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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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관파(中觀派) 또는 중관학파(中觀學派, 산스크리트어: मध्यमिक madhyamika 마댜미카)는 용수(龍樹: 150~250)의 불교사상을 바탕으로 체계화된 인도 대승불교의 종파이다. 중관파는 유식유가행파와 더불어 인도 대승불교의 이대 조류를 이루었다. 중국 불교삼론종인도 불교의 중관파에 대한 중국측 명칭에 해당한다.[1]

역사[편집]

고타마 붓다의 근본사상인 연기설(緣起說)을 공의 입장에서 해명하고 의 사상을 철학적으로 기초지은 용수(龍樹: 150?~250?)는 후대의 불교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2] 용수의 사상은 그의 제자인 제바(提婆 · Āryadeva: c. 170~270[3])와 제바의 제자인 라후라발타라(羅喉羅跋陀羅 · Rāhulabhadra · 라훌라바드라 · 羅睺羅 · Rahulata: 3세기[4][5]) 등에게 계승되어 중관파라고 불리는 계통이 성립되었다.[2]

중관파는 후일 6세기경에 을 파악하는 방법이 서로 다름에 따라 불호(佛護 · Buddhapālita: c. 470~540) 계통의 쁘라상기까(Prasaṅgika)와, 이를 비판한 청변(清辨 · Bhāvaviveka · Bhavya: c. 490~570) 계통의 스바딴뜨리까(Svātantrika)의 두 파로 나뉘었다.[2] 쁘라상기까한역하여 필과성공파(必過性空派)[2] · 귀류논증파(歸謬論證派)[6] · 구연파(具緣派)[5] 등으로 불리었다. 스바딴뜨리까자재논증파(自在論證派)[2] · 자립논증파(自立論證派)[6] · 의자기파(依自起派)[5] 등으로 불리었다.

한편, 스바딴뜨리까청변(c. 490~570)은 중관파와 함께 인도 대승불교의 2대 조류를 형성하고 있던 유식유가행파에 속한 호법(護法 · Dharmapāla: 530~561)과 동시대인이었는데 이들이 서로 논쟁한 것은 공유논쟁(空有論爭)이라고 하여 불교사에서 유명한 일이었다.[7]

이후 불호쁘라상기까월칭(月稱 · Candrakīrti: 600~c. 650)과 적천(寂天 · Śāntideva: c. 650~760)에 의해 계승되었으며, 청변스바딴뜨리까적호(寂護 · Śāntarakṣita: c. 680~740)와 연화계(蓮華戒 · Kamalaśīla: c. 700~750)에 의해 계승되었다.[8]

사상[편집]

중관파의 중심사상은 이다.[2] 유부(有部)의 법유(法有), 즉 모든 개개의 존재에는 그 자체를 성립시키고 있는 실체적인 자성(自性)이 있다고 하는 입장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현상계의 모든 존재는 그러한 자성이 없는, 즉 무자성(無自性) · (空)이기 때문에 현상이 성립되며 또 변화할 수 있는 것으로, 만일 법유의 입장에 서 있는 본질과 같은 것을 실체시(實體視)한다면 현상계의 성립과 변화는 설명할 수 없다고 중관파는 주장하였다.[2]

이리하여 무자성(無自性)이고 인 현상계의 개개 존재는 다른 존재와는 상의상대(相依相待) 위에서 성립되어 있다고 보았으며, 용수는 이것을 연기(緣起)라 불렀으며 연기는 곧 제법실상(諸法實相: 현상계의 개개 만물의 실제 모습)인 중도(中道)라고 주장하였다.[2] 용수의 이러한 주장은 그의 저서인 《중론송(中論頌)》에 아래와 같이 명확히 표현되어 있다.

諸法有定性。則無因果等諸事。如偈說。

 眾因緣生法  我說即是無
 亦為是假名  亦是中道義
 未曾有一法  不從因緣生
 是故一切法  無不是空者

眾因緣生法。我說即是空。何以故。
眾緣具足和合而物生。是物屬眾因緣故無自性。
無自性故空。空亦復空。但為引導眾生故。
以假名說。離有無二邊故名為中道。

是法無性故不得言有。亦無空故不得言無。
若法有性相。則不待眾緣而有。
若不待眾緣則無法。是故無有不空法。

각각의 법이 고정된 성품(定性)을 지니고 있다면 곧 원인과 결과 등의 모든 일이 없어질 것이다. 때문에 나는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설명한다.

 여러 인(因)과 연(緣)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 법(法: 존재)이다.
 나는 이것을 공하다(無)고 말한다.
 그리고 또한 가명(假名)이라고도 말하며,
 중도(中道)의 이치라고도 말한다.
 단 하나의 법(法: 존재)도 인과 연을 따라 생겨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므로 일체의 모든 법이 공하지 않은 것이 없다.

여러 인(因)과 연(緣)에 의해 생겨나는 것인 법(法: 존재)을 공하다(空)고 나는 말한다. 왜 이렇게 말하는가? 여러 인과 연이 다 갖추어져서 화합하면 비로소 사물이 생겨난다. 따라서 사물은 인과 연에 귀속되는 것이므로 사물 자체에는 고정된 성품(自性 · 자성)이 없기 때문이다. 고정된 성품(自性 · 자성)이 없으므로 공(空)하다. 그런데 이 공함도 또한 다시 공한데, (이렇게 공함도 다시 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사물이 공하다고 말한 것은) 단지 중생을 인도하기 위해서 가명(假名)으로 (공하다고) 말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물이 공하다고 말하는 방편과 공함도 공하다고 말하는 방편에 의해) "있음(有)"과 "없음(無)"의 양 극단(二邊)을 벗어나기에 중도(中道)라 이름한다.

법(法: 존재)은 고정된 성품(性 · 自性 · 자성)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법(法: 존재)을 "있음(有)"이라고 말할 수 없다. 또한 법(法: 존재)은 공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법(法: 존재)을 "없음(無)"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어떤 법(法: 존재)이 고정된 성품(性相 · 성상 · 自性 · 자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그 법은 여러 인과 연에 의존하지 않은 채 존재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연기의 법칙에 어긋난다). 여러 인과 연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연기의 법칙에 어긋나므로 생겨날 수 없고, 따라서) 그 법(法: 존재)은 없는 것(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연기의 법칙에 의해 지금 존재하고 있는 것을 존재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이러한 모순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다음을 대전제로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공하지 않은 법(즉, 연기하지 않는 존재 또는 고정된 성품을 가진 존재)이란 존재할 수 없다.

《중론(中論)》 4권 24장 〈관사제품(觀四諦品)〉, 대정신수대장경. CBETA. T30n1564_p0033b10(00) - T30n1564_p0033b22(04)

용수연기무아(無我)와 같은 의미로 해석하였는데, 연기무아는, 《중론송(中論頌)》의 불생불멸(不生不滅) · 불상부단(不常不斷)의 8불(八不)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상대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여러 개념의 어느 한 편에만 집착하지 않는 입장에 선다 하여 중도(中道)라고도 불리며, 중관파라는 명칭은 여기에서 유래하였다.[2]

중관파는 후일 의 입장을 파악하는 방법의 상위(相違)에 따라 불호(佛護·Buddhapālita: 470-550)의 계통을 이어받은 쁘라상기까(Prasaṅgika)와, 이를 비판한 청변(淸辨·Bhavyaviveka: c. 500–c. 578) 계통의 스바딴뜨리까(Svātantrika)의 두 파로 나뉘었다.[2] 불호은 입장이 없는 입장에 있으며 타(他)를 파석(破析)함으로써만 표출(表出)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청변이란 적극적으로 스스로의 입장을 주장하는 것이라 했다.[2]

쁘라상기까필과성공파(必過性空派)[2] · 귀류논증파(歸謬論證派)[6] · 구연파(具緣派)[5] 등으로 한역되어 불렸고, 스바딴뜨리까자재논증파(自在論證派)[2] · 자립논증파(自立論證派)[6] · 의자기파(依自起派)[5] 등으로 한역되어 불렸는데, 이 명칭들은 두 파의 입장 차이를 보여준다.

불호의 계통에서는 월칭(月称·Candrakīrti: 600~c. 650[8]· 적천(寂天·Śāntideva: c. 650~760[8]) 등이 나오고, 청변의 계통에서는 관서(觀誓·Avalokitavrata: 7세기)가 나와 각기 용수의 《중론송》에 독자적인 주석을 가하였고, 후일의 대승불교에 큰 영향을 끼쳤다.[2]

각주[편집]

  1. 고익진 (1989). 《한국 고대 불교 사상사》, 동국대학교 출판부, p. 99.
  2. 종교·철학 > 세계의 종교 > 불 교 > 불교의 사상 > 중기 이후의 대승사상 > 중관파의 사상, 《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
  3. 종교·철학 > 세계의 종교 > 불 교 > 불교의 사상 > 제바, 《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
  4. (영어) "Rahulabhadra" Archived 2011년 6월 6일 - 웨이백 머신, 《The Soka Gakkai Dictionary of Buddhism》. 2011년 4월 2일에 확인.
  5. (중국어) "中觀派"[깨진 링크(과거 내용 찾기)], 《佛光大辭典(불광대사전)》. 3판. 2011년 4월 2일에 확인.
  6. "중관파(中觀派)"[깨진 링크(과거 내용 찾기)], 《네이버 백과사전》. 2011년 4월 2일에 확인.
  7. (영어) Williams, Paul (1989) Mahayana Buddhism. The doctrinal foundations. London: Routledge, p.88
  8. 종교·철학 > 세계의 종교 > 불 교 > 불교의 역사 > 대승불교의 흥기, 《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

참고 문헌[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