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Ryuch/한국어 위키백과에서 온 편지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저작권위원회의 소식지인 저작권 문화 173호 26,27쪽(2009년 1월호)

한국어 위키백과에서 온 편지

-위키백과는 저작권법의 실험무대-

위키백과 편집자 케골

웹 2.0 시대의 대표적인 공동 프로젝트 위키피디아의 한국어판인 위키백과가 11월 20일 80,000 문서에 도달했습니다. 영어 위키백과가 2,630,000여 문서를 가지고 있는데 비하여 아주 작은 규모이지만 한국어 위키백과의 전망이 어두운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올해 드디어 매년 2배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올해초 위키백과의 등록된 사용자수가 25,000명이었는데, 11월에 50,000명으로 증가를 했습니다. 또한 문서수도 50,000개 이었는데 연말까지 약 100,000에 도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어위키백과를 모델로 따져봤을 때, 100,000문서 이후에는 문서의 두 배가 되는 기간이 가시적으로 짧아집니다. 영어 위키백과는 100,000문서가 달성된 때의 2년 후에는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의 항목보다 5배가 많은 항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게 되어 양적인 측면에서 사실상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들었습니다. 한국어 위키백과도 2년 정도 후에는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백과사전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정보화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시대에 한국저작권법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궁금하십니까? 바로 위키백과에서 그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한국에서는 저작권이 존중받고 있지 못하다고 평가되고 있지만, 한국어 위키백과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연예인의 사진이 한국어 위키백과에 게시되었다면 몇 시간 안에 삭제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위키백과는 GFDL이라는 라이선스를 이용하여 자유 저작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GFDL은 GPL과 마찬가지로 저작권법을 이용하여 전염성이 있도록 사용을 허가하고 있는데, 사실 위키백과의 폭발적인 성장은 이 라이선스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GFDL로 사용이 허가된 자유 저작물들의 2차저작물들은 GFDL로 사용을 허가해야 하기 때문에 전염성이 있습니다. 위키백과를 이루고 있는 글과 그림들의 저작권은 대부분 인터넷으로 접근하여 백과사전을 편집한 개인에게 있습니다. 물론 저작권이 만료된 공용(Public Domain)에 속하는 저작물도 있지만, 대부분의 저작물은 GFDL로 지식을 기부한 개인이 저작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포털들이 저작권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비하여 위키백과는 모든 게시물에 대해 저작권을 검증하고 불법으로 사용된 저작물을 삭제하는 확고한 절차를 가지고 있어 저작권 침해의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어 위키백과 안에서 GFDL로 인하여 재미있는 일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백범 김구 선생 문서의 경우에 영어 위키백과에는 공정 사용(Fair use) 규정을 이용하여 백범일지의 표지에 늘 실리는 초상이 게시되어 있습니다. 한국어 위키백과에는 저작권이 만료되었는지 확신할 수 없는 백범일지의 커버 사진 대신에 남산의 백범공원에 서있는 김구선생 동상의 흐릿한 사진만이 올라와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어 위키백과는 비자유 저작물의 사용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에는 공정 사용이라는 개념의 저작권법 조항이 없고 다만 인용만이 허용되는데, 한국어 위키백과 공동체는 텍스트를 제외한 다른 형태의 저작물의 인용을 허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한국어 위키백과의 초기 편집자들의 엄격한 저작권법 준수 의식에서 유래한 전통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몇몇 편집자들은 비자유 저작물의 인용을 허용하자고 위키백과 내에서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인용 규정이 영미법의 공정 사용과 상이한 점이 있어 광범위한 인용이 가능한지에 대한 열띤 토론이 지속되고 있고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위키백과에 모인 저작권 비전문가들은 위키백과 내의 토론을 통해 영미법의 공정사용과 한국의 인용은 두 가지 점에서 상이하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첫째는 출처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변형을 금지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어 위키백과의 상당 문서는 영어 위키백과의 문서를 번역물인데, 영어 위키백과는 공정 사용이 광범위하게 실시되고 있어 한국어 문서는 일종의 2차저작물이 되게 됩니다. 한국의 저작권법에 의하면 인용만이 허용되어 출처를 밝혀야 하는데, 영어 문서에는 출처없이 공정 사용되었기 때문에 출처를 파악하기가 불가능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또한 인용이 범위가 공정 사용에 비하여 제약적이라고 보는 견해가 다수로 그림 등의 인용을 실시하였을 때 과연 한국의 저작권법의 테두리 안에서 법률적으로 안전한지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용 저작물에 대한 변형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는 공동 저작 프로젝트에서 이루어지는 폭넓은 인용이 과연 적법한 것인지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비전문가들이 모여 토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진척이 더디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종의 태스크포스인 ‘비자유 저작물의 인용’이라는 위키프로젝트에서는 한국어 위키백과 사전의 편집 규칙을 변경하여 화폐, 음판 표지, 영화 포스터 등을 위키백과 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비자유 저작물의 인용에 대한 요건을 다음과 같이 정하려고 합니다.

1. 대치할 수 있는 자유 저작물이 없을 때에만

2. 상업적 기회를 존중하면서

3. 최소한으로 : (가) 최소한의 인용으로 (나) 인용범위가 최소화 되도록

4. 이미 공개된 것들만

5. 백과사전의 내용다운 것을

6. 유형별 정책을 따라

7. 적어도 한 문서에서 사용될 때

8. 꼭 필요한 경우만

9. 위치를 제한하여

10. 저작물에 대한 설명과 함께 : 출처, 허용하는 위키백과의 원칙, 인용될 문서의 이름과 인용 취지를 분명하게 밝히며

전문가들께 이 요건에 따르는 인용의 실시가 저작권법의 테두리 안에서 안전한지 문의하기 위해서 편지를 드립니다. 더 자세한 설명은 http://ko.wikipedia.org/wiki/위키백과:위키프로젝트_비자유_저작물의_인용에 있으며 그 곳에서 조언을 해 주실 수 있습니다.

2008년 12월 12일

한국어 위키백과의 한 편집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