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Ghkdrma0119/21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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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한국어 위키백과 분위기에 대하여[편집]

친애하는 위키백과 공동체 여러분께,


어쩌다 이런 글을 쓰게 되었는지는 글을 읽다 보면 천천히 알게 될 이야기이므로, 너무 재촉하지 않아 주셨으면 합니다. 현재의 한국어 위키백과의 모습에 어떤 이들은 무덤덤하게 여기겠지만, 어떤 이들은 변화의 바람이 잠잠해진 것에 대해 슬퍼하며 떠났음을 모두가 알아주기를 바랍니다. 이미 떠난 이들을 그리워해도 돌아올 길 없으나 오늘은 오늘날의 한국어 위키백과에 대한 저의 생각을 간략하게나마 잠시 훑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현재 한국어 위키백과에는 23명의 관리자분이 있으십니다. 이중 활발히 활동 중인 관리자는 14명뿐입니다. 그와 반면에 2021년 5월 21일 기준으로 최근 기여자는 2,491명입니다. 14분의 관리자분들께 문서 훼손을 일삼는 사용자들이나 문서 보호 요청, 권한 신청 따위를 전부 관리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은 아닙니다. 글의 취지는 지금의 한국어 위키백과에 닥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인지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우선 권한에 대해 제가 느낀 문제점부터 이야기하고 이후에 개선점을 제시하는 서술로 글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권한 신청에 대해서 굳이 높은 허들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것에 대해서 권한 신청 조건이 너무 낮으면 사용자가 맡은 바 책임을 다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거나 여러 이유를 들어 반대하실 분도 있겠지만, 위키백과에서 활동하면서 지금의 한국어 위키백과에 이러한 불필요한 허들이 너무나도 많음을 느꼈습니다. 제가 먼저 주장하는 것은 좋든 나쁘든 허들을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어 위키백과가 설립 이래로 발전 속도에 탄력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발언이 추후 문제가 될 수 있겠으나 감수하고 감히 발언하겠습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다음의 문장을 함께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한 번의 큰일은 사람을 좌절하게 만들지만, 자잘하게 반복되는 일들은 사람을 지치게 합니다.

이 문장에는 많은 표현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제가 위키백과에 있으면서 느꼈던 점도 있고, 위키백과 역사를 일축한 표현이기도 합니다. 저 문장을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많은 생각을 함께 나눌 수 있는 표현이길 바랍니다. 아래 문단을 다 읽고 난 후에 이 문장을 보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함께 나누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계속해보겠습니다.

권한에 대한 이야기 잠깐

우선 저는 질보다는 양을 추구하는 편입니다. 우선 양이 많아야 그 속에서 질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분리하여 구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질 좋은 것만 가지고 있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질이 뛰어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요긴하게 쓸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어 위키백과에서도 이런 점을 느꼈습니다. 사용자 중에 권한을 모자, 감투 따위로 여기는 사용자가 있는가 하면 어떤 사용자는 받은 권한을 유용하게 사용하려 만년을 노력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용자는 권한을 사용하면서 자기 계발의 기회를 얻어 새롭게 가치관을 형성하고 위키백과에서의 경험이 일생에 걸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해당 권한을 얻기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귀하는 조건이 안 되니 지원할 수 없다’라는 불편한 이유를 만드는 데 쓰일 뿐, 신청자가 얼마나 직책을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할지, 잘 해낼지 잘 못 할지는 인턴과 같이 임시 권한이 주어진 후 활동을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이는 관리자들의 일을 더 늘리는 일입니다. 그러나 관리자라는 이름만큼 사용자들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일에 능해야 하는 만큼 이러한 일이 더 늘어나는 것에 대해 부디 사양치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반면교사가 되는 것은 좋은 행동이 아님을 스스로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관리자가 귀찮거나 거기까지는 처리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둥 변명을 붙이기 시작하면 저 같은 일개 사용자는 어떤 모습을 보고 배워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시기가 오면 위키백과는 더 이상 진일보하지 않고 완전히 멈춰버릴 것입니다.

관리자 권한에 대한 이야기 조금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과거부터 위키백과에 해가 되는 일은 매번 자행되어 왔지만, 관리자의 적극적이지 못한 개입으로 신속하게 처리되지 못한 사안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그런 관리자의 업무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관리자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상기했던 것처럼 어느 정도 자격요건이 갖춰진 성숙한 사용자가 되어야 출마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관리자가 되는 길은 비단 ‘허들 넘기’만으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관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관리자 선거’를 거쳐 20명 이상의 찬성자와 75%의 찬성률, 곧 3배의 찬성표를 얻어야 합니다. 그래서 공동체의 신임을 얻지 못하거나 투표 참여율이 저조한 때에 관리자가 되는 것은 더욱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로 인해 상주하는 관리자는 잘 선출되지 않으니 만성 관리자 부족 현상으로 밀린 요청과 독촉에 시달리게 됩니다. 위키백과에서 활동하시는 일부 관리자분들은 지속적인 관리 요청에 피곤함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참고: -revi님의 사용자 문서, *Yongjin님의 수필)

한편 관리자가 가지고 있는 권한은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벅찬 양입니다. 그마저도 관리자 내부에서 분야별로 나누어 직책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재 전담 관리자가 있는가 하면, 문서 이동·보호·삭제를 관리하는 관리자가 있듯 관리자라고 다 같은 관리자는 아닙니다. 이렇게 세분화하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일의 능률을 올린다는 점에 대해 공감합니다. 특화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에 자신이 잘 활동할 수 있는 분야에서 최대의 효율을 뽑는 것이 위키백과 공동체에 득이면 득이지 실이 되리라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큰 허점이 있는데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분야가 아니라면 선뜻 나서서 처리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로 인해 특정 관리 부분은 관리자분들이 잘 활동하지 않아 처리에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Sotiale님께서 말씀해주신 삭제자는 토론 시작 기준으로 8년이 넘도록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았고 최근까지도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의견 수립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정말 기약 없이 언젠가 만들어지겠거니 생각만 하는 권한입니다. 삭제자와 같이 보호자나 권한 부여자와 같은 관리자의 권한 중 일부를 행사할 수 있는 직책을 만들어 달라는 것은 의견이 나와 일부의 공감을 얻더라도 전체를 설득시키지는 못하는 편입니다. 설득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이 필요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위키백과에서 활동하는 절대적 다수에게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수 있는 점이라는 겁니다. 관리자의 존재를 크게 의식하지 않거나, 아니면 편집에만 힘쓰는 사용자들이 많다는 것이겠죠. 하지만 위키백과에서 활동하면서 그 누구라도 관리자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을 수만은 없습니다. 빠르게 처리되어야 하는 문제나 결함이 해결되지 않았을 때, 누군가 위키백과 공동체에 해를 입히고 있을 때, 조정자가 개입하더라도 정리되지 않는 토론이 연장될 때와 같은 시기가 바로 관리자의 빈자리가 직접적으로 와닿는 시기인 것입니다.

영웅이 필요한 때에 영웅이 나타지 않으면 위키백과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제가 아는 게임의 말을 잠시 빌렸습니다. 물론 관리자를 영웅과 같은 무적의 존재라고는 생각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칭송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소 공격적으로 읽혔다면 사과드립니다) 잠시 히어로 코믹스를 생각해봅시다. 영웅은 못 하는 게 없습니다. 악당들을 물리치고 평화를 수호하며 심지어는 지구를 거꾸로 돌리기까지 합니다. 관리자 역시 영웅과 비슷한 일을 합니다. 분쟁을 일으키는 사용자들을 중재해 평화를 수호하고, 때로는 문서를 되돌리고, 또 나열하지는 않았지만 강력한 많은 권한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권한이 시기적절하게 사용되지 않으면 여전히 혼란한 상태에 있을 것입니다.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혼란은 가중됩니다.

활동하는 관리자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오는 것에 대해 ‘해주니까 뭐라고 한다’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는데 괜한 불똥이 튄 격이니 씁쓸하게 여기실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된 원초적인 이유를 살펴보자면 관리자분들도 이해를 못 하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불편을 겪었음에도 개선되지 않는 처우와 해를 거듭할수록 부족한 관리자 수로 인해 미뤄지는 미완료된 처리들로 또다시 악순환을 반복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위키백과에 지친 사용자들이 생기게 되고, 그들은 공동체를 떠나는 것을 고민하게 됩니다.

며칠 전 Answerer 5do님께서 올리신 글에서 관리자분들의 의견을 읽어보았는데 개운한 대답은 아니었습니다. 더 정확히는 시원섭섭한 느낌을 받았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요컨대 작금의 상황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땅히 해결하려는 노력을 우리 쪽에서는 해줄 수 없다는 말로 받아들였습니다. 관리자가 독단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도 없거니와, 총의가 형성되지도 않았는데 무작정 삭제자와 같은 새로운 권한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문서 삭제보다는 지속되는 문서 훼손을 막기 위한 차단자 도입이 더욱 절실하지 않나 싶습니다. 최소한 관리자가 없는 상황에도 누군가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권한자의 도입 등 막연한 것이 아닌 실현 가능한 해답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옛말에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는 말이 있습니다. 결국에는 급한 사람이 나서서 하게 된다는 의미인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모두가 급하지는 않다 생각하면서 무작정 필요하다고만 외친다고 우물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결국 누군가는 나서서 이 일을 해야합니다. 근 몇 년간 위키백과는 관리자의 부재로 인해 심한 갈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삽이 없는데 어떻게 수맥이 있는 곳까지 깊게 팔 수 있겠습니까. 이제는 부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극적인 대안이 나와야 할 시기입니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 약간

관리자 선거가 물타기가 있다는 식으로 발언하기에는 많은 분이 지적해 주셨듯 심증만으로는 그것이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선거에서의 물증이 없다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존재하는 불안정한 환경에서 선거가 치러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이 얘기에 대해서 따로 길게 말을 하고 싶었지만, ‘약간’이라는 말에 맞게 적당히 간만 보겠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위키백과토론:관리자 선거 절차에 정리가 되는 대로 제안을 건의할 예정이나 언제쯤 처리가 될지, 혹은 적용이 되지 않을지도 미지수입니다. 그래서 여기에서 짧게 제안하는 것은 두 가지 정도 됩니다.

첫째로는 관리자의 선거를 뒤로 미루거나, 관리자의 선거권을 제한하거나, 관리자는 의견을 내지 않았으면 하는 것과 둘째로는 선거에서 의견 표명은 무조건 의견 문단을 통해서 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관리자 입장을 표명하면 안 되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관리자의 입김이 들어가는 경우를 미리 막자는 얘기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관리자 권한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나, 2018년까지의 관리자 선거에서 ‘이분과 함께 일했으면 좋겠다’, ‘이분이 아직도 관리자이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와 같이 중립적이지 않은 시각으로 의견을 내신 경우가 있었습니다. 관리자는 다른 사용자를 말 그대로 관리하는 사용자입니다. 자신이 행사하는 권한이나,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자신의 언행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지 고려하지 않은 점에 조금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두 번째로 의견 표명은 의견 문단을 통해서만 하자고 한 이유는 찬반의 의견에 같이 적은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이 어쩌면 타인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겁니다. 그 영향이 좋든 나쁘든 간에 최대한 다른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덜 끼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위키백과의 특성상 관리자 선거를 아예 비밀투표로 할 수는 없기 때문에 타인의 의견이 당연히 눈에 띕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접하는 선거의 형태와는 많이 다릅니다. 위키백과에서의 ‘관리자 선거’라는 것은 이 사람이 얼마만큼 이 직책을 잘 수행할 수 있으며, 얼마만큼 이전 사용자들에게 신임을 받았고 또 어떠한 활동을 해왔는지, 잘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를 따지는 청문회와 같습니다. 이 사람이 관리자가 됐을 때 위키백과 공동체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느냐고 물어보는 자리는 질문 문단으로, 찬성하는 이유는 의견 문단에, 마지막으로 찬반만 따로 적으면 관리자 선거가 지금보다 청문회의 역할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며

관리자 충원이 원활하게 되어야 한다는 말에 백분 공감합니다. 하다못해 새로운 직책이 만들어지기라도 하여야 할 것입니다. 지원한 ‘하고 싶은 사람’이 공동체의 투표로 ‘할 수 있는 사람’ 자격을 인정받습니다.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관리자나 업로더, 멘토와 같은 위키백과 공동체를 위한 중요한 직책에는 지원하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고 싶은 사람’도 노력을 통해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법입니다. 누구나 원래부터 잘하지는 않았습니다. 개구리가 올챙이였던 시절도 있듯이 분명 지금의 ‘할 수 있는 사람’ 역시 ‘하고 싶은 사람’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태어난 것은 아닙니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느냐는 말이 위키백과에서는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선거를 보며 오랜 기간 동안 사용자들이 왜 관리자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이야기가 상당히 주관적이고 어떤 분들은 듣기 꺼리셨던 이야기겠지만, 이번 선거를 비롯해 이전의 선거를 살펴보며 지금의 ‘관리자 선거 정책’에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보완해야 하는 부분은 정녕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이번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어 위키백과에 큰 위기가 닥쳤다는 말에 얼마만큼 사용자분들이 동의해 주실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지금은 잠시 먹구름이 드리운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여름철 먹구름이 모여 장대비를 내리듯 한국어 위키백과에도 목마름을 해소할 단비가 내리기를 소망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1년 5월 21일,

위키백과 공동체의 번영을 바라며 Ghkdrma0119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