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스탈링 법칙
프랑크-스탈링 법칙(영어: Frank-Starling law) 또는 스탈링의 법칙(Starling's law) 또는 프랑크-스탈링 기전(Frank-Starling mechanism) 또는 심장의 법칙(영어: law of the heart)이란 동물 심장의 심실에 혈액이 많이 차서 심근세포가 늘어나 있을수록 수축력이 강해져서 박출량이 많아진다는 관계를 가리킨다.[1] 19세기 말-20세기 초에 결정적인 실험을 수행하여 법칙을 밝히는 데에 공헌했다고 여겨지는 두 생리학자 오토 프랑크와 어니스트 헨리 스탈링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으나,[1][2] 심실이 이완된 정도와 박출량의 관계는 19세기 중반부터 이미 알려져 있었다.[3] 스탈링의 공로는 근세포의 생리학을 바탕으로 법칙이 성립하는 원리를 밝혀 널리 알린 것이었다.[3]
이 법칙은 심장을 출력이 정해진 펌프와 같이 생각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즉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들어오는 혈액의 양이 어떤 이유로 늘어나더라도, 심장이 건강하면 이에 반응하여 더 강하게 수축함으로써 더 들어온 혈액이 쌓이지 않고 그대로 다시 방출될 수 있도록 한다.[1] 체순환과 폐순환의 혈류량이 자연스럽게 균형을 이루는 것, 갑자기 일어섰을 때 혈압이 잠시 내려가는 것, 출혈이나 탈수로 체내 혈액량이 줄면 혈압이 내려가는 것은 모두 이로 말미암은 것이다.[4]
심장주기상 심근세포가 수축하기 직전에 늘어나 있는 길이와 관련이 깊은 변수는 이완기말용적이다. 다만 이완기말압력이 이완기말용적과 대체로 비례하면서도 측정하기가 더 쉽기 때문에 더 흔히 사용하곤 한다.[5] 가로축에 이완기말 용적 또는 이완기말 압력을 나타내고 세로축에 박출량 또는 박출일(stroke work)을 나타내었을 때 그려지는 곡선을 심실 기능 곡선(영어: ventricular function curve)이라고 한다. 심실기능곡선은 심실 수축 기능의 한 가지 척도가 되는데, 이완기말압력이 똑같은데도 박출일이 크거나, 혹은 같은 만큼 박출일을 하는데도 이완기말용적이 작으면 수축력이 좋다고 평가하는 식이다. 즉 심장 수축력이 증가하면 곡선은 가팔라지고, 심부전 등으로 수축력이 감소하면 곡선은 완만해진다.[1][6]
프랑크-스탈링 법칙에는 한계가 있는데, 심근의 수축력이 무한정 강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심근세포를 다양한 길이로 잡아 늘려서 장력을 측정해 보면 근섬유분절 길이가 2.2-2.3 ㎛일 때 최대가 되고, 더 길어지면 오히려 감소하기 시작한다. 건강한 사람의 심근세포 근섬유분절 길이는 보통 1.8-2.0 ㎛ 정도이고, 심근은 이보다 더 늘어나면 매우 뻣뻣해지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심근이 너무 늘어나서 프랑크-스탈링 법칙이 성립하지 않게 되는 일은 없다.[7] 그러나 심부전 환자에서는 심장 기능이 심하게 악화하고 대단히 많은 양의 혈액이 심장에 쌓여서, 심실이 프랑크-스탈링 법칙을 거스를 정도로 확장되기도 한다. 이러한 비보상성 심부전(영어: decompensated heart failure)의 경우에는 줄어든 박출량을 보상하기 위해 콩팥이 체액을 재흡수하고, 이에 따라 혈액량이 늘어나면서 심근 수축력이 더욱 약해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게 된다.[8]
생리학
[편집]일반적으로 심근의 수축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세포 내의 칼슘 이온 농도이지만, 프랑크-스탈링 법칙의 원리는 이와 무관하다. 실제로 심근 조직을 분리한 다음 5분간 늘려 두면 심근세포 내 Ca2+ 농도가 상승하면서 장력도 강해지기 시작하는데, 이를 느린 힘 반응(영어: slow force response)이라고 부르며 생체 내에서 안렙 효과(영어: Anrep effect)를 일으킨다. 그런데 심근 조직의 장력은 세포 내 Ca2+ 농도가 상승하면서 느린 힘 반응이 일어나기도 전에, 심근을 잡아 늘린 직후부터 급격하게 강해진다. 그 정도를 견주면 즉각적인 반응으로 인한 장력 증가분이 전체의 60%가량을 차지하며, 느린 힘 반응으로 인한 장력 증가분은 전체의 40%가량이다. 즉 프랑크-스탈링 법칙은 Ca2+ 농도 상승과 무관하게 성립하며, 심근 수축력 증가에 기여하는 시기도 더 빠르고 정도도 더 크다.[7]
심근세포가 늘어났을 때에 Ca2+ 농도와 무관하게 심근 수축력이 빠르게 강해지도록 만드는 핵심 기제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7][9] 한 가지 가능성은 심근세포가 늘어나면서 액틴 미세섬유가 비효율적으로 중첩되는 구간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액틴 미세섬유의 길이는 보통 1.0 ㎛이므로 근섬유분절이 2.0 ㎛ 미만이면 미세섬유가 근섬유분절의 반대쪽을 침범하게 되며, 특히 근섬유분절이 1.6 ㎛ 미만일 때에는 미세섬유가 Z선과 부딪힌다. 근섬유분절 길이가 늘어나면 이러한 비효율적인 중첩이 덜 일어나 수축력이 강해진다. 이러한 효과는 실제로 관찰되기는 하나 프랑크-스탈링 법칙에 기여하는 정도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의 설명은 골격근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으나 심근은 골격근보다 길이에 따른 수축력 변화가 훨씬 심하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기제는 Ca2+에 대한 반응성이 증가하는 현상인 것으로 보인다. 즉 심근세포가 길게 늘어나 있으면 Ca2+ 농도가 같아도 이에 반응해서 생겨나는 수축력이 더 강해지고, 반대로 같은 정도의 수축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Ca2+ 농도는 더 낮아진다는 것이다.[7]
심근세포의 길이에 따른 Ca2+ 반응성 차이는 실험으로 확인할 수 있으나,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역시 다양한 견해가 있다.[7] 격자 간격 가설(영어: lattice spacing hypothesis)에 따르면 심근세포가 길어질수록 액틴 미세섬유와 마이오신 섬유 사이의 거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같은 Ca2+ 농도에서도 더 많은 수의 액틴-마이오신 결합이 만들어지며, 이 때문에 수축력이 증가하게 된다. 한편 티틴 단백이 심근세포의 길이를 감지하여 Ca2+ 반응성을 조절하는 핵심 인자라는 가설도 있다.[7]
임상 사례
[편집]조기 심실 수축
[편집]확장기 기능 장애 – 심부전
[편집]역사
[편집]같이 보기
[편집]각주
[편집]- ↑ 가 나 다 라 Hall, Hall, & Guyton, 2021, pp. 123-124.
- ↑ Herring, Paterson, & Levick, 2018, p. 94.
- ↑ 가 나 Katz, Arnold M. (2002년 12월 3일). “Ernest Henry Starling, His Predecessors, and the “Law of the Heart””. 《Circulation》 (영어) 106 (23): 2986–2992. doi:10.1161/01.CIR.0000040594.96123.55. ISSN 0009-7322.
- ↑ Herring, Paterson, & Levick, 2018, p. 97.
- ↑ Bers, Donald M.; Borlaug, Barry A. 〈Mechanisms of Cardiac Contraction and Relaxation〉. Libby, Peter. 《Braunwald's Heart Disease: A Textbook of Cardiovascular Medicine》 12판. Philadelphia: Elsevier. 889-912쪽. ISBN 978-0-323-72219-3.
- ↑ Loscalzo, Joseph; Libby, Peter; MacRae, Calum A (2018). 〈Basic Biology of the Cardiovascular System〉. Harrison, Tinsley Randolph; Jameson, J. Larry; Fauci, Anthony S.; Kasper, Dennis L.; Hauser, Stephen L.; Longo, Dan L.; Loscalzo, Joseph. 《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 20판. New York: McGraw-Hill Education. 1651-1661쪽. ISBN 978-1-259-64404-7.
- ↑ 가 나 다 라 마 바 Herring, Paterson, & Levick, 2018, pp. 89-91.
- ↑ Hall, Hall, & Guyton, 2021, pp. 271-274.
- ↑ LaCombe, Philip; Jose, Alvin; Basit, Hajira; Lappin, Sarah L. (2024). 《Physiology, Starling Relationships》. Treasure Island (FL): StatPearls Publishing. PMID 29083674.
참고문헌
[편집]- Herring, Niel; Paterson, David J.; Levick, J. R. (2018). 《Levick's Introduction to Cardiovascular Physiology》 6판. Boca Raton: CRC Press. ISBN 978-0-8153-6361-3.
- Hall, John E., Hall, Michael E., & Guyton, Arthur C. (2021). 《Guyton and Hall Textbook of Medical Physiology》 14판. Philadelphia: Elsevier. ISBN 978-0-323-597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