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述而不作 信而好古 — [[공자]]<br />
<big>'''述而不作 信而好古'''</big> — [[공자]]<br />

== 앎 ==
* 그럴 때가 있었다. 내가 다 맞다. 그게 삐져나오는 기고만장의 시절. 고등학교 다니던 어느 때, 창문 밖에 보이는 향나무를 보고 나는 소나무라고 우겼다. 향나무인 줄 이미 알고 있는 착한 친구에게. 그렇게 향나무는 소나무가 되었고, 《오발탄》 속 충치처럼 나를 찌르는 추억이 되었다. 녀석을 만나 쇠주 한잔 하며 그때 그랬지 하면 풀릴까. 시간과 시절과 삶은 가혹하거나 무심하여 우리는 마주쳐도 알아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아득하다.
* 푸릇한 학부 신입생 시절 동아리 첫 학습 중에 간사로 들어온 선배가, 전날밤까지 함께 왁자지껄 퍼마시고 시시껄렁 잘 놀았던 그 선배가 짐짓 진지해진 얼굴로 몇 마디 던진 말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학습 대상 책 무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가물가물하여 머뭇거리던 우리들에게 그는 말했다. “다 아는 것 같지? 머릿속에서 입속에서 니네가 아는, 그 맴도는 것이? 웃기지 마라. 니네 대가리에서 입으로 니네 입에서 타인의 귀로 옮겨가 그놈이 대가리를 주억거릴 때. 그때, 그만큼이 니들이 아는 것이다.” 아. 나는 평생 갈 충격이었는데, 아마 첫 학습의 통과의례였던 듯, 이제 모 신문의 기자가 된 그 선배는 그날의 그 말을 기억하지 못한다. 추억의 밀도는 균질하지 않다.
* 프랑스 유학 가서 20대에 경제학 박사가 되어 돌아왔다는 동아리 선배를 만나, 건물 앞 벤치에 앉아 나누던 대화 또한 강렬하다. 2학년 봄이었으니, 벌써 군대 갈 놈들은 갔고 곧 갈 동기도 바로 옆에 있었고 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대학생의 사회적 책무에 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듣다가 문득 다윈의 《종의 기원》 얘기가 툭 나왔다. 선배는 너무도 당연히 원문 읽은 것을 전제하고 얘기를 했고, 우리는 어리둥절했고, 한참 얘기하다 무지한 우리들의 표정을 발견한 선배가 그랬다. 아주 부드럽게. “무식한 놈들.” 실존주의가 나오면 윤리 시간에 주워들은 케고르니 사르트르니 해 쌓던 우리는 그 뒤로 그분의 책을 읽은 만큼만 그분에 대해 안다고 정확히 얘기한다. 한 권도 읽지 않았으면, 명쾌하다. 그분의 존함은 가끔 들어왔으나, 전혀 모르오.
* 그렇게 각박함에도 앎이란 즐겁다. 이 풀이 저 꽃이 무얼까 하다 갸였어?! 하는 즐거움부터 희미하던 무언가가 또렷해질 때의 즐거움까지. 이곳저곳에 모르는 것이 가득하며, 기웃거리고 궁리하는 즐거움 또한 크다. 대학원에 막 들어가 아직 꽃 피기 전이라 훈풍이 덜하던 어느 밤, 몇 차의 술자리가 끝나고 대중교통편이 끊겨서 근처에 있는, 박사과정을 수료한 선배네 집에 가게 되었다. 들고 간 검정 비닐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사뭇 클 정도로 집이 휑했다. 이사 들어갈 집의 모습처럼 세간이 하나도 없었던 것. 부스스 웃으며, 그 사람이 나갔어. 논문은 잘 안 써지고, 써봐야 자리가 잡힐지 암담하고, 논문 쓰느라 호구지책은 없고, 이혼까지. 그 스산한 자리 끝에 왜 공부하냐는 질문을 던졌더니, 선배의 대답. “재밌으니까”


== 관심 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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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6일 (화) 15:05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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述而不作 信而好古공자

  • 그럴 때가 있었다. 내가 다 맞다. 그게 삐져나오는 기고만장의 시절. 고등학교 다니던 어느 때, 창문 밖에 보이는 향나무를 보고 나는 소나무라고 우겼다. 향나무인 줄 이미 알고 있는 착한 친구에게. 그렇게 향나무는 소나무가 되었고, 《오발탄》 속 충치처럼 나를 찌르는 추억이 되었다. 녀석을 만나 쇠주 한잔 하며 그때 그랬지 하면 풀릴까. 시간과 시절과 삶은 가혹하거나 무심하여 우리는 마주쳐도 알아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아득하다.
  • 푸릇한 학부 신입생 시절 동아리 첫 학습 중에 간사로 들어온 선배가, 전날밤까지 함께 왁자지껄 퍼마시고 시시껄렁 잘 놀았던 그 선배가 짐짓 진지해진 얼굴로 몇 마디 던진 말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학습 대상 책 무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가물가물하여 머뭇거리던 우리들에게 그는 말했다. “다 아는 것 같지? 머릿속에서 입속에서 니네가 아는, 그 맴도는 것이? 웃기지 마라. 니네 대가리에서 입으로 니네 입에서 타인의 귀로 옮겨가 그놈이 대가리를 주억거릴 때. 그때, 그만큼이 니들이 아는 것이다.” 아. 나는 평생 갈 충격이었는데, 아마 첫 학습의 통과의례였던 듯, 이제 모 신문의 기자가 된 그 선배는 그날의 그 말을 기억하지 못한다. 추억의 밀도는 균질하지 않다.
  • 프랑스 유학 가서 20대에 경제학 박사가 되어 돌아왔다는 동아리 선배를 만나, 건물 앞 벤치에 앉아 나누던 대화 또한 강렬하다. 2학년 봄이었으니, 벌써 군대 갈 놈들은 갔고 곧 갈 동기도 바로 옆에 있었고 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대학생의 사회적 책무에 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듣다가 문득 다윈의 《종의 기원》 얘기가 툭 나왔다. 선배는 너무도 당연히 원문 읽은 것을 전제하고 얘기를 했고, 우리는 어리둥절했고, 한참 얘기하다 무지한 우리들의 표정을 발견한 선배가 그랬다. 아주 부드럽게. “무식한 놈들.” 실존주의가 나오면 윤리 시간에 주워들은 케고르니 사르트르니 해 쌓던 우리는 그 뒤로 그분의 책을 읽은 만큼만 그분에 대해 안다고 정확히 얘기한다. 한 권도 읽지 않았으면, 명쾌하다. 그분의 존함은 가끔 들어왔으나, 전혀 모르오.
  • 그렇게 각박함에도 앎이란 즐겁다. 이 풀이 저 꽃이 무얼까 하다 갸였어?! 하는 즐거움부터 희미하던 무언가가 또렷해질 때의 즐거움까지. 이곳저곳에 모르는 것이 가득하며, 기웃거리고 궁리하는 즐거움 또한 크다. 대학원에 막 들어가 아직 꽃 피기 전이라 훈풍이 덜하던 어느 밤, 몇 차의 술자리가 끝나고 대중교통편이 끊겨서 근처에 있는, 박사과정을 수료한 선배네 집에 가게 되었다. 들고 간 검정 비닐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사뭇 클 정도로 집이 휑했다. 이사 들어갈 집의 모습처럼 세간이 하나도 없었던 것. 부스스 웃으며, 그 사람이 나갔어. 논문은 잘 안 써지고, 써봐야 자리가 잡힐지 암담하고, 논문 쓰느라 호구지책은 없고, 이혼까지. 그 스산한 자리 끝에 왜 공부하냐는 질문을 던졌더니, 선배의 대답. “재밌으니까”

관심 분야

  • 대한민국 문학 : 우선 좋아하는 현대 시인들을 다루고, 고전문학으로 넓혀갈 것입니다.
  • 동양 철학 : 명말 청초 중국 철학을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는데 시대는 그 앞뒤로, 지평은 조선과 일본으로 넓혀갈 것입니다.
  • 대한민국 음악 : 이것저것 다 좋아하는데, 우선 소위 국악부터 깜냥이 되는 대로 다뤄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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