ도제(道諦)이다.
[문] 고제란 무엇입니까?
[답] 유정이 태어나는 자체와 태어나고자 의지하는 처소를 말한다.
[문] 어떠한 것이 유정이 태어나는 유정세간(有情世間)입니까?
[문] 모든 유정 이 태어나는 나락가(奈落迦:지옥)ㆍ방생(傍生:축생)ㆍ아귀(餓鬼)ㆍ인간(人間)ㆍ천상(天上)의 취(趣)이다. 인간이란 동비제하(東毘提詞)ㆍ서구다니(西瞿陁尼)ㆍ남섬부주(南贍部洲)ㆍ북구로주(北俱盧洲)를 가리킨다.
[63 / 159] 쪽
천 상이란 사대왕중천(四大王衆天)ㆍ삼십삼천(三十三天)ㆍ야마천(夜摩天)ㆍ도사다천(觀史陁天)ㆍ낙변화천(樂變化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ㆍ범중천 (梵衆天)ㆍ범보천(梵輔天)ㆍ대범천(大梵天)ㆍ소광천(少光天)ㆍ무량광천(無量光天)ㆍ극광견전(極光見天)ㆍ소정천(少淨天)ㆍ무량정천(無量淨天)ㆍ변정천(遍淨天)ㆍ무운천(無雲天)ㆍ복생천(福生天)ㆍ광과천(廣果天)ㆍ무상유정천(無想有情天)ㆍ무번천(無煩天)ㆍ무열천(無熱天)ㆍ선현 천(善現天)ㆍ선견천(善見天)ㆍ색구경천(色究竟天)ㆍ무변공처천(無邊空處天)ㆍ무변식처천(無邊識處天)ㆍ무소유처천(無所有處天)ㆍ비상비비상처 천(非想非非想處天)이다.
[문] 어떠한 것이 태어나는 것에 의지가 되는 처소, 즉 기세간(器世間)입니까?
[답] 수륜(水輪)은 풍륜(風輪)에 의지하고, 지륜(地輪)은 수륜(水輪)에 의지하는 바를 가리킨다. 이 같은 지륜에 의지하여 소미로산(蘇迷盧山:수미산)ㆍ칠금산(七金山)ㆍ사대주(四大洲)ㆍ팔소주(八小洲)ㆍ내해(內海)ㆍ외해(外海)가 있다. 소미로산의 사방 바깥층에는 단계적으로 사대왕중천과 삼십삼천이 거주하는 처소가 따로 있고, 다시 외륜(外輪) 위의 허공에도 천궁(天宮)들이 있으니, 바로 야마천ㆍ도사다천ㆍ화락천ㆍ타화자재천이다. 또 색계천이 거주하는 처소는 따로 있다. 모든 아소락(阿素洛:阿修羅)이 거주하는 처소도 따로 있고, 또 모든 나락가가 거주하는 처소도 따로 있으니 열나락가(熱那落迦:熱地獄)ㆍ한나락가(寒那落迦:寒地獄)ㆍ고독나락가(孤獨那落迎)를 가리킨다. 아울러 일부분의 방생과 아귀가 거주하는 처소도 따로 있다. 이렇게 하나의 해, 하나의 달이 주변으로 빛을 뿌려 그 비춰지는 방향과 처소를 하나의 세계라고 이름한다. 이와 같은 천 개의 세계 속에는 천 개의 해와 천 개의 달과 천 개의 소미로산, 천 곳의 사대주, 천 곳의 사대왕중천, 천 곳의 삼십삼천, 천 곳의 야마천, 천 곳의 도사다천, 천 곳의 화락천, 천 곳의 타화자재천, 천 곳의 범세천(控世天)이 있다. 이러한 것을 총괄해서 소천세계(小千世界)라 이름한다. 다시 천 개의 소천세계를 총괄해서 세 번째로 중천세계(中千世界)라고 이름한다. 천 개의 중천세계를 총괄해서 두 번째로 대천세계(大千世界)라고 이름한다. 이와 같은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가 함께 존재하는 그 바깥 태두리[大輪]를 철위산(鐵圍山)이 둘러싸고 있다.
[64 / 159] 쪽
또 이 같은 삼천대천세계는 동시에 무너지고 동시에 이루어진다. 비유하자면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방울이 마치 물레방아같이 끊임없이 공중에서 아래로 쏟아지는 것처럼, 동방에도 끊임없이 무량한 세계가 있다. 어떤 것은 무너지는 중이기도 하고 어떤 것은 생기는 중이기도 하고, 어떤 것은 막 무너지려는 참이고, 어떤 것은 이미 없어 진 채로 남아 있기도 하고, 어떤 것은 생겨나는 참이기도 하고, 어떤 것은 이미 이루어진 채로 남아 있기도 하다. 동방의 경우처럼 모든 열 군데의 방향도 이와 같다.
유 정세간이나 기세간이나 모두 업번뇌(業煩惱)의 세력에서 생겨나고, 업번뇌의 증상에서 일어나기에 총괄적으로 고제라고 이름한다. 다시 고제에 수렴되지 않는 청정한 세계가 있으니, 이는 업번뇌의 세력에서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고, 업번뇌가 늘어나는 것에 의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오직 커다란 원력에 비롯해서 그 청정한 선근이 증상되어 인도받게 된다. 이와 같이 태어나는 처소는 참으로 불가사의하기에 오직 부처님만이 아시게 된다. 이것은 정려(靜慮)에 의해서 얻어지는 정려의 경계도 아니니, 하물며 심사(尋思)로서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다시 고의 모양에 대한 차별에도 여덟 종류가 있다.
생고(生苦)ㆍ노고(老苦)ㆍ병고(病苦)ㆍ사고(死苦)ㆍ원증회고(怨憎會苦)ㆍ애별리고(愛別離苦)ㆍ구부득고(求不得苦)이다. 간략하게 이 같은 일체의 고를 수렴하게 되면 바로 5취온의 고가 된다.
[문] 태어난다는 것이 어떤 이유에서 고가 됩니까?
[답] 화합된 고[聚苦]에 핍박받기 때문이며, 그 밖의 다른 고에 의지받기 때문이다.
[문] 늙는다는 것이 어떤 이유에서 고가 됩니까?
[답] 그 시분이 변화하여 없어지는 고통 때문이다.
[문] 병든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고가 됩니까?
[답] 대종(大種)이 변화하여 달라지는 고통 때문이다.
[문] 죽는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고가 됩니까?
[답] 그 목숨이 변화하여 없어지는 고통을 받기 때문이다.
[문] 원수를 만난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고통이 됩니까?
[답] 서로 만나게 되면 고통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문] 좋아하는 것과의 이별이 어떤 이유에서 고가 됩니까?
[답] 이별에서 고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65 / 159] 쪽
[문] 얻지 못하는 것이 어떤 이유에서 고가 됩니까?
[답] 바라더라도 과보가 없다는 고가 생기기 때문이다.
[문] 간략하게 이 같은 일체의 고를 수렴하는 5취온은 어떤 이유에서 고가 됩니까?
[문] 추중(麤重)하는 고통 때문이다. 이와 같은 여덟 가지의 고를 간략하게 수렴하면 여섯 가지의 고가 있으니, 즉 핍박고(逼迫苦)ㆍ전변고(轉變苦)ㆍ합회고(合會苦)ㆍ별리고(別離苦)ㆍ소희불과고(所悕不果苦)ㆍ추중고(麤重苦)이다. 이 같은 여섯 가지의 고를 확대하면 여덟 가지의 고가 성립하지만 여섯 가지나 여덟 가지나 평등하다. 그 평등한 것이 3고(苦)를 설명했던 것처럼, 이러한 가운데 여덟 가지 고가 있다.
[문] 3고가 8고를 수렴합니까? 아니면 8고가 3고를 수렴하게 됩니까?
[답] 전전하여 그 모양을 수렴하는 것이니, 소위 생고(生苦)ㆍ노고(老苦)ㆍ병고(病苦)ㆍ사고(死苦)ㆍ원증회고는 고고(苦苦)를 드러내는 것이고, 애별리고ㆍ구부득고는 괴고(壞苦)를 드러내는 것이다. 일체의 5취온고를 간략하게 수렴하면 모두 행고(行苦)를 드러내는 것이니, 앞서의 두 가지고, 즉 세속제고(世倚諦苦)와 승의제고(勝義諦苦)와 동일하다.
[문] 어떠한 것이 세속제고이고, 어떠한 것이 승의제고입니까?
[답] 생고에서 구부득고까지가 세속제고이다. 이 같은 일체의 고를 간략하게 수렴하는 5취온의 고가 바로 승의제고이다.
[문] ‘고제의 공한 모양’이란 무엇입니까?
[답] 무상상(無常相)ㆍ고상(苦相)ㆍ공상(空相)ㆍ무아상(無我相)이다.
[문] 어떠한 것이 무상상입니까?
[답] 대략 열두 종류가 있다. 바로 비유상(警喩相)ㆍ괴멸상(壞滅相)ㆍ변이상(變異相)ㆍ별리상(別離相)ㆍ현전상(現前相)ㆍ법이상(法爾相)ㆍ찰나상(刹那相)ㆍ상속상(相續相)ㆍ 병등상(病等相)ㆍ종종심행전상(種種心行轉相)ㆍ자산흥쇠상(資産興衰相)ㆍ기세성괴상(器世成壞相)이다.
[문] 어떠한 것이 비유상입니까?
[답] 일체의 시분에 처해서 아(我)와 아소(我所)의 성품이 언제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66 / 159] 쪽
[문] 어떠한 것이 괴멸상입니까?
[답] 제행(諸行)이 생기자마자 없어지는 것을 가리킨다. 잠깐 존재하고서 다시 없어지기 때문이다.
[문] 어떠한 것이 변이상입니까?
[답] 제행이 이생(已生)하는 것이니, 그 비슷하지 않은 모양을 상속하는 것에 연유해서 유전되기 때문이다.
[문] 어떠한 것이 별리상입니까?
[문] 제행이 증상하는 세력을 앓은 것이거나, 또는 다른 것에 귀속되었어도 여전히 내 것이라고 집착하는 것이다.
[문] 어떠한 것이 현전상입니까?
[답] 바로 무상함에 처해서 그 인(因)이 가까워짐에 연유하여 지금 무상함을 받기 때문이다.
[문] 어떠한 것이 법이상입니까?
[답] 장차 무상이 다가오는 것이니, 그 인이 가까워짐에 연유해서 반드시 받게 되기 때문이다.
[문] 어떠한 것이 찰나상입니까?
[답] 제행은 그 머무는 찰나 이후에는 반드시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문] 어떠한 것이 상속상입니까?
[답] 무시(無始)의 시분 이래로 제행이 생기고 멸하는 것이 부단히 상속되기 때문이다.
[문] 어떠한 것이 평등상입니까?
[답] 4대가 시분에 따라 그 목숨을 받아서 변화하여 달라지기 때문이다.
[문] 어떠한 것이 종종심행전상입니까?
[답] 동일한 시분에 탐심이 일어나거나 또는 동일한 시분에 탐심을 여의는 것을 가리킨다. 이같이 노여움과 노여움을 여의는 것이 있게 되고 어리석음과 어리석음을 여의는 것이 있게 된다, 만약 만나게 되면 흩어지고, 만약 내려가면 올라가고, 만약 쳐들면 쳐드는 것을 여의게 되고, 만약 조용하다면 조용하지 못하게 되고, 만약 안정되면 안정하지 못하는, 이러한 것들이 바로 심행(心行)이 유전하는 것이다.
[67 / 159] 쪽
[문] 어떠한 것이 자산흥쇠상입니까?
[답] 홍하는 것은 모두가 망하는 변화 때문이다.
[문] 어떠한 것이 기세성괴상입니까?
[답] 화(火)ㆍ수(水)ㆍ풍(風)의 세 종류가 이루어졌다가 무너지는 것에서 삼재(三災)가 있게 된다. 위로는 제2정려ㆍ제3정려ㆍ제4정려까지를 말한다. 제4정려 이상의 천궁 따위는 비록 이루어졌다가 무너지는 외부의 재앙은 없으나, 모든 천상의 궁전 등도 함께 생겨나고 함께 없어지는 것이기에 ‘이루어졌다가 무너진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다 시 세 종류의 중겁(中劫)이 있으니, 이른바 기근(飢饉)ㆍ역병(疫病:전염병)ㆍ도병(刀兵: 전쟁)이다. 이 같은 소삼재겁(小三災劫)의 구경위(究竟位)가 방위적으로 출현하는 것을 세계가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1중겁(中劫)의 초기에는 수명이 감소하기만 하고, 1중겁의 후기에는 수명이 늘어나기만 한다. 이와 같이 18중겁은 그 수명이 늘어나고 감소되는 것이 반복된다. 20중겁이 되면 세계가 바로 무너지기 시작하고, 20중겁 동안 세계가 무너지기 시작하며, 20중겁 동안 세계가 무너진 채로 남아 있으며, 20중겁 동안 세계가 이루어지기 시작하며, 20중겁 동안 세계가 이루어진 채로 남아 있다. 이것을 모두 합한 80중겁이 l대겁(大劫)이 된다. 이 같은 겁수(劫數)에 인연해서 색계와 무색계의 모든 천상의 수명이 나타나게 된다. 또 이미 해설한 것처럼 그 수명이 다하는 것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복이 다하는 것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업이 다하는 것에 기인하기 때문에, 그러한 곳들에 있는 유정들이 그러한 처소에서 마침내 사라지게 된다.
[문] ‘수명이 다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답] 때가 되어 죽는 것을 말한다.
[문] ‘복이 다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답] 때가 다하지 않았는데도 죽는 것으로, 바로 복이 없어져서 죽게 되는 것이다. 그들 유정이 정미(定味)에 탐착하게 되면 복의 세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만 명을 다하게 된다.
[68 / 159] 쪽
[문] ‘업이 다한다는 것’은 무슨 이치입니까?
[답] 순생수업(順生受業)과 순후수업(順後受業)이 모두 다하기 때문에 죽게 되는 것을 가리킨다.
[문] 어떠한 것이 고(苦)의 모양입니까?
[답] 3고나 8고 또는 6고를 가리키는 것으로, 자세한 것은 앞에서 설명한 그대로이다. 이러한 것을 고의 모양이라고 이름한다.
[문] 어째서 경전에는 ‘무상이 곧 고’라고 말씀하셨습니까?
[답] 2분(分)의 무상이 고의 모양을 연(緣)하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생분(生分)의 무상을 연한다고 말하는 것은 ‘고고(苦苦)의 성품’을 분명히 알 수 있기 때문이고, 멸분(滅分)의 무상을 연한다고 말하는 것은 ‘괴고(壞苦)의 성품’을 분명히 알 수 있기 때문이고, 구분(俱分)의 무상을 연하는 것에서 ‘행고의 성품’을 분명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같은 이치에서 박가범(薄伽梵)께서 “제행이 무상하기에 제행은 변하여 없어진다”라고 말씀 하셨으니, 다시 이 같은 이치에 따라서 “여러 가지 수(受)로 존재하는 바를 나는 모두 괴로움이라고 말한다”라고도 말씀하셨다. 또 생멸의 두 가지 법에 수반되는 제행 가운데에 있는 생고 따위의 여덟 가지 고의 성품을 분명히 알 수 있는 까닭에, 부처님께서 “무상한 것이 바로 괴로움이다”라고 말씀하셨으니, ‘무상한 제행 가운데에 있는 생 따위가 고(苦)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는 것’이란, 여래가 이 같은 비밀스러운 이치에 따라 “무상에 연하는 까닭에 고는 일체행(一切行)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다.
[문] 어떠한 것이 공한 모양입니까?
[답] 만약 여기에서 이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이치에 연유해서 공하다는 것을 정관(正觀)하게 된다. 만약 여기에서 다른 것이 존재한다면 이 같은 이치에 연유해서 그 존재함을 실답게 알 수 있다[如實知]. 이를 이름하여 ‘공의 성품에 선입(善入)한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실답게 안다는 것’이란 전도되지 않았다는 이치이다.
[문] 온ㆍ계ㆍ처가 존재하지 않는데 누가 어느 곳에서 항상 고정되게 머무를 수있겠는가?
[답] 아ㆍ아소 따위가 변하여 없어지지 않는 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대승아비달마집론 > 대승아비달마집론 제3권 > 2. 결택분(決擇分) ① > 69 - 78쪽
K.572(16-157), T.1605(31-663)
[69 / 159] 쪽
[문] 이 같은 이치에 연유해서 그러한 것들이 모두 공한 것이라면, 도대체 어느 곳에서 누가 여전히 존재할 수 있겠는가?
[답] 그러므로 이곳 자체도 무아의 성품이기에 이곳에 있는 자아는 그 성품도 없고 ‘나’라는 존재의 성품도 없다. 따라서 이러한 성품을 공의 성품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박가범께서는 비밀스러운 이치로 “유(有)를 유라고 실답게 알아야 하고 무(無)를 무라고 실답게 알아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다. 다시 세 종류의 공의 성품이 있으니, 자성공성(自性空性)ㆍ여성공성(如性空性)ㆍ진성공성(眞性空性)이다.
첫 번째는 변계소집(遍計所執)에 의지해서 자체적인 성품을 관찰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의타기(依他起)에 의지해서 자체적인 성품을 관찰하는 것이고, 세 번째가 원성실(圓成實)에 의치해서 자체적인 성품을 관찰하는 것이다.
[문] 어떠한 것이 무아상입니까?
[답] 아론자(我論者)가 자아의 모양을 세우더라도 온ㆍ계ㆍ처에는 이 같은 모양이 없다. 온ㆍ계ㆍ처에 아상이 없기 때문에 ‘무아상’이라고 이름한다. 그러므로 박가범께서 비밀스러운 이치에서 “일체법은 모두 무아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 같은 일체는 아소(我所)도 아니고 아처(我處)도 아니고 아아(我我)도 아니기에, 이 같은 이치를 바른 지혜로 실답게 관찰해야 한다.
[문] 이 같은 말씀에는 어떠한 이치가 있습니까?
[답] 외사(外事)에 비교해서 비밀스럽게 “이 같은 일체는 아소가 아니다”라고 말씀하시고, 내사(內事)에 비교해서 비밀스럽게 “이것은 아처도 아니고 아아도 아니다”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문] 그 까닭은 무엇입니까?
[답] 외사에 처해서 오직 아ㆍ아소의 모양만을 헤아리기 때문에 단지 아소만을 제거하게 되고, 내사에서는 아ㆍ아소의 모양을 통찰하여 헤아려서 아ㆍ아소란 짝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70 / 159] 쪽
[문] 앞에서 무상이란 모두가 찰나적인 모양이라고 해설하셨는데, 이것을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답] 심ㆍ심소가 찰나의 모양인 것에서 색 따위도 찰나적인 모양임을 숙지해야 한다. 심법의 집수(執受)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심법에 등류(等流)하여 존재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고, 심법을 따라 전전하는 것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심법의 의존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심법에서 심법이 증상되는 것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심법이 자유로이 전향하는 것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또 최후의 지위에서 변하여 없어지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고, 이미 생겨난 것은 연을 기다리지 않고도 저절로 소멸되기 때문에, 색도 역시 찰나간에 소멸하는 것임을 관찰해야 한다. 그러므로 세존께서는 “색(色)이 여러 가지로 존재하는 그 모든 것이 4대종(大種)의 색 이거나 4대종의 소조색(所造色)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문] 이것은 어떠한 이치에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고, 또 어떠한 의도에서 동일한 처소에 함께 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까?
[답] 이것이 있음으로 이것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만약 이 같은 존재의 모임이 이 같은 대종색에서 성취된다면, 이같이 모인 것이 바로 대종색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님을 숙지해야 한다. 혹 어떤 존재의 모임은 오직 한 가지 대종색뿐이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두 가지 대총색 내지는 모든 대종색이기도 하다. 소조색의 경우도 이와 같아서, 만약 이 같은 존재의 모임에서 이 같은 소조색을 얻을 수 있다면 이 같은 존재의 모임도 이것과 다른 것이 아님을 숙지해야 한다. 혹 어떤 존재의 모임은 오직 한 가지 소조색뿐이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두 개의 대종이기도 해서 모든 소조색에 이르기까지 그 대응하는 바가 동일하다.
또 추취색(麤聚色:인지가 가능한 합성물)은 극미색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해설되더라도, 이 극미란 것도 그 바탕이 없는 것임을 숙지해야 한다. 단지 각(覺)의 지혜에 연유해서 차츰차츰 그 미세한 분제(分際)를 덜어 내어 분석하되, 분석 가능한 변제(邊際)까지 다다른 것이다. 그리하여 이 변제를 축약해서 극미를 건립하였으니, 이는 그 합성된 한 가지 모양[一合相]을 제거하려는 까닭이고, 또 여러 가지로 존재하는 색이 진실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하려는 까닭이다.
다 시 고법(苦法)에는 간략하게 여덟 종류의 차별이 있다. 광대부적정고(廣大不寂靜苦)가 있고, 적정고(寂靜苦)가 있고, 적정부적정고(寂靜不寂靜苦)가 있고, 중부적정고(中不寂靜苦)가 있고 미박부적정고(微薄不寂靜苦)가 있고 미박적정고(微薄寂靜苦)가 있고 극미박적정고(極微薄寂靜苦)가 있고 비고사고주대적정(非苦似苦住大寂靜)이 있다.
[71 / 159] 쪽
[문] 광대부적정고란 무엇입니까?
[답] 일찍이 여러 가지 선근을 쌓지 못해서 욕계에 태어나는 자들이다.
[문] 적정고란 무엇입니까?
[답] 이같이 순해탈분(順解脫分)의 선근이 이미 생겨난 자들이다.
[문] 적정부적정고란 무엇입니까?
[답] 이것은 세간의 도를 위해서 욕심을 여의고 선근을 심은 자들이다.
[문] 중부적정고란 무엇입니까?
[답] 색계에 태어나서 순해탈분을 여윈 자들이다.
[문] 미박부적정고란 무엇입니까?
[답] 무색계에서 태어나서 순해탈분을 여윈 자들이다. [문] 미박적정고란 무엇입니까?
[답] 모든 유학을 가리킨다.
[문] 극미박적정고란 무엇입니까?
[답] 명근이 남아 있어 6처(處)를 연하는 모든 무학을 가리킨다.
[문] 비고사고주대적정이란 무엇입니까?
[답] 구경(究竟)을 이미 성취한 보살마하살들이다. 그 보살승(홈羅乘)의 대비한 원력 때문에 제유(諸有) 가운데에 태어나는 것이다.
다 시 앞서 설명했던 사고(死苦)의 죽는 것에도 세 종류가 있으니, 선심사(善心死)이거나 불선심사(不善心死)이거나 무기심사(無記心死)이다. 여기서 ‘선심사’란 총명하고 예리한 마음이 현행(現行)하는 지위이다. 자체적인 선근의 세력이 지속되는 것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또는 다른 것에 이끌려 수렴된 바에 기인하기 때문에 선심을 일으켜 명종위(命終位)로 나아가게 된다. ‘불선심사’도 역시 총명하고 예리한 마음이 현행하는 지위이다. 스스로의 불선근(不善根)의 세력이 지속되는 것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또는 다른 것에 이끌려 수렴된 바에 기인하기 때문에 불선심을 일으켜 명종위로 나아가게 된다. 여기서 ‘무기심사’란 총명하고 예리한 마음이 현행하는 지위이기도 하고, 총명하고 예리하지 못한 마음이 현행하는 지위이기도 하다.
[72 / 159] 쪽
비 는 그 연이 결여된 것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또는 무공능(無功能)을 가행(加行)하는 것에 기인하기 때문에 무기심을 일으켜 명종위로 나아가게 된다. 청정한 행을 닦는 이는 명종위에 임해서 신체의 아래 부분부터 차가운 촉감이 생기게 되고, 부정한 행을 닦은 이는 명종위에 임해서 신체의 윗부분부터 차가운 촉감이 일어난다. 행실이 부정했던 자는 중유(中有)로 태어나는 때에, 그 모양이 마치 검은 양이나 검은 염소의 빛깔을 띠는 것이 마치 캄캄한 밤중처럼 음침하고 어두우나, 청정한 행을 닦은 이가 중유에 태어나는 때에는 그 모양이 백련 광(白練光)을 다투는 것이 마치 맑은 밤하늘의 별과도 같다.
또 이 같은 중유는 욕계나 색계의 생위(生位)를 바로 받는 이도 있고, 또 무색계의 명종후위(命終後位)를 받는 이도 있고, 또 명의(命意)에서 건달바(健達婆) 따위로 태어나기도 한다. 7일간의 기한을 채워서 머물기도 하고, 도중에 죽기도 하며, 때가 되어 옮겨가기도 한다. 중유에 머무르는 때에도 여러 업을 능히 모으게 되는 것은 예전에 익혔던 힘에 인도되는 어진 사(思)심소법이 현행하기 때문이다. 또 중유일지라도 같은 종류의 유정들을 살펴볼 수도 있으니, 그 중유의 형태는 장차 태어날 처소의 중생들 모양과 비슷하다. 또 이러한 중유는 그 다니는 바에 아무런 장애가 없어서 마치 신통력을 갖춘 것처럼 오고 감이 신속하지만 그 태어나게 될 처소에 처해서는 구애받는 바가 있다. 또 이 같은 중유가 그 태어날 바에 처해 있는 것이 마치 저울의 양쪽 추가 내려가고 올라가는 이치와도 같기 때문에, 그 명이 다했다가 다시 생을 받는 시분도 이와 같다. 중유에 머무르는 때에도 그 태어날 처소에 탐애(食愛)를 일으키기에, 그 밖의 번뇌로써 그 연을 삼아 이를 보조하게 된다. 이 같은 중유의 신체가 탐(食)과 더불어 모두 소멸되면, 바로 갈라람(羯邏藍)의 신체가 식(識)과 더불어 생겨난다. 여기까지가 이숙(異熟)으로, 이 이후로는 근(根)이 점차로 생겨나서 자라나게 된다. 마치 연기법(緣起法) 가운데에서 해설한 것처럼, 네 가지 생류(生類)에 처해서 혹 난생(卵生)을 받거나 혹 태생(胎生)을 받거나 혹 습생(濕生)을 받거나 혹 화생(化生)을 받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