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Lee Soon/10주년 수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사용자:Lee Soon/10주년 수필은 사용자 Lee Soon이 2006년 12월 14일 한국어 위키백과 활동을 시작한 후 10주년을 맞이하여 쓴 자화자찬의 수필입니다.

수필[편집]

2006년 12월 14일 한국어 위키백과에 첫 기여를 한 후, 1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여타 커뮤니티라면 신경도 안 썼을텐데, 한국어 위키백과만큼은 10주년이라는 사실이 뜻깊게 느껴집니다.

지난 10년간 위키백과 활동을 하면서, 위키백과 또한 하나의 작은 사회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오프라인 사회에서는 배울 수 없는 또 다른 무언가를 여럿 배우게 됩니다.

처음에는 20살이라는 치기어린 시기에 활동을 시작하면서, 돌이켜보면 낯 부끄러워질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얼마 전 보존된 사용자토론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습니다. 오프라인이라면 절대 훈계할 수 없을 분들임에도 비대면이라는 이유로, 모르는 분이라는 이유로 감히 훈계와 지적에 나선 적도 많았습니다. 마치 싸움닭이라도 된 것 마냥 시비를 걸기도 하고, 단지 제가 모르는 내용이라는 이유로 저명성이 없다고 폄하하기도 하고, 아무 근거도 없이 내가 그러니까 당신도 그렇게 하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 적도 있습니다. 분명 저로 인해 위키백과에 대해 오해하시고, 진입장벽이 높은 곳이라고 생각하신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한 없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그런 이유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최근에는 예전에 생성했던 문서들을 다시 살펴보고 수정하는 쪽으로 편집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때는 나름 잘 갖춘 문서이고 문장도 잘 썼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렇게 조잡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혹시 다른 분이 수정하셨나?" 하고 문서 역사를 살펴보면 제가 작성한 내용이 맞습니다. 또 어지간한 단어마다 한자를 병기해 놓아 가독성도 꽤나 저하시켰습니다. 일반 인문 서적을 보더라도, 아주 핵심적인 단어가 아니라면 한자를 병기하면서 가독성을 해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또 아주 조금 관련이 있다고 모조리 문서에 내용을 기입하는 것은 좋은 편집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문서를 읽다가 문서 내에 나타난 다른 대상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면, 해당 문서를 직접 열람하하도록 유도해 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더군다나 위키백과는 해당 문서로 연결할 수 있는 유기적인 체계를 갖춘 시스템입니다. 이러한 좋은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매니아성이 강한 내용을 모조리 기입하는 것, 확정되지 않은 내용을 기입하는 것 또한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문서의 크기가 문서의 질과 비례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위키백과는 백과사전입니다. 백과사전은 간결하고 정확하며, 누구에게나 중립적인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어 위키백과의 규모가 커지도 지명도가 올라가면서 매일처럼 새로운 분들이 계정을 생성하시고, 편집을 하십니다. 그런데 문제는, 위키백과의 원래 취지를 전혀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의 영리를 위해 활용하고자 하는 분들이 극히 일부지만 계십니다. 그리고 아무런 근거 없이 본인의 사견에 기반한 주장을 늘어놓기만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아무리 위키백과가 누구나 열람과 편집이 가능한 시스템이라 해도, 백과사전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는 편집까지 포용하지는 않습니다. 그러자면 정책도 지침도 만들어지지 않았겠지요. 위키백과의 모든 이용자는 위키백과의 취지와 목적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이용했으면 좋겠습니다. 광고를 원하신다면 광고업체를 이용하셔야 합니다. 개인의 의견을 주장하시려면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 SNS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위키백과는 개인의 홈페이지가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이라는 말은 "누구나 위키백과에 내 것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백과사전에 무언가의 목적이 개입되는 순간, 백과사전이 아닌 것이 되어버립니다.

허나 그것이 정책과 지침을 이해하지 못 한 사용자를 도태시키자는 말은 아닙니다. 처음이라면 누구나 서투르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오랜 기간 편집을 한 사용자라도, 모든 정책과 지침을 알고 있지는 않습니다. 특히 총의에 있어서는 수많은 총의가 탄생하지만, 그것이 모든 사용자에게 제대로 전파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정책/지침/총의에 어긋나는 편집을 하는 사용자에게는, 그 사용자가 악의를 가진 것이 아니라면 먼저 친절하게 안내를 해 주어야 합니다. 총의에 맞지 않다고 해서 다짜고짜 찾아와 "이런 총의가 있었다. 주의해라."라는 식으로 훈계를 하는 것은 결코 올바른 태도가 아니며, 위키백과의 큰 특징 중 하나인 "협업"과는 매우 동떨어진 태도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저도, 바로 어제 다른 사용자에게 "주의해라."라고 했습니다. 심지어 그 사용자분의 정책 위반이 아니었는데도 말입니다. 참 민망하기 그지 없습니다.

지금까지 생성한 문서는 병합처리 및 삭제토론에 회부된 문서를 제외하면 총 373개, 편집 횟수는 33,726회입니다. 그러나 생성 문서 중 알찬 글이나 좋은 글로 발전한 문서는 단 1개도 없고, 편집 횟수의 상당수는 실수때문에 재편집한 경우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문서 편집 시 도구나 틀 사용법을 몰라 헤맵니다. 위키백과의 발전을 위해 개최되는 오프라인 모임 활동은 전혀 한 적이 없습니다. 정말 이렇게 부족함이 끝이 없는 사용자가 10년이나 편집이 가능했던 것은 모든 것을 너그러이 이해해주신 다른 사용자분들 덕분입니다.

저보다 오래, 더 많이 편집을 하신 사용자분들도 많이 계시고, 대부분 저보다 양질의 기여를 하시는데 제가 주제 넘게 이런 글을 남겨버렸습니다. 다만 작게나마 저 스스로 한국어 위키백과에 이런 저런 생각들도 있고 해서, 수필 형식으로 두서 없지만 주절거려 보았습니다. 이 글을 보시고 혹 불쾌감이 드는 분이 계시더라도, 부디 너그러이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가능하다면 위키백과가 유지되는 한, 계속해서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20주년이 되었을 때는 한국어 위키백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도 궁금해집니다. 다만 20주년 때에도 지금처럼 지난 날에 부끄러움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조금이라도 성숙했다는 뜻이 아닐까요.

한국어 위키백과의 발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봉사하시는 모든 사용자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그리고 한국어 위키백과가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신뢰받는 백과사전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Lee Soon (토론) 2016년 12월 14일 (수) 00:00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