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현상학
《정신 현상학》(精神現象學, Phänomenologie des Geistes, 1807)은 독일의 철학자 헤겔이 지은 철학서이다.
36세가 된 헤겔은 1806년 10월 13일 프랑스군 점령하의 예나를 사찰(査察) 기행(騎行)하던 나폴레옹을 보고 세계를 지배하는 개인, 세계정신을 이 눈으로 보았다고 편지에 썼는데, 그날 밤 포화를 멀리 바라보면서 이 최초의 주저를 탈고하였다. 프랑스 혁명으로 세계사의 신시대가 시작되었다고 하는 감정이 넘친, 760페이지가 넘는 이 저서로써 헤겔은 처음으로 자기의 철학체계 성립의 인식론적·역사적인 근거를 세웠던 것이다. 그것은 그가 20년에 걸친 그리스 고전으로부터 근대정치·경제·철학사상에 이르는 교양과 자기 형성을 인류의 자기 형성과 일체의 것으로 자각한 자부할 만하고 장대한 근대적 인간의 철학적 자서전이라고도 하겠다. '이 자(者)'로서의 내가 '지금' '이곳'에 '이것'을 보고 있다는 감성적 확실성이 흔들리고, 그러한 상식은 전체적 진리를 포착하고 있지 않다 하며, 참다운 인식으로 나아가는 발전을, 헤겔은 인식론과 논리학 그리고 변증법이 일체가 된 뛰어난 논술에 의하여 저술하였다. 그것은 '감성적 확신에서 지각(知覺이라 번역되지만 심리학 용어로 해석해서는 안 되며 진상확인의 뜻)으로, 다시 오성(悟性=知性)으로'라는 의식(意識)의 발전이요, 자기의식에의 발전이며 나아가서 보편적으로 된 자기의식으로서의 이성(理性)의 여러 단계, 또한 종교의 여러 단계를 거쳐 드디어 사유와 존재의 일체성을 절대적으로 인식하는 절대지(絶對知)의 단계에 도달하는 발전이다. 개인이 이러한 철학적 통찰의 높이에 달하는 데는 보편적인 정신, 사회적·역사적인 인식이 발전하는 여러 단계를 요약적으로 반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헤겔은 역사에 나타나는 여러가지 의식형태, 이데올로기를 그 발전에 있어서 비판적으로 이해하려고 시도하여 자연과학적인 개념 형성 이외에 예술·종교·국가·소유(財産), 사회적인 여러 관계, 도덕 등 여러 문제를 다루어 갔다. 이만큼 내용이 풍부하고 이처럼 난해한 철학서는 없다고 말한다. 충만한 사상을 한꺼번에 썼기 때문에 생생한 문장에 무한한 매력이 있음과 동시에 헤겔 철학 일체를 미분화(未分化)로 포함하는 난해하기 이를 데 없는 저서이다. 무엇보다 현저한 것은 독일 관념론 내지 고전적 독일철학의 최대 유산으로서의 변증법, 즉 발전의 논리가 훌륭하게 전개되어 있는 점이다. 특히 '주인과 노예'란 한 구절이 유명하다. 노예는 주인을 위해 다해야 할 노동으로 갖가지 대상과 대결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그들 여러 대상을 형성하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도 형성하며, 이러한 사실로 결국은 노동하지 않고 향락만을 누리는 주인보다 내용이 풍부하여 더욱 높은 자기의식에 도달한다. 인간은 본질적인 제력(諸力)의 대상화·외화(外化)·소외(疏外)와 그 지양(止揚)이란 과정으로 자기 자신을 산출하고 창조한다. 인간은 인간 자신의 노동의 성과이다. 즉 이 저서는 변증법의 보고(寶庫)인 것이다.